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정윤회 전 비서실장의 처신을 둘러싸고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어떤 경위에서 외부로 유출되었냐와 작성된 문건의 사실여부, 이 두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작성된 문건이 60%정도는 사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의 언론과의 인터뷰가 터져나왔고 조 비선관을 겨냥해 검찰수사에 응하라는 청와대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논란거리인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의 외부유출 건은 검찰수사에서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두 번째 사안, 즉 박모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와 이른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국정개입 논란여부다.

여기서 먼저 "비선"(秘線) 이란 용어의 정리가 우선 필요하다. 비선이란 의미는 공식적인 계통이 아닌 숨겨진 혹은 별도의 보고 혹은 지휘라인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별도의 ‘보고라인’을 의미한 ‘비선’이라는 용어는 조언, 충언, 간언, 진언, 전언,당부, 전언, 동향전달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비선의 의미를 따지면, 별도 혹은 비공식적인 계통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정보는 공식적인 계통보다는 비공식적인 계통에서 생성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정보의 가치도 오히려 비선에서 올라온 정보가 고급이고 희소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정책임자로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혀장의 정보를 취합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비선이란 역할이 위에서 언급한 ‘보고’ 역할에서 벗어나 '지휘라인'의 역할까지 확대된 경우다.

여기서 말한 '지휘라인'의 역할이란 대통령의 공식적인 명령 혹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비선에서 관여해 의사결정에 개입하거나 좌지우지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문제가 되면 흔히 말하는 국정개입과 국정농간으로 불리운다.

즉 최고 통치권자의 귀는 항상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식라인이든 비선라인이든 들려오고 보고되는 것이야 별반 문제가 없지만 공식적인 지휘라인은 놔두고 비선라인을 통한 지휘체계가 일상화 되면 공직기강은 무너진다.조응천 비서관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임무에 대해 '청와대 워치도그' 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한 이유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따지면, 인사추천 같은 경우는 공식이든 비선이든 누구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할 수 있다. 좋은 인사를 추천하는 게 그게 비선이든 공선이든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검증기관에서 추천된 인사에 대한 검증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역으로 비선의 이런 보고라인 없거나 무시되면 흔히 언론에선 지적하는 “시중여론을 모르니 구중궁궐에만 갇혀 있어 민심을 모르니” 하는 비난여론이 나돈다.

따라서 여당이나 일부언론,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임한 조응천 전 비서관이 정윤회와 3인방의 처신에 대해 문제를 삼을려면 비선과 보고라인 같은 역할이 아닌 문란한 지휘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문제를 삼아야 한다.

즉, 정윤회가 3인방이 결탁해 인사와 국정운영에 개입하고, 국정농간을 자행해 대통령의 공식체계를 문란케 한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야만 그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 그 어디에도 정윤회와 3인방이 국정을 농간하기 위해 모의한 구체적인 증거를 언급한 대목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비선이 있다는 것 자체만을 갖고 정치인 출신의 박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현 정부에 누를 끼쳐선 곤란하다. 그것도 입조심을 해야 할 대통령 비서관 출신이.

더 솔직히 얘기하면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이런 비선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筆者는 대한민국 자치단체장, 여야를 불문한 국회의원 등 그 모든 정치인중에 비선이 없거나 비선조직이 없는 정치인을 단 한명도 본적이 없다.

정치는 선거이고, 선거에는 돈과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후원자, 조언자, 따르는 자가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중 일부는 자신이 모신 분이 다행히 공직에 진출하면 공식적인 계통, 즉 보좌관이나 비서진 혹은 산하기관 등에 입성하지만 상당수 인사들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한 채 외부에 머무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이 이른바 ‘비선’이 되는 것이다. 도움을 주었지만 간택 받지 못한 인사는 언저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이른바 비인이고 야인(野人)이 되는 경우다.그중에는 선비같

만약 모신 분이 공직에 선출되지 못하거나 중도에 하차하면, 그를 추종한 모든 인사들의 수고도 동반몰락 한다.

이번에 논란의 당사자인 조응천 전 공직기간비서관은 사법고시를 합격한 뒤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정권까지 정권마다 내리 정권핵심부 요직을 차지하며 출세길을 달려왔다.

박근혜 의원을 대통령 만드는데 앞장선 비서 3인방은 지난 15년간 인간 박근혜와 생사고락을 같이한 정치적동지이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헌신한 무수한 인사들은 아직 ‘비선’으로 고통 받고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조응천 비서관이 비선을 비난하려면, 누가 감히 '비선’을 원망하고 탓하는가?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