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추진한 공공조형물의 실패사례 꼼꼼히 따져봐야...
유기적으로 변화가 가능하고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테마의 아이템 선정 고려

(데일리저널=정기원 기자) [기획] 광양시 관광 활성화를 위한 랜드마크 조성 계획 ··· 이순신 초대형 철동상 건립 추진 (상)편에 이어 기존 공공조형물의 사례와 관광 트렌드에 맞는 방향에 대해서 살펴본다.

지자체의 공공 조형물 실패 사례를 보면, 현재의 단순한 콘텐츠의 대형 철동상의 계획이 실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세계 최대 규모 동상이었던 관우상은 많은 비판에 해체 이전되었다. / 중국 징저우시
세계 최대 규모 동상이었던 관우상은 많은 비판에 해체 이전되었다. / 중국 징저우시

세계 최대 규모 동상으로 유명했던 중국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荊州)시에 있었던 관우상. 

징저우시는 지난 2016년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1억 7천만 위안(약 304억 원)을 들여 높이 57m, 무게 1,200톤에 달하는 관우상을 건립했다. 

그러나 관우상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 지역 특색을 없앤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관우상의 높이가 관련 규정을 위반했으며 고성의 풍모와 역사적인 가치를 훼손했다"며 시정을 통보했고 징저우시는 결국 관우상 해체 이전을 결정했다. 

관우상은 장저우 시내에서 8km 가량 떨어진 뎬장타이로 이전됐고, 이전비만 1억 5,500만 위안(약 278억 원)이 들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또다시 일었다.

'세계 최대'란 타이틀이 관광 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착각하고 각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공공 조형물에 '세계 최대' 타이틀을 달기 위해 초점을 맞춘 결과 흉물로 전락하거나 진행이 유보된 경우가 많다.

충북 영동군은 지난 2010년 2억 3천만 원을 들여 무게가 7톤에 이르는 초대형 북을 만들었다가 활용방안이 없어 방치했다.

충북 괴산군이 5억 원을 들여 제작한 대형 가마솥은 현재 방치된 상태이다. / 충북 괴산군
충북 괴산군이 5억 원을 들여 제작한 대형 가마솥은 현재 방치된 상태이다. / 충북 괴산군

또한 충북 괴산군은 지난 2005년 5억 원을 들여 제작한 대형 가마솥이 세계 최대를 내세워 기네스북 등재를 꿈꿨지만 호주의 그릇이 더 큰 것으로 확인돼 현재는 방치되고 있다. 

전북 무주군은 72억원을 들여 향로산 정상에 높이 33m짜리 '태권브이' 동상 건립을 세우려다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비판이 일자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경북 포항시도 3억원을 들여 포항공항 입구 삼거리에 '은빛 풍어' 조형물을 세웠지만 10년 만에 철거됐다.

지금까지의 세계 최대 및 대형 상징물들은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꼼꼼한 사전조사 없이 만들어지면서 혈세를 낭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 상징물을 탐내는 이유는 대체로 관광객 유입 등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취지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해 인구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시군은 그야말로 절박하지만 혈세가 들어가니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또한 벤치마킹 사례로 브라질의 예수상, 몽골의 징기스칸 동상을 드는데 이 두 동상의 경우 국가적 차원의 대표 콘텐츠로 지자체에서 추진할 수 있는 랜드마크와는 성격적으로 다르며 요즘의 여행 트렌드를 볼때 해당 국가에 관광으로 방문하려는 여행객의 주목적이 아니며 여행의 한 꼭지는 될 수 있다.

광양시가 밝힌 세계 최대 규모의 이순신 장군 철동상 건립 계획이 급변하는 관광 트렌드에 대응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이유이다.

지자체에서 상징물을 만들 계획이라면 지역의 상징성, 역사, 문화, 스토리텔링 등이 충실한 산출물을 통해 빛을 볼 수 있으며 방문하는 각 계층의 방문객이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섬세한 타겟팅이 필수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2023 관광 트렌드 / 한국관광공사 제공
빅데이터를 활용한 2023 관광 트렌드 / 한국관광공사 제공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국내관광 트렌드로 제시한 '모멘트(M.O.M.E.N.T.)'는 펜데믹 시대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일상의 매 순간이 여행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의 즐거운 여행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와 함께 주목되는 다양한 여행 형태로 ▲로컬관광 ▲아웃도어·레저여행 ▲농촌여행 ▲친환경 여행 ▲체류형 여행 ▲취미 여행 등 6개의 테마를 선정했다.

예전과 같은 스페이스 마케팅을 통한 일방적인 대표 관광지 및 랜드마크 방문의 형태가 아닌 개인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가 트렌드인 것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들어선 초대형 벨리곰 조형물. 설치되자마자 첫날 주말에만 55만명이 몰렸다. / 롯데타워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들어선 초대형 벨리곰 조형물. 설치되자마자 첫날 주말에만 55만명이 몰렸다. / 롯데타워

롯데홈쇼핑이 롯데타워 앞 광장에서 지난 3월 말부터 4월까지 시민들을 위해 ‘인증샷 성지(聖地)’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공공전시 프로젝트 ‘어메이징 벨리곰 해피 B-DAY’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의 캐릭터로 SNS등에서 인기가 많으며 첫날 주말에만 55만명이 몰렸다. 

해당 공간과 주변은 수년 전부터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형 전시물을 트렌드에 맞게 주기적으로 변화하여 국내외 관광객이 필수 방문하는 코스로 인식 되어있다.

점점 더 유니크하며 꼭 보러 가고싶을만큼의 트렌디한 콘텐츠와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려는 경쟁이 민·관 모두 치열해지고 있다.

공공조형물 관련 한 전문가는 "세밀한 검토없이 추진된 공공조형물 실패 사례는 상당히 많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공공조형물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는 것이 의아하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이 처럼 단순한 거대 동상이 아닌 유니크하면서 다양한 테마 및 콘텐츠와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테마의 아이템을 선정하고 유기적으로 변화가 가능해야한다."라며 "최신 트렌드에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여 필수 방문하는 성지(聖地)의 공간구성이 되어야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