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림사에서의 문학기행
장흥군에서 지난 7월 26일《시골버스 타고 떠나는 장흥 문학 기행》이 있었다. 지난 5월에 시작해 3회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장흥 곳곳의 문학 현장을 군내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선지는 보림사(주지 일선)였다.

승용차로 보림사에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장흥읍에서 30분쯤 달리면 천년고찰 보림사의 일주문 앞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버스로 간다면 녹녹하지 않다. 보림사로 가는 버스는 군내버스밖에 없고, 당일치기로 보림사에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버스가 많지 않다. 아침 8시 30분차가 있고, 그 후에는 12시에나 또 한 대가 있다.

그렇게 어려운 교통편을 이용한 프로그램이 《시골버스 타고 떠나는 장흥 문학 기행》이다. 《천관문학관》이 《장흥공공도서관》, 《정남진도서관》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다. 진행자들도 참여자들도 시골버스를 타고 떠나는 문학 기행이 낯설다. 버스 시간에 맞춰서 모여야 하고, 버스를 놓치면 기회가 사라진다. 더구나 시골버스는 마을마다 다 들러야 하기에 걸음이 더디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일행을 맨 먼저 맞은 사람은 불교 미술의 전문가인 장모창(장흥군청) 학예사였다. 참가자들은 전문가의 눈으로, 이전에는 풍경에 불과 하였던 불교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어 어떤 풀잎이건 잎에 대면 악기로 만드는 권형윤(풀피리 전문가)씨의 풀피리 연주를 듣고, 이철호(대금)씨의 대금 연주도 들었다. 그리고 절집 공양간에 들어가 각자가 싸온 도시락과 절밥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가지산 야생차를 덖어 만든 보림사 차를 마실 기회도 있었다. 팽주는 보림사 주지인 일선 스님이었다.

오후에는 꽃등만들기 체험을 하고 난 후, 신고구려(관산남초3년)군의 시낭송을 감상 하였다. 낭송 작품은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의 ‘보림사를 지나며’라는 작품이었다. 이대흠(천관문학관) 시인의 현장 문학 강의에 이어, 송대성 화백과 함께 문학 현장 그림으로 그리기 놀이를 하였다. 각자가 지닌 장끼도 선보였다.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오후 3시였다. “이런 데가 있었네.” 신호웅(장흥. 50)씨의 말이다. 장흥에서 살았지만, 장흥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단다. 버스는, 승용차로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기어이 더듬어 간다. 그러다보면 평상시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새 몸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시골버스 문학기행이 주는 참맛이다.

다음 시골버스 문학기행의 목적지는 장흥 8정자 중 하나인 ‘동백정’이다. 조선시대부터 많은 시회가 있었고, 지금도 여러 시인들의 작품 배경지가 된 곳일 뿐만 아니라, ‘별신제’라는 중요한 민속이 남아있는 곳이다. 다시 《시골버스 문학기행》 참가자들을 실은 버스는, 8월 30일 9시에 장흥버스터미널에서 부산면 호계 마을 앞 동백정을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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