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해남군 송지면 어란마을서 열린 ‘2011년 도서문화연구원 제1차 마을워크숍’에서 밝혀

 
“알고보면 역사도 문학인 것이다”

지난 1일 해남군 송지면 어란마을에서는 ‘2011년 도서문화연구원 제1차 마을워크숍’이 열렸다.

이 번 워크숍은 해남군 송지면 어란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어란 이야기의 현장을 답사하고 이어, 어란 여인을 세상에 내 놓은 박승룡 선생의 ‘어란 이야기의 출처와 현재’, 목포대 강봉룡 원장의 ‘어란 이야기에 대한 단상’, 역시 목포대 이윤선 교수의 ‘어란 창조 스토리텔링과 명량의 길 구상’이라는 주제 발표와 더불어 지역 활성화 논의를 함께 벌였다.

이 번 포럼을 주관하고 진행한 목포대 강봉룡 교수(사학과 교수/도서문화원장)는 ‘해남의 어란 이야기에 대한 단상’이란 주제와 부제 “역사도 문학이다”라는 발표문에서 먼저 “사실일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어란 여인을 풀어갔다.

강 교수는 박승룡 회장이 2006년 어란 여인을 발견하고 ‘의인’, ‘호국여인’이라 규정하고 열정적으로 어란 현창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저와 이윤선 교수를 만나고자 했던 것도 이러한 현창사업의 일환인 셈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그는 “마을답사와 더불어 어란 여인의 흔적이라는 여낭터와 석등롱, 어란 당집을 둘러봤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어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설화적 근거도 희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 순사 사와무라의 유고집에 나타난 것은 사실인 만큼, 그 이야기가 형성된 과정과 박 선생을 중심으로 재 발견되어 현창되고 있는 현상을 탐구해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존재했던 사실의 역사를 넘어서 새로 만들어지고 만들어가는 꿈틀거리는 역사에 대한 관심, 문학적 창작과 창작된 이야기를 역사화 및 재문학화하는 과정이라고 할까?”라고 말한 강 교수는 “돌연 나의 관심은 어란 이야기 보다는 사와무라와 박승룡 선생에 머물고 있음을 느꼈고, 이 단상은 그런 관심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어란 이야기의 스토리는 <정유재란시 명량해전을 앞두고 어란진에 정박한 일본군>, <일본군 장수 칸이 이순신 장군이 보낸 간첩, 어란 여인에게 잠 자리에서 명량해로의 출정기일을 발설, 이순신 측에 전달>, <어란은 자신의 밀고로 애인 칸이 죽은 것을 비관, 여낭터에서 투신자살>, <이튼날 동네 어부가 어란의 시신을 바닷가에 묻고 석등롱을 세움>, <석등롱은 최근까지도 매일저녁 불을 밝힘>, <지금도 정월 초 하루 어란 당집에서 제를 모시고 있다>로 집약된다.

강 교수는 어란 이야기는 마을에서 구전되어온 설화를 바탕으로 명량해전을 접목시킨 사와무라의 창작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사와무라는 일본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후 우리나라로 파견된 1920년부터 전라도에서만 26년(해남에서 19년)을 생활했고, 순사로 재잭하던 시절, 그는 너무나도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해남 거주동안 '명량해전'은 그의 특별한 관심사였다는 것이다.

강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왕조실록과 난중일기를 참고한 어란 이야기의 창작 역시 이러한 그의 관심의 표출이었다"는 것이다.

사와무라는 더 나아가 명량해전과 어란 여인을 소재로 한 한시 수편ㄷ을 작시하는 등 한학과 문학에 상당한 조예와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어란 여인 이야기'의 창작 배경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어란과 어란 이야기가 그 자체는 역사적 사실은 아닐지라도 사와무라가 어란이란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어란 이야기’를 창작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 사실을 재 발견하고 그 원천소스를 알려서 다양한 문화콘덴츠로 표출될 수 있게 한 박 선생의 열정적 활동 역시 엄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결국 실존한 사실만이 사실인 것이 아니라 거듭 새로 만들어지는 사실도 사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그만큼 역사 인식의 폭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강 교수는 “사와무라는 어란을 문학화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 냈고 그 사실은 박승룡선생의 재 발견으로 역사화 되고, 재문학화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며 “알고보면 역사도 문학인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 번  ‘2011년 도서문화연구원 제1차 마을워크숍’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들과 어란 마을사람들의 합동 답사로 이어졌으며 진도 왜덕산 답사에는 박주언 향토사학가의 현장 설명과 곽의진 작가의 소설 '어란'의 설명이 주어졌으며 이 자리에는 목포mbc에서 동행 취재를 벌여 오는 9일 아침 7시30분에 '시사르포'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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