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미안해서 죽지 못하게 하라!" 는 노관규 전 시장의 명령 편

[피말리는 국비확보 총력전의 승전물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커피를 가볍게 들이 마시며 그에게 물어봤다.

“언제부터 이곳에 근무하셨나요?”

텁텁한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3년 됐습니다. 정원박람회 시작할 때부터 근무하기 시작해 지금 3년 째입니다."

비교적 또박또박 하게 힘주어 말하는 습관이 배어 있는 듯 했다.

“최근 순천시장 선거가 달아오르면서 정원박람회장과 관련해 이상한 소문이 나돌던 데 혹시 얘기 들으셨나요?”

“무슨 얘기 말하는 거죠?”

“정원박람회장에 심어 둔 나무가 다 죽어가고 있단 얘기가 들리던데..." 라고 뜸을 들이다가 좀 더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게 나을 듯 싶었다.

 "그게 사실인가요?“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는 정색하며 반문했다.

"아니 죽긴 왜 죽습니까? 지금 총 7천그루 심어놨는데, 죽은 나무는 한 그루도 없습니다."

"작년에 태풍 올때도 테스트 해 봤는 데, 죽은 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습니다."

나무가 죽었다는 말에 그는 발끈했다. 그의 말로는 3년 동안 진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나무에 매달려 일했는데, 이런 이상한 풍문이 나돌고 있으니, 한편으론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제 솔직히 말하면 3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나무요...?" "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얼마나 애착 갖고 돌보는 지 아십니까? "

"저는 지금까지 과장님, 국장님과 일일이 체크해가며 나무 한그루 한그루 정성들여 보살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

노 시장님도 “나무가 미안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정성을 다해라” 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얘길 하신 분등은 우리가 이곳에서 얼마나 나무에 신경을 쓰는지 알고나,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말로만 해선 안되니, 일단 현장을 둘러보자고 제안했다.

커피는 이미 비어있었고  마침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과자 한 두개를 집어먹던 순간이었다. 나는 의자를에서 조용히 일어나 사무실 문 밖을 나서면서 그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여지껏 아무리 힘든 일이었지만 정원박람회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노 시장님 말씀에 따라 죽을 힘을 다해 일해 왔는데, 이런 소문이 들린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잠시 뒤 사무실을 나가 순천시 관용차인 산타페 벤 승용차를 탔다. 마침 정원박람회장내 다른 행사일정 때문에 와 있던 장영휴 과장과 그는 앞자리에 탑승하고 나는 뒷자리에 탑승해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고 하고 차를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 탓에 창문은 제대로 열지 못했지만 날씨는 말끔해 바깥 풍경은 확연했다. 차는 먼지를 내며 국제습지센터 현장근처로 천천히 다가섰다.

가까이서 바라본 국제습지센터 규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 했다. 약 443억원의 국비가 투입된 이 사업현장을 둘러보며 나는 잠시 회한에 잠겼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철골모습.430억원이 넘게 투자된 이 사업은 올해 12월 완공예정으로 순천의 역사를 새롭게 쓸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의 상징물이 될 예정이다.
아마도 4년전인 2008년 8월 쯤으로 기억된다.

한 통의 전화가 나에게 걸려왔다.

순천시가 순천만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선 국제습지센터가건립이 필요해 기획재정부에 예산신청을 했지만 2번이나 연거푸 떨어졌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국비확보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전화였는데, 전화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정현 의원의 보좌관 이었다.

그는 당시 실세였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일행이 광주아시아문화전당을 방문하니 "노관규 순천시장이 직접 찾아가서 설명을 하는 게 좋겠다 라는 의원님의 얘기가 있었다" 라는 정보를 나에게 귀뜸해 주었다.

마침 나는 이정현 의원의 보좌관과 이 사업에 대해 진작부터 논의한 적이 있었다.

2008년 당시 이 사업을 추진했던 순천시청내 실무 책임자는 내 기억에 최덕림 당시 관광진흥과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때는 정원박람회가 발표되기 한참 전 이었다.

순천만을 세계적인 습지관광자원으로 키워내기 위해 순천시는 국제습지센터 건립이 반드시 필요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국비확보가 필수적이었다. 그 전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관철시키기 위해 담당인 최덕림 과장 등은  불철주야로 국비확보 전략을 짰다. 예산확보를 위해 국회 이정현 의원실에 순천시 이기정 계장이 3개월 동안 눌러 있게 할 정도였다. 

예산확보를 위해 국회의원실에 직원을 파견시킨 자치단체는 아마도 전라도에선 순천시가 유일했다. 그야말로 노관규 시장을 비롯한 전 집행부가 순천만국제습지센터 국비확보 총력전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초선의원이었지만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호남예산 챙기기'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순천시가 국비확보 도움을 요청하자 가장 앞장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의원이었다. 이 때문에 이정현 의원은 순천시 뿐만아니라 광주전남 자자체 예산확보의 '달인' 으로 통했고, 나중에 '호남예산챙기기' 란 '닉네임' 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이 의원의 보좌관은 나에게 이 의원이 임태희 정책위의장에게  순천시의 예산을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미리 귀뜸해 주었고, 이정현 의원의 도움으로 노관규 순천시장 일행은 단박에 광주까지 내달렸다.

순식간에 광주에 도착한 노관규 시장 일행은 007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른 일행들을 물리치고 임태희 의장을 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차안에서 단독으로 만나 예산협조를 요청하고, 임 실장 역시 순천시의 이런 노고에 감격했던지, 순천시의 예산확보 노력에 협조하기로 수락했던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건대, 비록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어떤 민주당 의원보다 호남발전을 위해 앞장선 이정현 의원에게 호남인들은 감사해야 한다는 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그리고 그해 12월 1일 <연합뉴스> 에 "순천만 습지센터 건립 '청신호'..100억 확보" 라는 기사가 마침내 터져나왔다. (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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