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자살한 김기훈 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이 죽기 직전 글로 남긴 인사청탁과 압력에 관한 '고백'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 전 원장이 진흥원 개원 당시 직원으로 채용했던 현직 도의원의 자녀가 가짜 경력으로 입사한 기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도의원의 자녀가 전남도 산하 출연기관에 입사한 점도 구설에 오를만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짜 증명서로 경력을 꾸몄다는 점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전 원장의 자살 직후 공개된 그의 미니홈피에는 일기형식의 메모로 자신이 재임기간 시달렸던 인사청탁과 압력이 기록돼 있다.

이 글에는 도의원들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으며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은 일이 비교적 상세하게 쓰여져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김 전 원장의 미니홈피 글은 더욱 신빙성이 높아지게 됐다.

진흥원은 전남도의 출연기관으로 지도감독을 받지만 인사 등은 사실상 자율적으로 이뤄져 왔다.

김 전 원장이 개원 때부터 모든 일을 혼자 도맡다시피 하면서 인력채용도 비슷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구조적으로 사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공채형식으로 인력을 뽑더라도 외부에서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많아져 온갖 압력과 청탁이 김 전 원장에게 몰려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진흥원 직원의 아버지인 도의원이 진흥원을 담당하는 도의회 소관 상임위의 위원장이란 점도 이를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원장의 미니홈피 글에는 "2008년 개원하고 얼마 안 지나 강력하게 인사청탁이 들어왔으며 외지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었다"며 "능력도 안되는 친구를 이미 다 얘기가 됐으니 출근시키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고 그 도의원으로부터 꾸준히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팀장 공고가 나가자 그 도의원으로부터 그 친구를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왔고 거절했지만 다른 계약직을 만들어 또 살려줬고, 계약직으로 있는 자신의 조카를 챙겨달라는 도의원의 전화도 받았다"며 인사청탁에 수시로 시달렸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의 자살 전까지 외부에 이같은 사실이 공개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최근에야 김 전 원장에 대한 투서와 그의 자살로 진흥원의 전반적인 운영이 주목 받으면서 이번 가짜 경력증명서도 드러나게 됐다.

이로 인해 진흥원 안에는 이번 사건과 유사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이와 관련한 상급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 재발방지 대책 등이 요구된다.

특히 진흥원 개원 당시 인력 채용과정에서 경력증명 확인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또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입사.승진.근무태도 등 인사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규정에 위반된 사례가 발견될 경우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만 이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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