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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띄우는 김영자의 편지, "늙은 두 자매"
한국무용가 김영자 | 승인 2017.09.01 20:37

이른 아침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영자냐? 나다 "
"예 이모님!"
"엄마 잘 계시냐? 어째 꿈자리가 사납다. 엄마 한 번 보로가야 한디 나도 다리 아프고 허리 아퍼서 마음대로 안 된다."
"예 이모님 제가 엄마모시고 갈게요!"
"너도 바쁜디 내가 장날 실한 생선 사갔고 가마 엄마가 생선을 좋아해야 안 아프고 잘 있다니 됐다. 내딸 고맙다 잘 있거라이"

이모님은 83세 냄비 8개를 태우실 정도의 기억이 없으시다. 꽃무늬 반팔의상 엄마는 90세로 어른유치원(주간보호소)에 다니신지 오래다.

두 분 늙고 늙어 기억 50%로 살아가시는 두 자매.

올여름 바쁜 탓에 가끔 엄마와 함께 모셨던 이모님과의 자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뒤늦게 앗~하고 깜짝놀라 함께 모셨다. 8월 마지막 날에.

오늘 내게 그리 여유 있는 날은 아니였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와 강진특강 끝내고 목포연구모임갔다가 해남주간보호소에 계신 엄마모시고 진도이모님댁에 가서 이모님 모시고 나와 진도대교 경치 좋은 음식점에서 맛난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후 다시 이모님 모셔다 드리고 엄마 집에 모셔다 드리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해남집에 도착했다.

애써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마련되지 못했을 시간들이다.

당연한 일들이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주소가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다.

몸은 고되지만 까실까실 걸리던 가시하나 쏙~ 내려간 듯 편안해졌다.

언제부턴가 엄마를 외롭게 한만큼 내 가슴속에 작은 가시들이 커가는 걸 느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것 하나를 꼽으라면 내 엄마가 늙어 철저히 외로워진 모습이다.
엄마를 떠나 한 인간의 생애 이기도하다.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까지 모든 인간들이 가치 있는 존엄성 안에 아름답게 사시다 가시길 소망한다.

나도 내길 걸어가기 힘들고 고되지만 엄마의 가장 가까운 인연이자 이웃인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엄마외로움의 키가 자라 내가슴 가시가 자란다면 엄마 소풍 끝내고 이 세상에 안 계실 때 세상에 남은 나는 그 가시 걸리고 걸려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해본다.

엄마 살아생전 덜 외롭게 잘 돌보아드림이 곧 나의 치유임을 깨닫는다. 

내 가슴에 가시가 돋히면 세상사는 동안 자식에게도 형제들에게도 그 어떤이들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무기이고 말테니까.

늙은 엄마는 우리를 괴롭힘의 존재가 아닌 끝까지 자식가슴을 치유하고 가시려는 최선의 노력일게다.
 
또한 엄마의 늙은 모습 안에서 우리의 미래를 발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하다.

이모님이 엄마 손을 꼭~~ 잡고 말씀하신다.

"언니 우리는 엄마도 없고 형제도 다 죽고 둘만 남었네 내손 꼭 잡어 죽으면 이 손을 어떻게 잡어  이 시상(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언니 손을"

그랬다.

저 늙은 두 자매에게도 먼저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따뜻한 엄마와 다정한 형제들이 있었다.
 

한국무용가 김영자  dmstn04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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