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중 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관
신재중 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관

민주당의 역사는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었던 한민당부터 지금의 민주당까지 아우른다. 지난 독재.군사정권시절 때의 민주당은 민주화 투쟁을 했던 민주투사들의 터전이었고 산실이었다. 그리고 민주화 투쟁의 선구자였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고통과 고난을 동반한 정치역정 역시도 민주당을 모태로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군사정권인 노태우 정권의 탄생을 막지 못한 양김 단일화의 실패는, 민주당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며, 양김의 정치터전이 각각 달라지게 된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 간 김영삼 총재의 3당 합당으로 민주당은 반 토막이 되었고, 홀로 야당을 지키는 김대중 총재는 평화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정통 민주당의 맥을 이어간다. 그래서 김대중이라는 이름이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말들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양김을 함께 비난했던 노무현, 이기택, 김정길 등이 만든 꼬마민주당이 생겨난다. 그 후 꼬마민주당은 정치세력화에 실패하면서 재야 세력과 함께 평화민주당과 결합해 새로운 민주당을 재창당하게 된다. 비난은 했지만 정통민주당을 지키고 있는 김대중 총재를 중심으로 야권이 통합하게 된다.

하지만 1992년 김대중 민주당 대선후보의 낙선과 정계은퇴는 민주당을 무주공산으로 만들어 버린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 총재는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해 아.태평화재단을 창단을 한다. 그 이후 김대중 총재는 1995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은 새정치국민회의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김정길 등은 김대중 총재를 비난하면서 또 다시 국민회의와 결별을 하며, 국민통합추진회의를 만든다.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를 거부한 노무현과 통추회원들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대부분 낙선을 하게 된다.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정치 낭인이 된 노무현과 통추회원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총재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된다.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냉정한 정치권에서 정치세력이 없는 노무현은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 뿌리에 곁붙이기를 시도한 것이다. 마지막 대선 후보가 된 김대중 총재에게도 부산의 노무현은 큰 도움이 되었기에 성사가 된 것이다.

마침내 김대중 총재는 그 험난한 역정을 거치며 1997년 12월 국민회의 당명으로, 헌정사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며 대통령에 당선 된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아 새천년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게 되면서 민주당의 역사는 이어진다.

김대중 대통령과 국정을 함께 했던 새천년민주당은 국민의 재신임을 받으며, 어렵게 후보가 된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면서 정권을 재창출 한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정통 민주당의 역사는 여기까지였다. 노무현의 곁붙이기가 성공을 하면서 정통민주당의 본 뿌리는 생명력을 잃으며, 여러 갈래로 분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본래 태생이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계였던 노무현은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에서는 비주류였다. 하지만 비주류가 대통령이 되면서 주류가 되었고, 새천년민주당의 주류와는 어차피 물과 기름이었다. 그 때부터 노무현식의 따로 정치는 시작하게 되고, 노무현만의 정당인 열린우리당이 새로 탄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역시 김영삼 대통령과 똑 같은 방법으로, 호랑이를 잡으러 잠시 호랑이 굴에 들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정권연장이라기 보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민주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소멸을 알리는 신호탄 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이 깃든 새천년민주당을 뛰쳐나가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권력을 앞세운 창당 작업에 속도를 붙힌 친노 세력은 불과 10개월 만에 열린우리당을 새로 창당하며, 노무현의 정신을 기치로 그 첫 발을 내 딛는다.

모든 세력을 빼앗긴 김대중 대통령의 뿌리가 있던 새천년민주당은 집권여당의 명패를 내주며, 소수의 야당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만다. 한화갑 대표와 이낙연, 추미애등 12명의 국회의원과 새천년민주당을 지키겠다는 소수의 본류만 남고, 나머지는 권력을 쫓아 열린우리당으로 합류해서 떠나 버린 것이다. 추미애의 삼보일배를 마지막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은 정치권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삼대통령 보다는 한 단계 더 냉정하고 무서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는 전법은 같았는데, 호랑이를 잡고 난 후의 정치는 판이하게 달랐다는 거다.

김영삼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은 후, 그 호랑이 굴을 자신의 터전으로 삼아서 정치권력을 유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은 후 자신이 몸담았던 터전을 곧바로 초토화 시켜 버리고,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당을 스스로가 죽여 버린 것이다. 배신과 배반이 난무한 정치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 주었던 것이다. 민주당에서 배신과 배반을 말한다면,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정통민주당의 맥을 끊어 버린 그 정치행위 자체가, 첫 번째 시발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권력을 잡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철학이 다른 김대중 대통령을 더 이상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 징조는 당선자 시절부터 이미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생의 한이 되어 버린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함으로써, 정치철학이 다름을 퇴임을 준비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란 듯이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집권 내내 김대중 대통령의 충신들을 배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이 경선을 함께 했고, 새천년민주당 대표로서 노무현 당선자에게 당선증을 준 리틀 DJ 한화갑 전대표가 된다. 아마도 서로가 정치이념이 다른 주류와 비주류라는 관계였기에 피할 수 없는 결과였으리라 생각된다.

정당은 이념과 사상이 맞는 사람들이 정강정책을 만들어 정권을 쟁취하는데 목적이 있다. 정당의 존재가치 이유이기도 한다. 새천년민주당의 정강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이 모태가 된 정당이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정치를 시작하고 배웠던 정치인들이 주류가 된 정당이다. 그 중에는 태생이 다른 곁붙이기를 한 노무현과 같은 비주류도 있었다.

그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모태가 된 정당이고, 친노라 불리던 정치인들이 주류가 된 정당이다. 그 중에는 정치권력을 따라 간 새천년 민주당의 주류였던 정치인들이 비주류가 되어 있었다.

지금의 더블어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의 주류들이 포진한 친노,친문의 정당이 되면서 "우리끼리"가 주인공이고, "내 사람이 먼저"인 패거리 정당이 된지가 옛날이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투쟁을 하며 정치를 함께 했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친노,친문의 타깃이 되어 출당과 탈당을 함으로써, 정치 낭인이 되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민주당이었던 새천년 민주당의 주류였던 권노갑, 정대철, 정동영 등 정치 낭인들이 다시 민주당에 복당이 되었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원팀을 강조한 결과라고 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배신자들이라 눈에 불을 켜고 목소리를 높였던 친노,친문과 대깨문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가 않는다. 정권교체라는 민심 앞에서 권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한 심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자주 통용이 되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고,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는 비겁함과 냉정함를, 다시 한 번 실감나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간절함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는 하늘이 용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대선패배에 대한 친노와 친이 그리고 이낙연의 책임론과 안철수의 국민의 당으로 전향을 했던 민주당원들의 입당으로 당내의 알력과 갈등은 피할 수가 없고, 다음 달부터 진행 될 지방선거 공천에서부터 여러 가지의 심각한 갈등이 나타나리라 예상이 된다. 모두 떳떳하지 못하기는 대차반일 것이다. 하지만 갈등과 다툼을 통해서 정통민주당의 맥을 찾게 될 수만 있다면, 그 싸움은 명분이 있는 싸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다시 민주당에 복당을 하게 된 정통 민주당의 본류에 해당되는 분들은, 친노.친문과 586운동권 세력들이 뿌리 내린 썩은 잔뿌리들을 깨끗이 걷어 내고, 용서와 화해를 통한 대국민 통합을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혼이 담긴 정통민주당의 뿌리를 다시 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역할을 다 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데일리저널=신재중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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