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미안해서 죽지 못하게 하라!" 는 노관규 전 시장의 명령 편

매서운 늦겨울바람이 몰아친 17일 오후 1시

국제습지센터로 진입하기 위한 출입 통제가 심했다. 이날 현장 방문 안내를 도와준 순천시 장영휴 과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일전의 모래불법반출 사건의 여파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당시 사건결과가 궁굼해 물어봤더니, 모래를 반출시킨 당사자와 이를 제대로 관리못한 현장책임자는 문제가 된 상황이 됐지만 다행히 순천시 공무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판명났다고 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국제습지센터 현장 사무실로 들어선 순간 사무실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점심식사가 막 끝난 뒤라 사무실 밖은 오가는 차량들로 북적였다.

이곳이 순천시 공무원 사무실이라 할 정도일까 여길 정도로 사무실에선 흙냄새가 풍겨 나왔고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일본식 공사용어들이 간간히 섞여서 들려왔는데, 흔히 말하는 ‘노가데’ 현장사무실로 착각할  정도였다.

마침 조성공사 조경담당자인 이천식 계장이 식사를 막 마친 뒤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 잠시 인사를 나눴다.

"어제 전화통화 했던 박종덕 본부장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이천식 계장이라고 합니다"

첫 인상을 보자마자 전형적인 현장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햇볕에 그을린지 꽤 된듯한 인상이었다. 산림과와 공원녹지과 등지에서만 근무를 해왔다는 그는 3년전부터 정원박람회 조성공사 일을 본격적으로 맡았다고 했다. 이 분야에선 나름대로 전문가로 보였다.

40대 중반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유난히 매서운 바람 탓인지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으로 인해 얼굴은 마치 어린 애들의 살갗처럼 상기된 채 부르터 있었지만, 말 만큼은 또박또박 했다. 잠바를 입은 그에게서 다구진 책임감이 든 이유도 이런 또박또박한 말투 때문이었다.

▲ 순천정원박람회장내 시공중인 국제습지센터로 올해말까지 준공예정이다.이 국제습지센터에는 순천만의 살아있는 습지 동식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사실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 때문이었다.진작부터 방문할 기회를 갖고자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이날 방문일정을 잡은 것이었다.

최근들어 순천시에선 이상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선거철이다보니 여러 풍문들이 떠돌았는데 그 중에서도 지역최대 현안사업인 정원박람회에 관한 것이 상당수였다.

순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진영에 흘러다니는 소문을 종합해보면 공사일정이 촉박해 공사가 여러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순천시가 박람회 일정을 무리하게 짜맞추기 위해 나무를 심다보니 활착이 재대로 안돼 나무들이 거의 죽어가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었다.

심지어 “멀쩡한 소나무를 베어내서 자연을 훼손시키고 이 나무를 박람회장으로 옮겨 심고 있다” 등등의 얘기들마저 나돌고 있었다.

선거철을 앞둔 상황이라 그런지 유난히 그런 풍문들이 나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일정에 쫒기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도 나는 순천보훈지청의 김한희 지청장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옆자리에 앉은 순천의 모 기자로부터 흘러나온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자리에서 그 기자는 정원박람회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부산이 고향인 그 지청장은 온지 얼마 안돼 순천실정을 몰라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으나, 그 기자는 그런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거침없이 "정원박람회장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는 등의  혹독한 비판을 내뱉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KBS방송에서 산에서 나무를 캐내 정원박람회장으로 옮겨심고 있다는 비판보도가 나왔다.당시 전국방송으로 보도된 이 기사 때문에 순천시는 해명하느라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언뜻 들으면 순천시가 자연을 훼손해가며 인위적으로 박람회를 준비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등으로 최근들어 그런 소문은 또아리를 틀고 웅크린 채 여기저기 음산하게 지역사회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풍문들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날 정원박람회 조성 현장을 찾은 것이었다. 내가 이 작업에 나선 이유는 이런 풍문에 대한 단순한 확인차원도 있겠지만, 순천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이 역사적 사실을 누군가는 그 현장에서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했다.마치 전쟁속에서 치열한 실제 전투상황을 보고 느끼며 기록한 종군기자처럼 누군가는 이 실제상황을 기록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 이 기록 작업은 진작부터 준비했지만 여타 상황으로 몰두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이런 이상한 풍문히 심해지자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기록작업에 나서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제 커피 두 잔을 앞에 둔 채 그와 슬슬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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