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구례 공무원은 서울대법인화법을 준수하라

▲ 박종덕 본부장

지역에 대한 지나친 애착은 자칫 국가에 대한 항명으로 비칠 수 있다.

백운산과 지리산의 서울대 무상양도를 둘러싼 지방공무원들의 편향된 정치의식이 도를 넘었다.

지방정치에 예속돼 국가와 정부에 대한 기본 개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지역이기주의에 매물된 채 애국심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국가관마저 사라진 것이다. 현행법을 무시하기 일쑤고 이미 시행령제정까지 이뤄진 법률을 부정하며 반대투쟁을 부추키고 있다.

지방의회는 더이상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를 비난하고 현행법 타도를 부르짖는 단체들과 한통속이 되어 지역여론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  

그런 와중에 터무니없는 선동적 억지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리산을 구례 군민의 산으로 주장하는 태도이다.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억지인 그 주장은 29일 오후 구례군 산림과장의 통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구례군 과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례군민이 지리산을 오랫동안 관리해왔기 때문에 지리산은 구례군민의 소유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말씨름을 한 적이 있다. 애향심의 발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으로서 국가관도 없고 소유권에 대한 논지도 없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수백년전 혹은 그 이전에 광양 백운산이나 구례 지리산은 그 누가 들어가서 살 수 없었던 산으로서  그 당시에는 당연히 나라를 다스렸던 '왕의 땅' 이었을 것이다.

그런 땅이 근대 정부조직이 생기고 국가개념이 나오면서 당연히 국가, 혹은 정부의 땅으로 넘어왔을 것이며, 그 와중에 도로가 뚫리고 산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지금은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의 여건을 갖춘 산으로 변모한 것이다.

'정부론' 이란 책을 쓴 로크의 권력과 정부의 태동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안전장치 차원에서 서로간의 사회적합의에서 권력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를 구성한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그 권력을 누구에게로 위임할 필요가 있었고 그 위임받은 권력이 바로 의회나 정부에 해당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한 사회계약에 의해 정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정부가 바로 산림청을 두고 지리산의 산림을 관리하고 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두고 지리산 생태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있고, 서울대를 통해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의 산림을 연구가치가 있는 산으로 보고 오랫동안 연구를 시켜왔던 것이다.

이 모든 게 구성원들간 사회적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좁게는 지역민들이 넓게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국민들의 사회적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국회가 그런 기관들을 관리해왔고 그 기관들이 바로 지리산을  관리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해방이후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없다가 느닷없이 서울대로의 양도문제가 불거지자 지금까지의 그런 '사회적합의' 를 무시하고 서울대가 연습림으로 해왔던 그 모든 연구성과를 부정하며  구례에 붙어 있는 산이니 구례군민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물론 구례군민들의 입장에선 어렸을때 부터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마치 정서적으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친밀한 산 일 것이다. 한편으로 그런 애정이 깃든 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서울대학교에게 넘겨주는 문제를 놓고 항의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는 대목이다.

서울대와 산림청은 산의 이용목적이 다르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

법인화되는 서울대학교는 사립대학이 아니다. 엄연히 정부예산을 지원받고 이사회에 정부측 인사가 참여한 사실상의 정부산하 기관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정부산하기관인 서울대학교에 왜 지리산과 백운산을 넘겨주느냐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문제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넘겨받을 기관이 그 산에 대해 전문기관이 아니거나, 아니면 단순히 재산증식수단으로서 그 산을 소유하려고 한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고 당연히  그런 기관에게 산을 넘겨줘선 안된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한 여러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서울대학교는 일본 동경제국대학이 연습림으로 사용했던 백운산과 지리산에 대해 그 어떤 기관보다 학술적차원의 전문성이 확보된 기관이다. 또한 수십년간 각종 연구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미국의 농과대학 역시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연습림을 갖고 있어 연습림 자체를 탓할 이유는 못된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대는 '산의 효율적 이용' 이라는 면에선 산림청보다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선 양도는 안된다는 것이고 대부해서 사용해라는 것이다.즉, 공짜로 사용하게 해줄테니 빌려서 써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일리있는 얘기이고 충분히 공감가는 얘기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남부학술림 캠퍼스를 건립하고 각종 연구단지를 개발하고 숲을 이용한 각종 건강프로그램과 지역민의 소득에 도움이 되는 산학협력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어떤 게 과연 타당하다고 보는가?

서울대로 양도가 이뤄진 상태에서 확실한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산림청의 땅에서 서울대가 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너무나 복잡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림청에서 산을 보유한 목적은 서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산림청의 존재아유가 산림의 보존에  있다면 서울대 연습림의 경우는 산림자원의 다양한 연구에 있다. 단순보존과 연구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마디로 산도 산 나름인 것이다.

지리산은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대 등 여러 국가기관에서 다른 목적으로 각각 산을 관리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거늘, 이를 알만한 분이 산 주위에 구례군민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지리산은 구례군민 땅' 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 나 다름없다. 그런 논리라면 지리산에 접해있는 남원,산청,함양,곡성등 지리산권 주변의 모든 지역들 모두  지리산의 산주인이라고 나설 판이다.

오랫동안 지역과 인접해 있는 산이 서울대학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역민의 의사를 담아 땅주인인 국가에게 조언이나 요구사항을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경우는 그런 조언 수준을 넘어 아예 객(客)이 주인노릇을 할 수준까지 왔다. 도가 지나친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관리를 해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동경제대부터 학술림으로 사용한 땅을 해방이후 넘겨받아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관리를 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이런 억지가 난무한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지역에 살다보니 자기지역만 최고라고 생각하고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 식의 주장이 판치면 국가와 정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공무원들마저 이런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잘못 정착됐기 때문이고, 아울러 대개 이런 착각을 하는 공무원이나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의 취지를 담은 지방자치법이나 지방재정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는 지방자치단체를 마치 정부조직으로 착각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무지한 이들은 지방의회 역시 마치 국회나 다름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무지' 라는 프레임에 갇힌 탈출구 없는 무상양도 반대 주장

이런 저런 논란보다 우리에게 좀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관이 우리 지역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고 그에따른 선택이다.

수십년간 그 땅을 관리해 온 서울대로선 당연히 서울대 법인화법에 따라 그 땅을 양도받고자 할 것이다. 반면 지역민의 입장에선 그 땅을 서울대로의 양도대신 국가가 그대로 소유하여 관리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서울대와 지역이 무상양도 문제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타협점을 모색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대는 지역과 같이 갈 수 있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상생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캠퍼스를 통해 대학원과 최고경영자 과정, 평생교육원 분원,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러 멘토링 과정과 리더십과정, 지역민과 건강체험 프로그램, 지역민과 임산소득을 증진할수 있는 연구개발 지원, 서울대 브랜드활용각종 수익사업 지원, 국립생태원 분원설치,이밖에도 다양한 연구기관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계획단계이기는 하지만, 서울대가 자발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이런 대안을 제시한 만큼 지역에선 서울대의 이런 타협안을 갖고 진지한 검토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투쟁을 이끌고 있는 단체는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를 위한 반대' 만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에서 반대데모를 이끌고 있는 단체들은 서울대의 이런 제안에 대해 '사기행위' 로 단정짓고, 광양시 관련 공무원들은 이들과 매일 은밀한 결탁을 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대가 제시한 이런 제안에 대해 검토는 커녕 지역에 이런 제안내용이 알려질까봐 쉬쉬하며 숨기고 있다. 이는 역으로 서울대 제안내용이 지역민에게 알려지면 지금껏 유지해왔던 반대여론이 무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명이 도를 넘게 되면 반란이 된다.

국가의 안녕질서와 국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가 본연의 임무인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가 제시한 절충안마저 거부한 채 거리투쟁에 나서고 있는 이들의 의도가 진정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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