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죽전마을에서‘월향’다원을 운영중인 김길자(56)씨는 요즘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차(茶)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시할머니, 시어머니로부터 집안대대로 전수된 야생녹차와 전차 만드는 비법을 배워 만들기 시작한 것이 벌써 27년째. 관광객들이‘월향’다원을 찾는 데는 김씨의 차가 떫은맛이 없고, 단맛이 강하고 부드럽다는 것.

그 비법을 알기위해 차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작년 한해만도 3천명 이상이 다녀갔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차 또한 좋은 재료, 정성이 담긴 제작과정, 최적의 상태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김씨는 정월 초하루가 되면 올 한해도 아무 탈 없이 좋은 차를 만들게 해 달라고 제사를 지낸다.

차를 따는 날이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를 올리고, 화장은 물론이요, 비누, 샴푸도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차 잎을 정성스럽게 따는 등, 차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요소도 허락지 않는다.

또, 찻잎을 덖을 때는 솥 온도를 잘 봐야하는데, 이제는 익숙해져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기로 온도를 재는 김씨는 찻잎을 덖을 때 잎에 수분이 많아서 덖다보면 화상을 입기도 수십 번.

 
김씨는 이 때가 차 색깔을 결정하기 때문에 살청(덖음)에 신경을 쓴다며, 덖을 때 솥에 찻잎의 진이 흘러 붙어 타게 돼 그대로 솥을 쓰면 맛이 변하므로 솥을 3개나 놓고 살청과 비비기를 9번 반복하는 9증9포를 거쳐 차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명차를 만들기 위해 2시간만 자도 피곤한 줄 모른다는 김씨는 “사람들이 차 맛이 좋다고 할 때면 수제차를 만드는 장인의 정신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모든 차를 포장할 때 10g을 더 담아 손해 보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담아 받는 사람이 강진의 맛과 정을 오래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일반 녹차를 마시면 속이 아프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발효녹차를 보낸 김씨는 야생녹차 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구찌뽕차, 연잎차, 구절초꽃차, 참빗살잎차, 나도감(야생감잎차), 국화차 등 다양한 차를 만들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대접도 하고, 판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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