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말까지 반기문 대세론은 지속된다

최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반기문 현 UN 사무총장이 39%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그뒤로 박원순 서울시장(13.5%), 문재인 의원(9.3%), 김무성 대표 (4.9%), 안철수 의원(4.2%) 등 순위이다. 타 후보들과의 격차는 미스게임 수준으로 크다. 또한 주로 여권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여권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기문 대세론은 2002년 정몽준 신드롬과 2012년 안철수 신드롬을 혼합한 양상이다. 2002년 정몽준씨는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며, 세계 스포츠 외교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반면 2012년의 안철수 신드롬은 탈 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 덕이었다. 반기문 총장은 이 둘 모두를 동력으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과 여야 계파보스들, 오스트리아 발트하임 대통령의 길을 따르나

반기문 총자의 임기가 2016년 12월까지라는 점에서 2017년 대선을 임박한 시점까지 검증을 당하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 국내 언론들이 집요하게 물어본다 해도 “UN사무총장 역할에 충실할 것이며, 대선 출마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라는 정도만 이야기해놓으면 된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런 수준의 답변을 하다, 대선 직전 대권도전을 선언하는 방법을 택했다. 2016년 말까지 대한민국의 정치는 압도적인 반기문 대세론을 전제로 돌아갈 판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반기문 대권론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새민련의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중진급들이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 개헌론을 띄우면서 반기문 대세론과 맞물려 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엔사무총장 발트하임이 바로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2016년 말까지 그 누구도 반기문 총장의 높은 지지율에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의 계파보스들은 바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로 개헌하여, 반기문 총장을 상징적인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국회와 내각을 장악하여 계파간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하필이면 반기문 총장 본인도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87년 이후 대한민국의 대선에서는 대부분 압도적인 대세론자가 있었다. 92년에는 김영삼, 97년에는 김대중, 2002년에는 이회창 대세론을 노무현이 역전시켰다. 그뒤 2007년에는 이명박, 2012년에는 박근혜가 일찌감치 30% 이상의 지지를 이어가며 대세론을 몰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에 비하면 현재의 대권주자들은 10%대 지지율을 넘지 못하며, 그 누구도 대세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계파보스들이 이원집정제의 판을 짜나갈 때, 이를 대세론의 힘으로 막아낼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것이다.

반기문 총장의 이력도 여야 계파보스들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진다. 정통 관료로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노무현 정권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 UN사무총장을 지낸 참여정부 인사이기도 하다. 특히 UN 사무총장 당선은 노무현 대통령 등 친노세력들이 자신들의 치적으로 내세울 만큼 참여정부가 깊이 개입하고 지원했다. 이 때문에 친노세력들은 설사 반기문 총장이 대권에 나서더라도, 섣불리 새누리당 후보로 나오지는 못할 거라 장담하기도 한다.

이런 면모 탓에 고건 전 총리의 길을 걷게 될 거란 분석도 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정통 관료로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은 참여정부 인사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박근혜와 함께 빅3로서 지지를 이어오다 결국 대권도전을 포기했다. 참여정부 사람이라 해도 친노세력과는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없었고, 보수 측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등의 대권주자의 기반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이 여야를 선택하지 못한다면,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으나, 이 역시 안철수 등의 커다란 실패사례가 있다.

2011년 대세론 몰아갔던 안철수 3년만에 반기문 지지율의 10분의 1 수준으로 몰락

반기문 총장이 실제 대권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고건 전 총리처럼 중도 포기할 수도, 아니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반기문 대세론이 지속되었을 때,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여의도 정치판의 지각변동이다. 이미 2016년의 총선, 그 이전의 개헌논란 등 시한폭탄들이 곳곳에 잠재되어있다. 반기문 대세론을 이용하여 여야 계파보스들이 이원집정제 개헌을 밀어붙이면, 청와대는 물론 상당수의 국민들과도 큰 충돌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현 상황만 봐도, 도저히 2016년 말까지 대한민국 여의도 정치가 정상적으로 조용히 굴러갈 가능성이 없다.

반기문 대세론은 오히려 여의도 정치를 폭파시키는 뇌관 역할을 하며, 그 폭발 이후에 짜여질 새판에서도 반기문 대세론이 이어갈지는 예측불가이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될 당시 무려 70%대 지지율을 보이며 대세론을 이어갔던 안철수가 단 3년만에 반기문 총장의 10분의 1 수준의 지지율로 몰락한 현실, 반기문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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