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채 순천대학교 총장의 교육감 출마를 둘러싼 변신, 기회주의? 실용주의?

▲ 순천대학교 광양캠퍼스 추진 당시 TV토론에 나선 장만채 순천대학교 총장. 그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국립대 최연소 총장에 당선됨으로써 대학선거를 통해 정치적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순천대학교 광양캠퍼스(글로벌특성화대학)건립을 추진함으로써 노관규 순천시장과 순천의 서갑원 의원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해 2010년 6월 전남도교육감에 도전해 당선됐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25일 구속되자 전교조와 교육희망연대, 진보연대 등 진보좌파단체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필자가 알기론, 장만채 교육감은 순천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 이들과 교감한 적이 전혀 없는 인사였다. 장 교육감과 수차례 대면한 적이 있는 필자는 장 총장이 단 한번도 진보적인 인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 역시 필자가 주최한 여러 포럼에서 진보라고 자처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실용주의적 노선이 중요한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오히려 당시 한나라당 정치권 인사들과 교감을 맞춘 적이 많았다. 순천대학교 발전을 위해선 집권 여당의 힘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총장 재임시절 광주일고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과 접촉을 했다.

그런데 2010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출마여부를 고민하던 시점에 느닷없는 세력들이 그를 감쌌다. 일명 진보단체라 하는 세력들이 그를 교육감으로 추대하며 도민후보라고 내세운 것이다.

어느날 총장을 만났더니, 당시 장 총장은 필자에게 "이들이 접근해 나를 교육감 후보로 내세울려고 한다"고 토로 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 세력들이 중심이 돼 장 총장을 후보로 내세워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당시 교육감 출마선언식이 진행된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민노당과 민주노총 주요 간부 그리고 전교조가 총출동했다. 행사장은 붉은 현수막으로 뒤덮혔고 평소 종북언행으로 뉴스에 등장했던 인사들이 주요 내빈으로 초청됐다.

이날 행사를 참관한 순천대학교 주요 교수들과 그를 알고 있는 많은 인사들은 이런 행사분위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장만채 총장의 평소 언행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놀라서 행사장을 뛰쳐나온 인사도 부지기수였고, 이들은 행사장 밖에서 수근거렸다.

"이게 아닌데..."라고

물론 장 총장의 그런 변신이 진화인지 아니면 변절인지, 그것도 아니면 기회주의적 처신이었는지에 대해선 본인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전문지식인들의 직업윤리의식 타락

장만채를 앞세워 전남도교육을 장악하려 했던 인사들의 강보에 휩싸여 전남교육을 혼란으로 밀어넣은 장 교육감의 기회주의적 처신이 지금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 그가 추구했던 여러 개혁적 조치들도 위선이라는 뭇매를 맞고 있다.

장 교육감의 석방을 외치고 인사들은 12개 단체로 구성된 '장만채 교육감·전남교육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라는 단체를 구성해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6일 광주지검 순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인척을 모조리 계좌 추적하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교육감이 희생 당했다"며 "장 교육감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도민의 열망으로 직접 선출된 민선 교육감이 정치권력의 횡포에 좌절되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당장 정치 탄압을 멈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 교육감은 투명한 예산집행과 인사행정으로 전남교육을 살렸지만 결국 구속돼 지역 교육은 대혼란에 빠졌다"며 "진보 교육감을 죽이는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직업윤리의 타락이다.회계사가 회계데이터를 조작하고, 여검사가 벤츠를 뇌물로 받고 몸을 팔고, 의사가 의료윤리를 어기고 MRI를 빼내고, 의사 및 보건검역학자들이 광우병 패닉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고, 현직 부장판사가 중국공산당 식 사법주권(judicial sovereignty)을 떠들 때 법학자들이 이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전문경영자가 자신이 봉직하고 있는 회사 M&A에 개입해서 천문학적 뒷돈을 챙기고, 원자력 발전소 운영 엔지니어가 거짓 보고서를 작성하고, 교사는 공교육의 붕괴에 대해 무관심한 채 자신의 철밥통만 챙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직업윤리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위협하는 루머, 거짓의 99%는 사회 각 부문의 전문지식인들이, 자신의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기를 가지고 나서면 해결될 일들이다.

진보라 자칭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 시스템을 조롱하고 헐뜯으며 법질서를 무너뜨리며 온갖 교만을 떨고 있는 지금 상황의 뿌리에는 바로, 전문지식층의 직업윤리가 깊게 타락해있다는 심각한 원인이 존재한다.

이런 차원에서 장 총장이 구속된지 하루만에 석방탄원서를 주도하는 진보세력이라 자처하는 이들의 투쟁은 위선을 넘어 무모한 정치적선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지난 25일 장만채 총장의 지지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한 장만채 교육감을 성원하기 위해 법원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동안광주전남 지자체와 교육감들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검찰 소환에 지지자들이 직접적으로 나선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진보여, 장만채를 살리고 싶은가? 그냥 법의 심판에 맡겨라!! 그의 양심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이들의 이런 어리석은 주장에 흔들릴 검찰이 아니다. 이미 한번 물은 먹이를 놓아줄려고 했다면 애초에 잡을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통상 이런 사건의 경우 검찰수뇌부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지역여론에 좌지우지 될 사안도 아니다. 게다가 조중동 등 중앙의 주요 일간지는 연일 진보를 자처한 장 교육감의 부적절한 위선 행위에 도덕적 비난을 가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자칫 추가 여죄도 드러날 소지가 크다. 구속상태에서 수사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증거인멸 가능성 때문이고 뇌물을 건넨 상대방과 입을 맞출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며, 추가여죄를 밝혀내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이들 12개 단체가 진정 장 교육감을 위한다면 검찰 수사결과를 그냥 지켜봐라.

이미 이 사안은 그들 주장대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법이 판단해야 한다. 이미 정치영역을 지나 법의 영역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찰은 이런 정치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전남도교육청의 보이지 않은 배후세력이 누구인지도 주목할 수도 있다.

자칫 희생만 늘어난다. 검찰이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씩을 전달한 장 교육감 친구 두 명을 금품 살포 혐의(뇌물공여)로 사법처리할지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진보여!!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장 교육감은 예전의 순천대학교 총장이 아니며, 그리 순진하지도 않다. 이미 그는 노련한 정치인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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