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본부장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가 교비 14억원을 일본으로 빼돌린 배임 혐의, 성추행, 명예훼손, 무고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순천 청암대 강명운 총장의 부당한 징계에 또다시 철퇴를 가했다. 

파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 22일 열린 교육부 소청위에서 심사 위원들은 청암대 향장피부미용학과 3명의 교수를 파면시킨 총장 측 관계자들에게 이미 소청에서 직위해제 취소 결정을 내린 마당에 이에 아랑곳않고 또다시 파면조치를 취한 이유가 뭔지 캐물었다고 한다.

교육부 소청심사위는 말할 나위도 없고 법원의 결정마저 무시한 청암대 총장과 그 주변 측근 인사들의 막가파식 행동이 계속에서 반복되는 이유가 뭐고, 그 끝은 어디일까?

이유가 궁금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첫째, 우매(愚昧)한 총장이 무능(無能)한 측근에 기댄 결과다.

통상 조직내에서 이견(異見)이 발생하거나 여타 분쟁이 생기면, 대화와 타협을 우선 시도하고 그런뒤에도 해결이 안되면 법적소송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문제 해결방식이다.

이번 3명의 교수들의 징계과정을 보건대 전혀 그런 시도와 노력이 없었다. 특히 이번 파면결정은 이미 교육부 소청심사위가 직위해제 취소 결정을 내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총장 측이 교육부나 법원의 결정을 철저히 무시하고 파면을 강행한 것이다.

筆者의 사례만 봐도, 이 대학은 대화와 타협을 위한 시도는 일체 없었다. 누차 대화하길 원했지만 그런 전화에 응대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직위해제나 파면 같은 ‘징계’는 상대방의 신변에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당사자들의 억울함이 없는지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한 보복만 염두에 둔 채 징계를 강행한 것이다.

둘째, 총장과 측근인사들의 ‘오기(傲氣)’근성 일 것이다.

‘오기’는 능력은 부족하면서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뜻한다.

교육부 소청심사위에서 이미 직위해제 취소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총장측이 다시 파면조치를 취한 것은 전형적인 '오기근성(傲氣根性)'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무능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더 심각한 것은 총장과 그 주변 측근 인사들의 오기근성이 대학을 망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지난 2월 25일 교육부 소청심사위로부터 재임용탈락 취소 결정을 통보받은 바로 그날 오기(傲氣)를 부려 다시 3명의 교수들에 대해 아무런 소명절차도 없이 징계하고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폭로하고 파면에 이르게 한 총장과 그 측근들의 오기근성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고로 일전에 필자와 인터뷰를 가졌던 총장의 친동생 강현철씨는 총장이 일본에서 빠징고를 운영하며 공산당식 사고로 직원들을 징계한 오기근성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런 오기근성이 두려워서인지, 강제추행 피해교수들도 추행당시 즉시 고소를 못했으리라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아마도 소청심사위도 그간 총장과 측근 인사들의 이런 막가파식 보복 행태를 지켜보면서 총장과 학교 관계자들의 천박한 오기근성을 파악했으리라 본다.

셋째, 청암대 교수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습성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당수 교수들 역시 노예로 취급받은 이른바 ‘노예근성’에 관행처럼 익숙해져 있다.

여기서 말한 ‘노예근성’이란 민주시민으로서 자기의 소중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의미한다.

상식적으로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우는 대학에서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하고 14억원이란 교비를 일본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돼 전국이 떠들썩한 마당에 학내 주요 구성원인 교수들이 성명서 종이 한 장 발표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다.

상당수 시민들과 전국의 지인들도 청암대학에서 발생한 이런 추문에 청암대 교수들이 일체 함구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 섞인 전화가 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의혹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했다.

2000년 이전에 교수로 임용 받은 상당수 교수들이 대학 측에 돈을 건네주고 교수자리를 챙겼다는 새삼스럽지 않은 의혹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수들 제보에 따르면, 자격미달된 자들이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 혹은 전공과는 무관한 학과에 교수들이 배치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교수자리를 사고파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2000년 이전 입사한 교수들 상당수가 이런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는 청암대 전체 전임교수들의 거의 80%에 해당되는 숫자다.

그러다보니 검찰이 총장을 무려 6가지 혐의로 기소까지 한 상황에서도 “사퇴하라” 는 입 벙긋 조차 하지 못하고 동료교수들이 막가파식 징계를 당하고 교육부와 법원에서 징계취소가 결정되는 상황이 반복돼도 애써 모른체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기업이든 혹은 대학이든 일으켜 세우는 것은 힘들고 기나긴 시간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무능과 천박한 오기, 노예근성이 관행처럼 뿌리내린 순천 청암대, 보아하니 종(終)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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