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 비가 창가에 들친다.
더위가 항복을 하나보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
그 치열한 더위속에서도 새빨간 강물이 내 몸을 덮쳤다. 마음까지도 떠밀려갔다. 

저 나락의 끝 언덕배기로 쓰레기 더미와 함께.

비를 맞는다.
난초와 함께.
이 비를 난초는 아기 엄마 젖 빨듯 한다.

그래 배고프고 외로웠고 힘들었지.
난초야! 참 많이 미안하다.

내 몸 건사하느라 너에게 따사로운 눈길 한번 못 주었구나.

축령산 토종닭들이 걱정이다.

내 꿈을 샀다가 돌겠다는 조광철 축령농원 대표는 단맛을 머금은 사과를 쪼기 시작하는 사나운 야성의 장탉들 때문에 미치겠다.

저 철없는 광조형만 안 만났다면.
내 이름과 비슷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형과 나는 한 배를 탔다.

이게 무슨 고생이고 팔자인지 정말 모르겠다.미치겠다.

그래 팔자라는게 만남이고 인연이고 운명이다.
동물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구속이란다.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된단다.

그 놈들이 내 자식새끼가 되는 걸 어쩌란 말이냐.

밉다가도 짠하고 내가 아니면 너를 지켜줄 이 없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비야 어쩌란 말이냐.

우산이 없으면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냔 말이냐.
김수영 시인이 닭을 기르는 것은 천형을 받은 저주받은 직업이라는 말을 알 것 같다.

미안하다. 조광철!

그래도 닭을 돌보니니 차라리  해병대 또 입대하는 것이 낫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거라.

 사랑이란 슬픈 길을 외롭게 걷는 거란다. 

석류가 익기전 비바람 태풍이 세차게 몰아치는 거란다.

늘 사랑은 힘들었다.
영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청 앞에서 고전하는 섬진강, 김가원 두 식당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해보여

메뉴를 바꾸고 시청 직원들은 밤이고 낮이고 가게로 가게 했다.

오늘 날 광주시 Best 10 식당에 든 것을 보고 나홀로 미소짓는단다.

사랑이란 원래 그 녀의 행복을 빌며 떠나는 것이란다.
행여 부담이 될까봐 홀로 눈물을 감추는 것이란다.

사랑은 결국 걱정거리를 하나씩 늘여가는 것이란다.
세상의 만물을 걱정하는 것이란다.

그들이 꽃을 피우고 아무 걱정없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걱정하여 주는 것이란다.

깐돌아, 백두야, 한라야.
네들 때문에 걱정이다.

우리 맛닭 장닭들과 싸우지 말고

싸우려거든 외적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 삵쾡이와 싸우고

아무런 죄없는 암탉 여린 애들 힘없는 애들 물어 죽이지 말고

인간들 처럼 먹이 때문에 좀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의롭게 지내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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