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2015년 을미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입춘(立春)은 불과 보름 남짓 남았고, 고향마을 복분자 이랑에는 냉이며 봄나물들이 돋고, 매화나무에는 꽃망울들이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들녘 풍경도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합니다. 분명 봄이 오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선 떨어진 지지율이 걱정일 것입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 마십시오. 대통령이란 국가영도자는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민심(民心)은 조석지변(朝夕之變)이라 합니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른 것이 세상인심이라는 것이니,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는 마십시오. 때론 비난도 약이 되는 것이니, 오직 일체유심조라는 생각으로 비난도 비판도 마음 그릇에 담고 인내하십시오. 

지나치게 민심(民心)에 쏠리다 보면, 중우정치(衆愚政治)에 함몰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직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묵묵히 걸으십시오. 낙타는 모래바람이 불어도, 뜨거운 한낮의 태양과 밤의 추위 속에서도 사막을 건너갑니다. 

제가 아는 한 박정희 대통령님께서도 경부고속도로 같은 대(大)역사를 시작하면서, 무수한 비난을 무릅쓰고 그렇게 정치의 사막을 건너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요순시대를 보면, 통치자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임금이 어느 마을을 지날 때, 한가로이 고복장단을 하며 망중한을 즐기는 노인을 만납니다. 요임금은 그 행복한 풍경에 기뻐하면서 노인에게 묻습니다.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누구인가?”

아마도 노인의 행복이 자기가 잘 다스린 탓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게지요. 그러나 그 노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벌어서 이렇게 배부르고 행복한데, 왕이 누군들 무슨 소용인가?”

요임금은 크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대통령님, 통치자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 국민 각자가 열심히 벌어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 통치입니다. 백성들은 가난하고 힘들수록 지도자를 찾는 법입니다. 대통령이 모든 걸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통령이 개인의 행(幸)과 불행(不幸)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맘에 드네 마네 하면서 울어대는 국민 앞에 나타나면 안 되는 이유가 요임금의 고사(古事)에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대통령님께선 있는 듯 없는 듯, 국민의 삶 속에 그냥 물처럼 조용히 스며 들도록 하십시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였습니다. 물을 배우고 물의 덕을 베풀면서 사십시오. 

효도를 익히고, 그것을 넓혀 이웃을 공경하고, 공경의 마음을 넓혀 나라를 위해 진충보국(盡忠報國)할 사람을 발탁하여, 나랏일을 맡기면 국민들은 그를 보고 따를 것입니다. 바로 이들이 국민들의 앞에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좀더 뒤에서 이들을 격려하고 질책하고 바르게 만드십시오. 

대통령님,

근면과 성실, 저축정신을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하십시오. 개인채무가 무려 1000조에 입박한다는 소식입니다. 개인이 부실하니, 온 사회가 부실해지는 법입니다. 후일 국가마저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개인의 경쟁력이 사회로, 국가로 나아갈 때 진정한 의미의 경제회복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드릴 말씀은 너무 많으나, 2만 탈북민을 보물처럼 여기십시오, 이분들은 평화통일의 크나큰 자산(資産)입니다. 또한 이분들이 종북세력의 준동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민주화라는 방패막이를 들고 정치권에 들어온 종북세력들을 직격(直擊)할 것입니다. 이렇게 탈북민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북한과 종북세력들을 막아줄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시에 북한으로의 길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아직 겨울입니다.

민족의 논밭으로 소를 몰고 나갈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꼭 적재적소에 필요한 머슴을 얻고, 씨앗을 마련하고, 올 한 해 농사를 위해 괭이와 삽을 닦고 있을 때입니다. 

그러하오니 대통령님, 힘들어하지 마십시오.

그저 물처럼 바람처럼 사십시오. 과욕을 부리지 마시고 순리대로 사십시오. 사람을 부리되, 정책의 전면에 홀로 서지 마십시오. 바람이 차갑습니다.

 

2015, 1, 21

전라도에서 불초 정재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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