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는 정치인이 이끌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박재순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농어촌 후원자', '농어민 지원수장'이었다. 내년 9월 한국농어촌공사 본사는 경기도 의왕에서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박 전 사장은 내년 본사 이전 때까지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평가에서 기관장 및 기관 평가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아 임기보장이 확실시됐던 박 전 사장은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 정치적 재신임' 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사표가 빨리 수리되면서 지난달 19일 물러났다.

물러난 지 20여 일, 한국농어촌공사 박재순 전 사장은 "농어촌공사에서 물러난 부분은 아쉬움은 많지만, 세상살이가 다그런 것 아니냐"며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건강관리와 함께 현재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숨 가쁘게 지내온 일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현재의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박 전 사장은 평소 지론 대로 '공직에서 물러나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농어민들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오랜 공직생활에서 쌓아온 행정운영의 탁월한 지휘능력과 농민들의 불만사항을 말끔히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원만한 업무처리능력 등 모든 능력을 동원해 농어민을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를 2년여 이끌어본 그는 "농어촌공사는 정치인이 이끌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고 전제한 뒤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아닌 경우 공사 업무 파악하는데 시간을 다 보낼 수 있어 농어촌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절실히 필요한 조직이 한국농어촌공사"라고 조언했다.

그는 "40여 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전남도에서 농정국장, 수산국장 등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농어촌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농어촌 살리기에 앞장섰다"며 "농어촌공사를 이끌면서 지방행정과 농림수산행정을 수행한 농어업 실무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어업인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농어업인과 함께 많은 고민도 해왔다"며 그동안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농어촌의 상생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농어촌공사에 진한 애정을 보였다.

아울러 박 전 사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임직원에게 농어촌의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최고 공기업 도약’을 제시했다"며 "지자체와 협력 없이는 공사가 별도로 살아남기는 어려운 만큼 현장 일선 조직을 강화하고 현장중심경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사장은 "제가 호남출신이지만 전국 각지를 순회했고 특히 영남지역 농업인들이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기대와 함께 유대관계가 좋았다"며 "차기 사장은 농수산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발탁돼 농수산업과 농어촌을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차기 활동을 묻는 질문에 박 전사장은 "동신대 객원교수로 활동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앞에 나서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모교인 조선대와 동신대등 그동안 행정경험을 토대로 후학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일정을 밝혔다.

전남 보성출신인 박 전 사장은 공무원 9급 출신으로 공사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4년 광주시에서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강진군수 전남도 공보관 농정수산국장 자치행정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한나라당 전남도당위원장, 전남지사 후보,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자리에 못지않은 공사 사장직에 올라 9급 공무원의 전설로 통한다.

말단 9급 공무원으로 시작 최단기간 38년만에 공직자의 꽃이라고 여겨지는 1급까지 오르며 공직신화를 이루며 공직생활의 산 증인이기도 한 박 전 사장의 또 다른 시작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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