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덕 본부장

보수세력 외면하고 출전 포기한 한나라당은 패배를 언급할 자격조차 없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예고됐다. 당지도부 상당수 인사들이 패배가능성에 대해 이미 인지했다.

이번 재보선 지역중 전남 순천의 경우 한나라당은 출전조차 시키지 못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3월 23일 광주에서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과 원희룡 사무총장이 기자들 앞에서 4.27 순천보선에 한나라당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어긴 것이다. 약속을 어긴  대상은 호남의 한나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수성향의 유권자도 포함된다. 일각에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반대로 공천을 포기했다고 한다.  “왜 패배 의석수를 한석 늘리려 하냐”는 것 이었다고 한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전남 순천에서 한나라당 출마자가 패배할 것을 뻔히 알면서 무리하게 출전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 대표와 지도부의 판단이었다.당시 순천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모 인사는 공천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당의 방침이 ‘출전포기’로 정해진 탓에 결국 눈물을 삼키고 말았다.

전쟁에 나선 장수가 패배를 두려워 해 출전조차 시키지 않은 지역이 바로 순천이었던 것이다. 그 덕택에 종북성향이 강한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야권연대' 라는 명분하에 어부지리로 당선됐다.그러다보니 호남에서 한나라당은 싸울'전의' 조차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혔다.

보수우파세력을 대변한다는 정당이 그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이러저리 기웃거리는 것도 모자라, 정당 본연의 임무인 선거에 후보조차 못낸 상황이 집권 4년차 된 대한민국 여당의 현 주소다.

 '산토끼 잡을려다 집토끼 놓친' 우를 범한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서울수도권의 민심도 한나라당을 외면한지 한참됐다. 서울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기 바쁘다. 지역주민들에게 미리 눈도장이라도 찍어나야 선거 때 체면치레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보수를 따지기 앞서 지역구 예산 챙기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러다보니  '이념과 안보문제'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로 치부된다.

불과 몇 개월전 연평도가 포격을 당하고 천안함이 침몰 1주년 행사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국면에서 대북안보의식과 국가정체성에 대한 이슈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들이 쉽사리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이라 그럴까? 아니면 다른 지역발전 공약이나 이슈에 파묻혀 제대로 된 약발이 받치지 않아서 일까? 

현 정권은 어차피 보수세력은 죽으나 사나 한나라당을 찍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에서 ‘중도’를 정권의 핵심이념으로 표방했다.때로는 좌파진영에 은근 슬쩍 커밍아웃까지 해가며 우파진영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게 교육계 문제로 전교조 문제에 대해선 지난 4년간 아무런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오랫동안 전교조 문제로 싸워온 한 인사는 "이럴려면 정권을 왜 잡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얘기를 서슴치 않고 토로하고 있다.오죽하면 조갑제씨가 최근 재보선 선거결과를 두고 “이 대통령이 퇴임하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을 정도다. 

보수우파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정권이, 정권유지에 가장 큰 지원세력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산토끼 잡겠다고 집토끼를 놓치고 있는' 형국이다.

지지세력 외면한 정당의 말로가 어떤지 보여준 선거가 바로 '분당선거'

한나라당이 분당서 지고 강원도에서 진 이유는 간단하다. 분당의 오랫동안 버팀목이 되어왔던 지지층이 더 이상 한나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고, 보수성향의 강원도민들이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한 한나라당을 지지할 아무런 근거도 없어진 것이다.

이념적 정체성도 애매모호한 한나라당은 물위에 뜬 부초처럼 여기저기 떠다닌 정당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분당에서도 치이고 강원도에서도 치였다. 순천에서는 후보조차 내지않아 종북주의자 당선에 일조했다.

한나라당 정권에서 좌파세력들의 견고함은 굳건해졌다.민주노총,전교조 등을 중심으로 한 좌파세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사회적이슈로 선점해 기득권층을 겨냥해 칼끝을 들이댔고 약점을 노출시켜, 이 모든 책임을 이명박 정권과 연결시키는 선전선동술을 전개했다. 

선거 며칠전 부터 인터넷은 물론이고 트위터를 통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고, 온갖 루머를 퍼뜨리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20대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30-4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냈다. 

수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좌파진영 트워터리안들은 트윗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의료보험료 문제점 등을 계속해서 제기했고, 이런 문제점은 투명지갑인 젊은 직장인들에게 파고들어 불만을 심화시켰으며, 그들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지층을  결속시켰다.

그러는 동안 한나라당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 일말의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2007 한나라당 대선승리에는 보수층의 정권교체 열망이 초석"

한나라당이 야당인 4년전인 2007년,  전남 신안.무안지역에선 4.25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때는 바야흐로 노무현 정권 말기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극에 달했고, 100년 간다는 열린우리당이 분열되기 일보직전 상황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고향이나 다름없는 전남 신안.무안지역에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등에 업고 출마한 인사는 다름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이었다.김홍업에 맞설 상대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DJ의 고향에서 DJ 아들에 맞설 인사가 과연 누가 있겠는가?

따라서 김홍업 후보의 당선은 누구나 예측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은 이같은 상황에 과감히 맞서 광주 출신 강성만 후보를 김홍업의 맞상대로 출전시켰다.

선거 결과 강성만 후보는 5748표를 얻어 11%를 득표하는데 성공했다. 이 득표율은 1996년 한나라당이 창당이후 호남에서 10%이상 득표한 것은 처음이고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민자당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만에 최초일 정도로 선전한 것이다.반면 일방적인 우세가 점쳐졌던 김홍업 후보는 49%를 득표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무소속 이재현 후보는 32%를 득표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신안.무안 지역에서 이런 선전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호남에서 반한나라당 정서가 희석된 점도 있었지만, 좀 더 중요한 것은 보수층에 기반을 둔 당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나 노무현 정권에 염증을 낸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었다.

그런 열망속에 DJ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지역에 강성만 후보를 출전시켰고, 그 결과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8개월 뒤에 실제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지금 상황이 당시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집권'이란 강보에 싸인 한나라당은 싸울 힘도 없고 싸울 기력도 소진했다. 이 상태로 가면 2012년 대선결과는 눈에 보인듯 훤하다.과거 노무현 정권말, 열린우리당이 실정을 거듭한 끝에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준 것처럼 지금 그떄처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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