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surrealism), 꿈과 환상의 세계가 더 현실적이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사람들에게 ‘초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이 서양 문명이 구축해 온 이성과 합리의 세계를 무너뜨렸고, 그로 인해 이성과 합리에 반대되는 새로운 초현실의 세계가 관심의 대상이 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현실의 세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꿈의 세계에 주목한다. 비논리적인 것, 비이성적인 것, 비합리적인 것으로 당시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초현실주의다.

초현실주의(超現實主義)는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가 1917년에 쓴 희곡 <티레시아스의 유방>을 파리에서 상연할 때 내용을 초현실적(surrealiste)이라고 말 한데서 시작된다. 1924년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Breton, 1896~1966)은 초현실주의 선언

막스 에른스트, <셀레베스>, 1921

문에서“우리는 겉보기에 모순적으로 보이는 꿈과 현실이 융합 하는 것을 절대적 현실 즉 초현실이라 부른다. 우리는 언젠가 초현실의 세계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현실주의란 꿈, 환상, 상상, 무의식을 인간정신의 자유로운 발로(發露)로 보는 혁신운동이다.

초현실주의 표현기법으로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이질적인 환경으로 옮겨 그 물체간의 기이한 만남을 연출하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의식통제를 거치지 않는 창조적 행위인 오토마티즘(Automatism), 문질러 나타내는 프로타쥬(Frottage), 데칼코마니(Decalcomanie), 붙이기의 콜라쥬(Collage)이 있다.

대표작가로는 프로타주를 창안한 초현실주의 회화의 선구자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 선과 색채의 순수성을 추구한 호안 미로(Joan Miro, 1893~1983) 극단적 환상을 그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1904~1989), 데페이즈망(depaysement)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등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 낮과 밤이 한 화면에

1898년 벨기에 레신에서 양복 재단사인 레오폴드 마그리트와 레지나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발생한 트라우마가 그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1916~1918년, 마그리트는 벨기에 브뤼셀의 왕립미술학교에서 인상주의, 미래주의와 입체주의에 관심을 갖는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의 <사랑의 노래>(1914)는 초현실주의를 예고하는 작품으로 마그리트는“이 작품을 보고 시가 회화를 주도하는 특징을 감지하였고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수지 개블릭, 『르네 마그리트』, 2002)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초현실주의에 참가하게 된다. 1926년 마그리트는 자신의 첫 초현실주의적 작품인 <길 잃은 기수>(1926)를 완성한다.

수지 개블릭(Suzi Gablik, 1934~)은 『르네 마그리트』에서 마그리트의 작품 특징을 여덟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오브제를 이유 없이 고유의 영역 밖으로 옮기는 고립(isolation), 오브제의 성질을 제거하여 다른 속성과 결합하는 변형(modification), 두 개의 오브제가 결합되어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 내는 합성(Hybridization), 크기, 깊이, 길이, 중력을 무시하는 규모 위치 본질의 변화를 통한 부조화(A change in scale), 전혀 관련 없는 두 대상을 병치시키는 우연한 만남의 발생(The provocation of accident encounters), 이중형상을 이용하여 시각적 공통점이 없는 이질적 대상을 결합하는 시각적 동음이의어 형태의 이중형상(Double Image),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적 모순을 의미하는 역설(Paradox), 두 상황 즉 밤과 낮이 한 화면에 공존하게 하는 개념의 양극화(Conceptual bipolarity)이다.

1940년 이후 마그리트는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물체들의 위치를 바꾸어 한 화면에 결합시키고 있다. 1950년대에는 인상주의 르노와르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과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한다. 마그리트의 미술 방법은 모순을 통한 새로움의 창조다. 마그리트의 초현실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무의식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상식적인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평소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사물과 관습에 대한 역설(逆說)과  낯설음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던져준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낯설음과 의문은 독자들의 관습적인 생각을 확장시켜 준다.

쏟아지는 노다지(Golconde), 꿈이 현실로

‘골 콩드(Golconde)’는‘쏟아지는 노다지’라는 의미로 어원은 인도의‘양치기 언덕’이라는 뜻의 골라콘다(Golla Konda)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돼 대규모 채광 붐이 일면서 붙여지는 이름이다. 골라콘다의 불어로는‘골 콩드’이다. 우리말에 ‘노다지’는 구한말 서양인들이‘노터치(No touch)’라고 한 말에서 후에 노다지로 변했고 아주 귀한 물건이 쏟아지는 것을 말한다.

르네 마그리트, <골 콩드>, 1953

작품 <쏟아지는 노다지>(1953)는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검은색 외투를 입고 중절모를 쓴 남성들을 마치 하늘에서 땅으로 쏟아지는 듯, 떠 있는 듯,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은 마그리트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인물로 그의 자화상인 듯하다. 남성의 표정과 자세, 시선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인의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삶을 보여준다.

초현실주의는 '꿈'과 밀접하다. 초현실주의 작품을 접했을 때 마치 꿈을 꾸고 난 뒤 그 꿈에 대해 해몽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마치 꿈속에서처럼 사실적인 묘사를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연출한다.

마그리트는 데페이즈망 기법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우리가 결코 만난 적이 없는 곳에 오브제를 둔다. 둘째, 새로운 오브제를 창조한다. 셋째, 알려진 오브제를 변형한다. 넷째, 오브제의 재질을 변형한다. 다섯째, 이미지와 연결시킨 언어를 사용한다. 이와 같이 마그리트가 말한 데페이즈망 기법을 오브제 공간의 새로운 설정, 새로운 오브제의 창조, 기존 오브제의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브제(object)와 오브제의 결합을 통해 구현되는 모순을 통한 창조성은 마그리트 회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는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적 사고(思考)를 파괴하고 주변의 오브제를 새롭게 규정하며 일상적인 사물들을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반대되는 낯설음을 통해 새로운 예술형식을 창출하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팝아트(Pop Art)와 현대 대중광고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참고하면 좋을자료>

미셀 푸코 저, 김현 역,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고려대학교출판부, 2010
수지 개블릭 저, 천수원 역, 『르네 마그리트』, 시공사, 2002
조르주 세바 저, 최정아 역, 『초현실주의』, 동문선, 1994
크리스토프 베첼, 홍진경 역, 『미술의 역사』, 예경, 2006
피오나 브래들리 저, 김금미 역, 『초현실주의』, 열화당, 2003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경희대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과정 주임교수

김찬호  digitalfeel@hanmail.net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