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의 앞머리로 이마가리기

무상급식을 둘러싼 보수 진보 간의 한판 싸움은 진보의 기권승으로 결말이 났다. 헌데도 서로간의 순익계산이 복잡하기만 하다. 지고도 이겼다 하고, 이기고도 이긴 것이 아니라는 둥 생뚱맞은 소리들만 해댄다. 어차피 한국 정치는 자기가 잘하는 것보다 상대의 실수가 곧 기회. 아니나 다를까, 선거가 끝나자마자 곽노현 교육감이 제풀에 고꾸라져 버렸다.

기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무상급식 자체를 두고 타툰 것만이 아님을, 또 진보와 보수의 포퓰리즘 싸움만이 아님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전략적인 선거이기 전에 사실상 다음 대권을 위한 한나라당 내의 투쟁이란 것을 부인할 사람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 결과는 어중간한 무승부라 하겠다.

오세훈 전 시장이 투표율 10%대에서 무참히 깨어져 순교자다운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거나, 30%대에서 안타깝게 져서 박근혜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웠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화살이 빗나가고 말았다.

노련한 사냥꾼은 아무리 사냥감이 많아도 반드시 그 중 한 마리만을 목표로 돌진하는 법.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전략이 그런 결과를 낳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점에선 아직 오세훈 전 시장의 전략적 연출이나 연기력이 숙성되지 못한 것 같다.

거세된 남성성의 표현, 깻잎머리

요즘 들어 유난스레 한국의 TV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이 앞머리로 이마가리기가 유행하고 있다. 거의 예외 없이 긴 앞머리로 이마와 한쪽 눈을 가리고 연기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떳떳치 못한 출생으로 인해 반항적인 삐딱이를 연출하기 위한 이마가리기였으나, 지금은 남자배우는 물론 일부 가수와 개그맨까지 비슷한 유행을 따르고 있다.

드라마에서 부정적이고 반항적인 배역에서는 앞머리로 눈을 가린 캐릭터가 어울리지만, 리더나 최고책임자로서의 배역에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을 절로 느낄 것이다. 관상학적으로 배역과 그 역할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인기를 끄는 드라마나 영화는 그 배우들이 맡은 역할이 그와 관상학적으로 잘 맞아떨어질 때이다.

흔히들 불황일수록 여성들의 치맛자락이 올라간다고들 한다. 인상학(관상학)적으로 볼 때 이런 얼굴가리기는 매우 불길하고 부정적인 징조로 본다. 그런 만큼 현재 한국 사회가 우울하고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예증이라 하겠다. 이런 일이 사회 전반으로 유행하기 때문에 문화심리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3공 유신시대에는 히피들의 장발이 유행하였고, 국가에서는 이런 암울한 폐습을 물리적으로 막았었다. 그 후 한국 경제가 번성하고 민주화되면서 장발은 저절로 없어졌었다. 당시의 장발과 지금의 얼굴가리기는 그 성격 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장발은 자유에 대한 갈망, 체제에 대한 반발에서 세대를 가리지 않은 유행이었지만, 지금의 얼굴가리기, 특히 청년들의 앞이마가리기는 불확실성이 팽배한 이 시대상의 반영이라 하겠다.

먼저 앞머리를 길러 이마를 가리는 것은 자기 것을 숨기고 싶다는 자폐적 성향을 보이는 행태이다. 차별이나 구박 등 개인적인 불안이나 피해 의식으로 당당하게 나서기보다는 뒤로 숨어들고 싶어 한다. 음모적이고 배반적인 본심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석으로 도피하려는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대체로 앞머리 전체를 길게 늘어뜨려 양쪽 눈을 다 가리려 한다. 이들은 모자를 쓰도 앞 챙을 푹 내려 자신의 눈을 깊숙이 감춘다.

다음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해서 이들은 항상 세상을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을 가진다. 반항적이고 배타적이어서 대개 독선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들은 성격이 까칠하고 편협하여 자만심이 가득하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항상 소수적 인간관계를 선호한다.

대개 삐딱이 훈수꾼의 삶을 즐기는 이들은 한쪽 이마와 한쪽 눈을 가린다. 보고 듣는 것의 반만 인정하겠다는 편협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당연히 의심이 많고 상대를 전적으로 신뢰하질 않으며 독선적이다. 깻잎머리의 원조인 히틀러를 떠올려보라.

가장 현실적인 원인으론 자신감 상실이다. 특히 지금의 젊은 세대가 주눅들어 가고 있으며, 궁색함에 빠져 있다는 상태의 반증이다. 청년 실업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음에 대한 절망의 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답답한 현실을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이를 타개할 용기와 배짱이 없기 때문에 잠시 성장을 멈추고 싶은 심리를 나타낸다. 자신감 결여를 앞머리로 감추고 싶은 것이다. 선글라스 혹은 가면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 앞머리로 이마가리기는 거세된 남성성의 상징이다. 애완용 수컷 강아지처럼 남성의 폭력성을 제거하여 중성화 내지는 여성화시킨 것이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정신 상실, 책임감 결여, 보호자가 아니라 피보호자로서의 동정 받고자 하는 나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남녀를 불문코 작은 얼굴로 귀엽게 보여 간택 받고 싶어하는 소심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귀와 볼까지 덮고 양 눈썹까지 가리되 두 눈은 오히려 더 반짝거린다.

한국 삐딱이들의 앞머리 기르기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인과 지식인들 중에도 앞이마를 가리는 사람이 많다. 요즘 뜨는 대표적인 깻잎머리 인물이 바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인지 절망인지 모를 애매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안철수와 박경철이다. 그 외에도 곽노현, 박원순, 유시민, 정운찬, 손석희, 김호기, 장하성, 박효종, 조 국, 장하성 등 몇몇 교수들이 이마를 가리거나 기울이고 있다.

재미있게도 TV토론에 나오는 인사들 중 사회자의 왼쪽에 앉은 진보좌파적 논객 중에 이런 머리를 한 사람이 많다. 대체로 비판적인 성향의 지식인들이 앞머리를 길러 심리적 엄폐물로 이용한다. 안전한 벙커(대학) 속에서 바깥을 감시하는 감시병처럼.

하지만 사회는 결코 무조건 자비롭지 않다. 사람은 위치가 바뀌면 이에 맞는 품격을 갖추는 것이 순리를 따르는 일이다. 이마를 가리고 출마하는 사람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제 얼굴 하나 바르게 디자인할 줄 모르는 인간이 무슨 조직을 관리하고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대통령은 고사하고 절대 조직의 리더로서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지나치게 비판적인 사람을 막상 수장으로 세우기엔 불안한 것이 사람들의 심리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전문 훈수꾼과 삐딱이의 말에 재미있어는 하지만 결코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공격을 받는 쪽에 서고 싶은 게 인간의 솔직한 욕심일 것이다.

깻잎머리 하나 때문에 포용력이 부족하여 남들과 화합하기 쉽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상대를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고 항상 고개를 삐딱하게 뒤로 젖혀 시선을 아래로 깔아 비스듬히 쳐다본다. 상대를 아주 기분 나쁘게 하여 주는 것 없이 미운 상을 하고 있다. 이런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는 얼굴로는 절대 좋은 직장은 물론 능력 있고 당당한 배우자를 못 만난다.

어쩌다 최고직에 올라가도 그 머리 모양을 바꾸지 않으면 곽노현 교육감처럼 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다. 해외 선진국에서라면 이런 인간들은 절대 점잖은 집에 초청받아 저녁 한 끼 못 얻어먹는다. 당연히 어느 사교클럽에도 초청 못 받고 왕따 당한다. 밥맛 떨어지고 재수 없어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매너에서는 빵점이다.

이마는 잘생겼든 못생겼든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 요즘 급격히 뜨고 있는 문재인은 이마를 가리지 않을뿐더러 염색도 하지 않았다. 당당하고 관록 있고 솔직해 보인다. 만약 검게 염색만 했더라도 지금 인기의 절반도 못 얻었을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예전에 살짝 가리던 이마를 지금은 훤히 드러내고 있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나치게 출세욕과 과시욕이 강한 사람은 앞머리를 최대한 높이 세우려 한다. 인간의 본능이 그렇다.

얼굴성형은 물론 걸음걸이, 옷매무새 하나에서도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그렇게 가꾸면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기 마련,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다. 귀한 상을 지녔다고 무조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좋은 인상과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은 고집이나 습관 하나 때문에 운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음울한 세기말적 현상

전체적으로 이런 이마가리기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으로 보일뿐더러 뭔가를 감추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 해서 굳이 관상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그들의 운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 대체로 이런 모양새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이후 별로 주목받지 못해 크게 대성한 경우가 거의 없다. 당연히 그 드라마도 큰 성공을 못 거둔다.

굳이 가수나 탤런트가 아니더라도 애써 얼굴을 가려 젊어 보이게 하여 젊은 세대들의 인기에 연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지적 성장은 물론 사회적 성장까지 멈춘다는 사실을 정작 본인들은 깨닫지 못한다. 앞머리는 그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운의 높이를 결정한다.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그만큼의 자신의 운(運)을 포기하는 것이다. 멋 낸다고 이마 선을 내리거나 기울이는 것은 제 스스로 운을 깎아내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이마가리기 유행의 시작은 음울한 일본 만화 주인공인데 그걸 한국 드라마가 베끼고 있는 것이다. 세기말쯤에나 나타나야 제격인데 요망하게도 뒤늦게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로 보건대 한국이 앞으로 빠르게 일본을 뒤따를 것이다. 어쩌면 일본보다 더 빨리 국가가 노쇠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쨌거나 부동산 투기, 과외 열풍처럼 이 앞이마가리기도 한류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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