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림은 연구자·학생이 숲을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 특별히 보호, 관리하는 숲이다. 이 중 1912년 대학 숲으로 지정된 전남 지리산과 백운산의 숲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숲의 일부는 1967년에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었다. 공원이 된 이후 지리산 학술림은 학술적인 이용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지리산 국립공원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백운산 학술림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 한다. 백운산 학술림은 100년 넘는 세월에 걸쳐 국제경쟁력을 갖춰온 국내 유일의 학술용 숲이다. 산림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자 생태적으로 건전한 산림관리 방법과 종(種)다양성,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되는 숲이다.

우리 국토의 64%인 637만㏊는 산림이다. 이 중 국립공원 지역은 약 5%인 31만 ㏊다. 학술용 숲은 국립공원의 10분의 1인 3만1000㏊가 고작이다. 그중 절반이 백운산 학술림이다.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는 숲다운 숲은 이곳이 유일하다. 숲에서 벌어지는 식물상의 변화는 한두 해 연구로 알아낼 수 없다. 수십 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 분석해야만 그 줄기를 잡을 수 있다. 백운산 학술림이 학술목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곳조차 국립공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학술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관리하고 있는 지역을 국립공원보다 더 자연보전의 가치가 높은 곳으로 분류한다. 학술적 목적으로 지정된 학술림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각국 정부에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서울대 백운산 학술림을 공원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철회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산림과학분야의 연구가 중심이 되고 있고, 이를 위해 학술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남훈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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