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동포와 선주민 화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한 주민이 ‘러시아어 무료강좌’가 2년 연속 운영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월곡동에서 늘푸른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이순옥(56) 관장.

이 관장이 마련한 러시아어 무료강좌는 지난 5일 월곡동 고려인마을 방과후학습센터에서 개강식을 갖고 올해 첫 수업을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유학한 경찰관,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생, 이웃주민 등 25명이 함께 하고 있다. 66㎡ 남짓한 강의실은 수강생들의 ‘열공’ 열정으로 후끈하다.

새날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안드레아(32) 씨가 진행하는 수업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하며, 연말까지 총 30강좌를 운영한다.

이순옥 관장이 러시아어 강좌를 마련한 이유는 고려인 동포 어린이들이 준 감동 때문이다. 이 관장은 “몇 년 전 고려인 동포 아이들에게 '안아줘'라는 동화책을 읽어줬다. 한국말을 아이들이 몰라 통역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나를 보자 달려오면서 우리말로 ‘안아줘’하며 폭 안겼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뭉클함을 느꼈다”고 그때의 감동을 설명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이 관장은 “우리말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고려인 동포들의 말도 배우면 소통에 도움이 될까 싶어” 러시아어 무료강좌를 마련했다고.

이 관장은 “한쪽 문화를 강요하는 것보다 서로의 문화를 고루 접하고 교류해야 화합의 싹이 튼다”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어 강좌는 공간이 협소해 새로운 수강생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매회 평균 2~3명이 불참하기 때문에 몇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관장의 귀띔이다. 러시아어 강좌에 대한 문의는 늘푸른 작은도서관으로 전화(062-951-3927)하면 된다.

광산구는 마을공동체 사업비를 지원해 러시아어 무료강좌를 후원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