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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창수 2018 개인전, '진경(眞景)에서 길을 찾다'김찬호, "남종산수화의 창조적 계승...진경(眞境)으로 나아가다"
손은수 취재부장 | 승인 2018.09.05 22:01

남종산수화의 창조적 계승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남종화의 시작은 소치 허련(小癡 許鍊, 1809~1892)이다. 미산 허형(米山 許瀅, 1862~1938)에 이어,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1891~1977)과 남농 허건(南農 許楗, 1908~1987)으로 나누어지고, 현재까지 남종산수화의 화맥이 이어지고 있다.

허백련 문하의 대표적인 작가는 옥산 김옥진(沃山 金玉振, 1927~2011), 옥전 강지주(沃田 姜智周, 1936~)등이다. 허건 문하의 대표적인 작가는 아산 조방원(雅山 趙邦元, 1926~2014), 전정 박항환(田丁 朴亢煥, 1947~)등이다.

작가 박창수(朴昌洙, 1970~)는 스승이 옥전 강지주로 의재 계열의 화풍을 이어받았으며 그의 고향은 남종산수화의 본령인 운림산방이 있는 진도이다. 진도는 근현대 미술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예향으로 남종화가 뿌리를 내린 곳이다.

박창수는 남종화 계열의 문인산수를 실경 소묘식으로 풀어낸 작가이다. 그는 소묘식의 수묵 필법이 직준(直皴) 골법을 통해 운용되고 있으며, 담묵과 절제된 채색으로 간솔함을 보여준다. 직준과 미점법(米點法)은 허백련이 즐겨 사용한 표현법이다.

작가는 작품관에 대해 “겸재는 그 시대의 진경을 추구했고, 나는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진경을 추구한다. 산수자연을 매일 출근하듯이 다니면서 자연이 곧 화폭이고, 나에게 각인된 순수 자연의 심상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현장에서 작품을 임하는 모습은 처연하다. 자신과 싸우며 2미터가 넘는 화판을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자연에서 얻어진 대상에 대한 자기만의 이미지의 원형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다.
형호(荊浩)는 『필법기(筆法記)』에서 “그대가 운림산수를 즐겨 그린다면 먼저 물상의 근원을 알아야 한다. 즉 나무가 생을 사는 것은 그 천성을 받아서 되는 것이다(子既好寫雲林山水 須明物象之源 夫木之生 爲受其性)”라고 말했다.

산수를 그릴 때 먼저 물상의 근원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고유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말한 것으로,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과 주변의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말한 것이다. 작가는 같은 곳을 수십 번 다니면서 찾고자 하는 곳의 이상적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만의 진경(眞景)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 박창수는 “현장이 곧 화실이다. 대상의 감흥을 응축해 화폭에 담아내어 자기 진정을 드러내는 자연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듯 작가는 직접 현장을 찾아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밀도 있는 작업을 통해 물상의 본질을 파악하여 화폭에 담아내고, 또 과감한 생략으로 사물의 근본 물성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함축해 화폭에 드러내고 있다.

진경(眞景)에서 길을 찾다

진경(眞景)은 참된 경치를 말한 것으로 실지 산수를 화폭에 사진처럼 재현해 놓은 산수가 아니라, 주관성이 개입되어 작가가 바라보는 자연에 대한 이해가 작품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형호는 “형태만을 닮은 그림이란 그 형(形)만 취하고 기(氣)를 잃어버린 것을 말하며, 진(眞)을 얻은 그림이란 기와 질(質)을 충분히 표현한 그림을 말한다(似者 得其形遺其氣 眞者 氣質俱盛)荊浩『筆法記』.”또 “경(景)은 때에 근거하여 법도를 세우고, 묘리를 살펴 진을 창조하는 것이다(景者 制度時因 搜妙創眞)荊浩『筆法記』.”라고 말한다.

수원화성|한지에 수묵담채|130x190cm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진경(眞景)의 의미는 형식과 내용이 함께 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작가 박창수는 이번 전시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진경(眞景)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다.

<수원화성>(2018)은 경기도 수원 화성을 배경으로 그린 150호의 대작이다. 수원화성의 축조는 정조의 요구와 정약용의 설계를 바탕으로 여러 실학자들이 참여하여 이뤄낸 지식인, 노동자, 과학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결정체이다.

작가는 수원화성을 수십 번을 다니면서 수원화성의 사계절의 변화된 모습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성의 본질을 통해 이상적 조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한 곳에 앉아 사생하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상적 물상을 찾아가며 자기만의 독화법으로 진경(眞景)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7월의 수원화성의 모습이다. 작가가 수십 번 다니면서 느낀 조형감이 작품 <수원화성>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작품 속에는 실제 산수를 직접보고 느낀 순간의 감정과 삶의 노정(路程)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작가는 수년 동안 화성 주변의 정경을 마음에 담아두고,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 수원화성을 찾게 되고 그것이 지금의 <수원화성>의 작품으로 드러나게 된다.

진남교반의 봄|2018|한지에 수묵담채|74x142cm

<수원화성>은 부감법(俯瞰法)으로 높은 곳에서 조망하듯 자연경관을 담아내고 있다. 크게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눌 수 있는데, 중심부는 전통 화성의 모습이 보여지고, 주변부는 현대의 도시의 풍광이 보일 듯 말 듯 드러나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화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전통과 현대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진남교반의 봄>(2018)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풍경이 잘 어울려진 곳으로 경북팔경 가운데 1경이다. 이곳 주변에 있는 고모산성은 천연의 요새로 소백산맥 이남의 거점성이다. 삼국시대 병사들의 군사적 요충지요, 또 과거 길에 오른 지식인의 삶의 노정이 묻어있는 곳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작가는 좌우 2미터가 넘는 화판을 메고 작품의 시작부터 완성할 때 까지 이곳을 수차례 방문하여 실경의 변화된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진남교반의 봄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 <진남교반이 봄>은 계절적으로는 봄이지만 세세히 보면 작가의 주관적 심미관이 내재되어 있다. 그는 봄에 꽃이 가려 보지 못했던 산의 구릉과 바위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진남교반의 봄의 이상적 이미지를 읽고, 그 속에 담긴 속살까지 드러내 보임으로써 작가만의 자연인식을 읽어낼 수 있다.

<진관내동(津寬內洞)>(2018)은 지금의 은평구 북한산 한옥마을이 위치한 곳이다.북한산을 연결할 수 있는 곳이 진관내동이고 이곳에 진관사의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진관내동은 북한산의 빼어난 정경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작가는 수년간 이곳을 찾아 변화된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석파랑|2018|한지에 수묵담채|46x64cm

이 작품은 전형적인 평원산수의 특징을 보여준다. 평원산수는 아득하게 멀리 펼쳐져 있는 공간으로 크게 근경, 중경, 원경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경계가 자연스럽다. 근경에 보이는 한옥과 두 그루의 큰 나무는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고 계절이 겨울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경과 원경으로 가면서 형태의 묘사보다 전체적인 흐름의 형세가 강조되어 있다. 근경과 중경은 전통적 모습을, 원경은 흐리게 현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작가가 바라보는 원세근질(遠勢近質)의 심미경계를 읽어낼 수 있다.

<석파랑>(2018)은 서울 인왕산 석파랑의 정경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은 좌측의 우뚝 솟은 바위산을 배치하여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형세를 띄고 있으며, 문인산수의 특징을 보여준다. 획을 생략한 간략하면서도 과감한 파상선의 붓터치를 통해 봄날 비온 뒤의 청량한 정경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드려다 보면 바위, 나무, 집이 중심 소재이다. 바위가 특별이 드러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무가 드러나지도 않고, 다양한 집의 형태가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집을 보면 집이 드러나고, 바위를 보면 바위가 드러나고, 나무를 보면 나무가 드러난다. 작가는 각각의 사물의 본질적 특성을 시간과 공간 안에서 잘 살려내고 있다. 이는 작가의 사물인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진경(眞境)으로 나아가다

21세기 지금의 예술작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 세계를 보는 방식을 풍요롭게 해준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이해, 미학적 이해,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피카소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느끼는 것을 그리겠다.”고 했고, 20세기 다다이즘의 뒤샹은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예술에 대한 관점이 시대를 달리하여 인식의 틀이 달라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변화를 선도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작가 박창수는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진경(眞景)에서 길을 찾아 진경(眞境)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시점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 사상과 철학이 깊어짐에 따라 물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변한다. 진경(眞景)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연에 대한 심미경계가 깊어지고, 진경(眞景)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고자하는 이상적 진경(眞境)의 경지를 기대해 본다.

김찬호
경희대교육대학원 주임교수/미술평론가

 

손은수 취재부장  dmstn04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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