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까치설입니다, 대통령님. 

어린시절, 설빔을 입고 동네길을 쏘다니며, 누구는 제기를 차고 누구는 널을 뛰고 누구는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리던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추억은 저와 다를지 모르나 내일이면 한 살을 더 먹는다 하니, 대통령님께서도 어느덧 회갑 진갑을 넘고 계시는군요. 무정한 세월입니다. 

어제는 겨울비 내리는 속에서 밭언덕 위에 묻혀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보았습니다. 혼자 걷는 성묫길이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떡국을 끓여주고, 설빔을 입혀줄 분 아무도 계시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꼬까옷을 입혀주던 어머님 손길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겨울 성묫길은 다만 쓸쓸해집니다. 

대통령님께서도 부모님이 그립고 쓸쓸함에, 저와 같은 정서를 지녔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특히 대통령의 자리라는 것이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어 자유가 없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책의 결단에서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집권 3년차 되는 오늘은 더욱 그러리라 싶습니다. 

그러나 살아계시지는 않지만, 부모님은 항상 격려와 사랑과 따뜻함으로 남습니다. 멀리서 무덤 그림자만 보아도 가슴이 훈훈해지고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외로울 때나,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부모님을 찾아뵙습니다. 그리하여 어떤 일에 대해 걱정을 하노라면, 간혹 가슴이 편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일은 잫 해결되더군요. 풀리지 않을 때는 걱정 해주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올해는 성묘를 가십시오, 대통령님.

그리고 부모님께 어떤 일을 물어보십시오. 가슴이 편안해지면 그 일은 풀어질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통령님 인사에 한 가지 결점이 있음을 진단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덕(德)의 부족, 따뜻함의 부족이었습니다. 대통령님 안팎과 주변을 아울러 국민과 함께 소통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안아주는 덕성스러움. 예를 들어 김기춘 실장님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분이시나, 차가움이 단점이었습니다. 싸늘하게 느껴지는 단호함이나 선비 기질은 대통령님 주변을 포근하게 연결해주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불통의 이미지가 굳혀진 것입니다. 이 불통이 오늘날 대통령님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하오니 대통령님, 능력이 비슷하다면 이번에는 덕인(德人)을 비서실장으로 삼으심이 어떨런지요. 

그리고 대통령님, 성묘(省墓)를 가세요. 

박정희 대통령님과 육영수 여사님, 두 분께 이번 인사문제를 여쭤보십시오. 혹시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면, 부모님의 가호로 여기시고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이번 설에는 조카와 더불어 설빔도 입히고 떡국도 먹고 세뱃돈도 주면서 설날을 보내십시오. 저희는 영웅 박정희 대통령님의 손주를 한번 보고 싶습니다. 얼마나 컸는지, 얼마나 예쁜지, 누구를 닮았는지 보고 싶습니다. 온 국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대통령님, 성묘를 가세요.

부모님께서 길을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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