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라면 관(棺) 장사하지 말고 자기주장을 얘기하라"

21일 순천 동부웨딩홀에서 개최된 한명숙 전 총리의 북콘서트.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순천을 방문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 모두가 하나돼 2012년에는 악의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에 서서 정권교체를 이뤄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구현하고 행복시대를 열기위해 대표에 나서려 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전남 순천 동부웨딩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은 무슨 높은자리에 올라 권력을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정부 10년 성과를 되찾아야 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나를 도구로 써달라는 의미에서 대표에 출마하게 됐다"고 대표출마의 의미를 그날 행사장을 찾은 인사들에게 밝혔다.

한명숙씨가 그날 행사장에서 한 얘기들을 들어보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죽기 전에 본인에게 했던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섞어가며 김대중-노무현을 이용한 홍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면, 그 옛날 시골촌에 있다가 출향한 인사가 다시 그 촌에 내려와 사랑방 화롯불 근처에 둘러앉은 시골촌부들 앞에서 서울서 겪은 여러 경험담을 그럴싸하게 꾸며가며 들려주던 얘기가 생각난다.

 "내가 한양에 있을때 임금의 부마되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더라" "임금이 어느날 지나가던 나에게 이런 요청을 하더라" 하며, 약간의 거짓말을 섞어 은근히 자기자랑도 하고 과시하며 촌부들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그 옛날 '사랑방'  말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당 대표에 출마한 사람으로서 표를 얻기위해 있는 말 없는 말 섞어가며 자기입맛에 맞게 박근혜든  그 누구든 대권주자와 비교하고 얘기하는 것이야 자유겠지만, 시골촌부 앞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관(棺) 장사는 그만하고 본인 생각과 사상을 얘기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를 하는 또다른 이유는, 한명숙씨가 들먹이는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별반 없기 때문이다.

한명숙씨 말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이명박 정권 타도를 애둘러 표현하고 있는데, 그게 그 분들의 '정신' 이다는 것인지 나로선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

게다가 정작 그 분들이 대통령 재임당시 추진했던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 노선에 대해선 이렇다할 언급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정작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나 한미관계 문제에 대해선 누구보다 개방적인 입장을 취한 대표적인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야에 대해선 말한마디 없이 오로지 정권교체가 전직 두분대통령의 정신인 것처럼 둘러쳐서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에서 민노당으로 당선된 김선동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내내 김대중과 노무현을 팔고 다녔다. 거리 곳곳유세 현장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을 부르짖더니 국회의원이 되서는 외교통상위에 들어가 김대중 대통령 정신과 상반된 사실상의 '반미운동' 을 주도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의사와는 무관한 한-미FTA 반대에 앞장섰다.

필자는 한명숙씨가 이렇게 전남 순천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을 팔고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한마디로 호남사람들이 '봉' 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민주당의 경우 호남을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노선을 취하고 있는 세력이 염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친노인사들로부터 배척당하고 무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은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그간 일궈왔던 사업부분에 대해선 폐업조치를 단행하는 대신 다른 분야를 인수합병 조치를 단행했다. 그 와중에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켜왔던 사람들은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와 있지만, 이들은 혹시나 하며 별다른 저항을 하고 있지 않다.

문제는 호남의 10석 이상을  종북세력인 민노당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호남의 지역구가  약 30석인 점을 감안한다면. 1/3 이상이 넘어갈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총선에서 호남을 '종친초' 세력인 통합진보당에게 넘겨주고 그 댓가로 대권후보를 보장받을려는 뒷거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인한 피해자는 호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통합이란 명분하에 그간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왔던 세력들에게 지금은 구조조정 상황이니,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당의 주요 자산과 가치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과 같다.마치 상황이 어렵다하여 국내 순수자본으로 일군 외환은행이나 국내 굴지의 국영기업을 론스타 등 외국펀드에게 팔아치운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자산과 가치를 판 댓가로 자본확충은 이뤄지겠지만, 그 기업은 국내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정통 세력들이 지켜온 민주당 정통노선과 가치는 친노좌파, 혹은 종북세력에게 싼 값에 팔려 버렸다.

회사를 팔려면 회사의 이해관계인인 주주· 임직원· 채권자·영업총판이나 대리점 등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동의절차 역시 공정한 표결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지만 일전의 전당대회는 그렇치 못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 당에 몸담아왔던 임직원이나 영업거래처 등 생계문제에 대해선 전혀 고려치 아니하고 일부 주주들간 합의로 회사 지분을 넘겨주고 회사주력 제품을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회사주력제품을 팔고 본사에 그 모든 것은 의존해 왔던 일선 영업조직이나 대리점주 등은 하루아침에 길에 나앉을 판이다.

그 최대피해자가 바로 호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호남에선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런 기류에 대해 대항할 힘조차 갖추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이 결코 낫지 못하다는 것도 이미 입증됐다. 한명숙씨가 방문했던 순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양질의 후보들을 놔두고 품질이 떨어진 세력을 공천하다보니 결국 김선동과 같은 '최루탄' 의원이 등장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대정신에 대한 언급은 말한마디 없이 오로지 김대중-노무현 팔기에만 급급해 있으니, 이 상태로 간다면 다음 국회에는 최루탄이 아닌 진짜 수류탄이 등장하리라고 누가 장담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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