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은 민간단체의 전단살포풍선에 대해 고사포를 발사, 그 탄착이 DMZ 남쪽에 까지 떨어지는 군사적 도발을 해왔으며 한국군도 대응사격을 하였다고 한다. 15일에 열린 군사 회담에서도 북한은 줄기차게 전단 살포 중단을 제기하였으나 정부는 민간단체의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민간단체는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며, 통일부는 북한의 조준사격 위협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민간단체에게 신중한 판단을 주문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민간단체의 자제를 촉구하였으며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살포 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문재인 비대위원은 “정부가 민간단체의 일이라는 구실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으며 민권연대는 물리력으로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14~16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전단 살포 찬성이 32%, 반대가 58%로 발표되었다. 반대한 이유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과 휴전선 인근 주민들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북한의 위협이 성공한 것 같다.

대북심리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 위협에 굴종하는 비굴함 때문

어떠한 북한의 위협이 있더라도 대북전단은 계속 날려야 한다. 되돌아 볼 때, 남북은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무력충돌이 발생한 서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 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2004년 두 차례의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었다. 여기서 남북은 ‘서해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라는 명칭의 ‘6.4합의’를 하였다. 합의의 핵심 조항은 2조로서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6개의 조치들을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남북은 군사분계선 지역 선전활동 중지를 합의하였으며, 그 조치를 규정한 3조는 ▲6.15부터 모든 선전활동 중지 ▲8.15까지 모든 선전수단을 3단계로 나누어 제거 ▲선전수단 재설치 및 선전활동 재개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국방부는 휴전선에 설치되었던 모든 심리전시설을 철거하였다.

이 3조를 합의한 것은 정부의 결정적인 실수로 북한의 술수에 말려들어간 것이었다. 당시 재야의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이 합의에 반대하였었다. 북한은 휴전이후 압도적인 물량으로 전 휴전선에 걸쳐 대남방송, 전단 살포, 등 선전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이밥에 고깃국’ 운운하는 대남방송이나 전단은 이미 언론의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한국사회에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

반면에 철저한 통제사회로 인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북한은 사실의 전파 자체가 체제유지에 큰 부담이 되었다. 더욱이 남북 간에는 이미 기술의 격차로 휴전선에서 확성기로 보내는 남쪽 방송은 북에 미치지만 북의 방해방송시설은 효과가 없는 쓸모없는 상태였다.

한편, 북한은 남쪽의 개방된 사회여건을 활용하여 1997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심리전을 실행하여 왔으며 총참모부정찰국 산하에 사이버심리전부대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은 북한의 사회특성상 사이버심리전이 불가능하다. 대북방송, 전단은 북한군에 대해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대응수단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독재체제를 와해시켜 평화적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선전활동 중지 및 시설의 철거 합의는 북한이 원하던 일방적인 특혜였다. 고무새총과 대포를 함께 내려놓자는 합의나 마찬가지였다.

‘6.4 합의’로 한국군의 심리전 손발을 묶어놓은 북한은 사실상 한국군이 추구했던 서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방지라는 합의사항도 지키지 않고 NLL을 계속 침범하였으며 급기야 천안함을 폭침하는 도발까지 저질렀다. 항상 당하듯이 북한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한국만 열심히 지키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992년 한반도비핵화 합의 후 북한은 계속 핵을 개발, 핵무장까지 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비핵화타령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한때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였으나 북한의 강경대응으로 슬그머니 중단한 상태다. 북한은 이 순간에도 사이버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는 대북 ‘방어 사이버심리전’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운운하며 무력화시킨 실정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심리전에 무방비상태에서 대북심리전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안정유지’ 핑계가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굴종하는 비굴함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단체가 나서서 대북 전단 살포를 실행하는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과거 30여 년 간 통일 위해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대북전단 살포는 두 가지 점에서 계속 강행되어야 한다. 첫째, 자유통일을 위한 것이다. 자유통일은 북한을 흡수해야 가능하며, 북이 핵능력을 더 발전시키기 전에 가능한 빨리 북한체제를 와해 시켜야 한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중심(center of gravity)은 군(軍)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를 와해시키는 것은 hard power와 soft power 중 후자일 수밖에 없다. 무력으로 와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전은 통일전략의 중요한 수단이며 대북전단살포는 그 중 한 수단이다. 주민의 동요는 곧 군의 동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군도 대북 심리전을 강력히 전개해야 함을 물론이다. 중국, 미국, 국제사회를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지금은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입만 벌리고 있는 꼴이다. 최소한 감나무를 흔드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둘째,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national value)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로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이를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며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대북전단 살포는 국가가 보장,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2005년 9월30일, 덴마크 일간지 윌란스 포스텐 지(紙)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묘사한 만평이 실린 적이 있다. 만화를 그린 화가가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덴마크 정부는 이슬람국가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켰다. 덴마크는 이 사건으로 중동에서 덴마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개되어 중동지역 매출이 제로상태까지 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우리는 과거 30여 년 간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 노력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통일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안정이란 곧 현상유지를 의미하며 이는 주변국의 입장은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입장은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통일 없는 안정은 없기 때문이다.

대치중인 양국 간에 인구가 2배 이상이고, 경제력이 40여배에 가까운 나라가, 국민을 굶겨죽이는 피폐한 상대국에게 지금처럼 끌려 다녔던 사례가 역사에 있는지 모르겠다. 우수한 문화와 경제력을 가지고도 ‘평화’에 취하여 오랑캐에게 왕조가 망했던 중국왕조들의 역사가 있을 뿐이다. 진정한 통일과 평화는 피와 땀으로 쟁취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 나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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