-전라도인의 슬픈 선택-

이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시대에 이르러, 김대중과의 선거가 있었고, 호남차별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이용하고자 하는 무뢰한 정치인들이 승차하여 선동한 결과, 호남은 김대중이 이끄는 정당의 정치적인 독무대가 되고 만다.

전라도는 살기 위해 김대중을 선택했던 것이다. 또한 김일성도 김대중에게 선거자금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도는 살아남기 위해 김대중을 지지하였고, 북한의 김일성은 남한 적화를 위해 김대중과 손을 잡고 군사정권을 무너뜨리려 한 것이었다.

여기에 군사정권에 충성하는 세력들의 정적(政敵)에 대한 공격과 탄압도 호남인을 단결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전라도를 박대하지 않았다. 외국의 원조물자 역시 차별을 두지 않고 배급하였다. 학교에서는 옥수수죽이 제대로 나왔고, 옷과 분유가루도 빠짐없이 나왔다. 다만 경제성장의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동하기 시작하던 산업화는 전국적으로 골고루 퍼질 수 없었다. 경부고속도로의 완성으로 인해 도로와 항만 등 기간산업이 잘된 부산을 중심으로 기업이 몰렸을 뿐이다.

만약 호남고속도로가 먼저 착공되었다면, 목포를 중심으로 호남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우 일본과의 국교 개선을 통해 굴욕적인 차관을 얻고, 그마저도 돈이 없어 군 공병대를 투입하고, 현대를 비롯한 건설회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만이 건설되었다. 더구나 그것도 엄청난 반대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 이후의 지역차별도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것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이 지닌 전라도에 대한 오랜 부정적 인식과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발생시킨 일이었다. 따지자면 그 시초는 선조 임금의 전라도 반역향 지정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라도 차별은 이 부정적 인식을 지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전라도 박대(薄待)에 동참하여 일어난 비극이다. 기업은 전라도 사람을 쓰지 않았고,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이라면 혼인도 꺼리고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시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었던, 당시 개발독재의 논리는 환장할 만한 것이었다.

“호남선 복선화는 불필요하다. 기업이 없는 곳에 무슨 철도를 두 개나 깐다는 말인가?”
이에 기업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철도도 항만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에 어떻게 공장을 세우는가?”

기업은 기간산업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에 공장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었고, 정부는 공장이 없는 곳에 철도 복선화사업을 할 수 없다는 논리. 따라서 쓸 만한 공장 하나 없이 전라도는 산업화시대를 보냈고, 드디어 21세기를 맞았던 것이다. 그동안 호남선 복선화 사업은 수십 년 동안 대전역에서 멈춰 있었고, 김수희의 노래 ‘남행열차’는 또 그렇게 전라도의 한(恨)을 알리고 있었다.

결국 전라도는 김영삼 시대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공장 하나가 없었으니, 사람들은 궁핍을 피해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리하여 전라도 사람들은 고향을 숨기기 위해, 본적을 바꾸고 고향말을 쓰지 않았으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인권의 시대에 바라보면, 이런 비극이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 시대가 불과 15년 전에 펼쳐졌던 자유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말 많던 호남선 복선화는 김대중 집권 후 불과 1년 만에 완성된다.)

그러므로 뿌리 깊은 전라도 혐오증은 역사적이며 범국민적인 것이었고, 이러한 범국민적인 배타적인 행동들을 경험한 전라도 사람들의 위기의식은 더욱 전라도 전체를 절박하게 몰아갔다. 내 자식이 전라도 사람이어서 출세도 결혼도 배척받는다는 것은, 아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며, 차마 어떤 반역이라도 꿈꾸게 하였을 것이다. 전라도 독립론이 유행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 모든 것은 5.18로 집약된다. 공수부대의 잔혹한 진압과 이에 분노한 시민들을 이용하여 폭동으로 발전시킨 것은 ‘경상도 군인들이 호남사람을 다 죽인다’는 유언비어였다. 이 유언비어가 강하게 작용한 것 역시 평소 누적된 지역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이를 이용하여 5.18 사태에 불을 지른 것이 특수부대를 이용한 북한의 대남공작이었다.

그러나 5.18 이후의 상황은 머리와 가슴에 깊은 한(恨)으로 새겨지게 되었고, 죽기살기로 호남인은 정권교체를 열망하게 되었다. 결국 김대중을 선택한 전라도 사람들은 필사의 심정으로 집권을 노린다. 드디어 김영삼 다음 대(代)에 이르러 김대중이 집권하고, 드디어 호남인이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 시기에 호남인들은 거의 한풀이 하다시피 정부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전라도는 김대중을 선택했고, 노무현을 선택하여 대한민국은 노무현 시대로 이어진다. 이 시기를 이용하여 북의 대남공작도 절정에 이른다. 절멸해 가던 주사파들이 6.15 선언으로 살아났고, 이어 번식을 거듭하여 결국 노무현에 이르러 386 주사파 전성시대가 도래(到來)하는 것이다.

이 엄청난 좌익들은 미국보다는 북한을 선택하였고, 이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김정일은 남한이 항복문서를 갖다 바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남한적화가 목전(目前)에 이르렀다는 착각은 김정일이 김대중에게 약속한 남한 답방을 거절한데서 알 수 있다. 김정일은 조금만 기다리면, 남한이 수중에 들어오게 되고, 그때 대통령의 자격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정권은 한나라당으로 넘어와 4년이 지나고 있다. 정권을 잃은 4년 동안 호남인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다시 민주당 후보일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일 것인가. 나는 이 문제에 이르러 다시 하늘을 본다.

만약 호남 설득에 실패하여, 전라도인들이 또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리하여 우익이 총선에 실패하거나 민노당에게 20석을 주어 국회 교섭단체 구성을 허용한다면, 북한의 김정일은 다시 적화의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실로 아픈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비극은 또 연장될 것이다. 그 아픔은 고스란히 우리 백성들이 받을 것이니, 이 어리석은 사람은 잠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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