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분당은 종북정당 본연의 과업에서 벗어나 정권창출이라는 과욕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

 

필자는 올초 민주당이 당의 주요 정책과 정강을 내팽겨치면서까지 총선승리를 위해 통진당과 '야권연대' 라는 마약에 손을 대자, 민주당의 대선승리는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결국 이렇게 가다간 '야권연대'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 이라는 경고도 누차 했다.

특히 지난 1월 중순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여야 정개특위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석패율' 도입이 통진당 이정희와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한명숙간 밀실야합으로 인해 무산될 당시부터 싹수가 노랗다고 느껴졌다.

민주당이 영호남에 치우친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새누리당과 떳떳하게 정책과 이념으로 1:1 구도를 만들어 갈 수권정당 기대를 져버리고 , 오로지 선거승리만을 위해 무원칙한 야합을 시도했으며 결국 석패율 도입을 통한 '동서화합' 이라는 대의를 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지지율 4%' 에 불과한 통진당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구나' 하는 한심함에 절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민주당내 주요 인사들이 통진당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심지어 통진당 내부 속성을 알만하 민주당 인사들조차 통진당이 어떤 정당인지, 통진당 종북사태의 실체적 본질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통진당내 신당권파가 당내권력 투쟁에서 이기면 '야권연대' 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상도 어이없기 짝이 없다. 그런 발상을 갖고 있는 자가 당 대표를 하고 있으니, 대선에서 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통진당은 기본적으로 이념정당이다. 대중정당이라기 보다는 '종북진보' 라는 이념을 따르는 정당이다.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종북(從北)' 에서 비롯됐다. 당의 정체성이 '종북'인 것이다.그런데,이 '종북'이란 단어에는 '평화와 통일'라는 용어가 이면에 함축되어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외부에서 어떻게 부르든 간에 통진당 내부에선 스스로를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세력'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 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인식차이는 동전을 바라보는 진영의 속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통진당 구당권파 세력은 외부, 특히 보수언론이 아무리 종북세력이라고 단정한다해도 이에 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인들 스스로는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자부하고 있기 때문에 외압에 굴복할 리 만무하다.

이들은 이런 나름대로의 자긍심 때문에 외부에서 아무리 종북세력이라고 찍어대도, 이를 외부에서 쳐놓은 '종북프레임' 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는 자들이다.

이번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 사태의 본질도 통진당 내부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론 보다 외부에서 바라본 '종북' 이란 시선의 딱지를 제거하기 위한 유시민 등 신당권파 세력들이 벌인 거사(巨事)가 좌초된 것으로 봐야 한다.

유시민을 비롯한 심상정 노회찬 등 소위 신당권파라 불리우는 세력들이 당내 권력투쟁에서 이석기와 김재연 제거를 통해 '종북' 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려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태생자체가 '종북정당'인 통진당이 '종북' 이란 표딱지를 떼어 내는데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고?

위에서 얘기했지만 통진당 내부에선 스스로를 '종북세력'이 아닌 '평화와 통일세력' 으로 자부하고 있는데 보수여론에 굴복해 '종북'이란 딱지를 떼어버린다면 '평화와 통일세력' 이란 이면의 딱지도 같이 떼어버리지는 것이고, 이는 자기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동전이 버려지면 양면에 무엇이 새겨져 있던 간에 버려지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종북' 이란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이석기와 김재연을 제거한다면 지금껏 평화와 통일세력이라고 자부해왔던 자긍심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을 범할뿐더러 한편으론 종북의 대명사로 불려온 이석기-김재연의 제거는 통진당 스스로가 종북세력임을 자복하는 꼴이기 때문에,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내부 반발에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분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원인은 이들이 종북정당 본연의 과업에 충실하지 않고 '과욕을 부렸다'는 점이다.

남한에서 소외된 정치세력을 대변해 온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은 많아야 5% 이내의 지지율만을 받고 기껏해야 5~6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배출해 낸 소수정당으로 만족했어야 했다.

그게 정상이다.

남한에서 역대정권에 의해 종북세력이든 자기들 주장처럼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전도사를 자임했던 간에 역대정부로부터 탄압 받았던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는 많을 필요가 없다. 그 정도의 국회의원 숫자만 배출하고 그 정도로만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그마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감히 정권을 탐낸 것이다. '진보정권' 탄생이란 목표를 두고 민주노동당이 유시민의 참여당과 합치고 다시 심상정 노회찬 등과 합치더니 통합진보당을 만든 것이다.

광우병 사태로 재미를 본 이들 세력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정권 창출을 내걸고 내심 당 대표였던 통진당의 이정희를 대선 후보까지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작금의 통진당 사태 역시 종북정당으로서 혹은 평화와 통일에 앞장서는 정당으로서 본연의 역할과 능력을 벗어나 과욕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종북진보 정당으로서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벗어나, 감히 정권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총선을 앞두고 알려지면서 중도보수세력을 자극했다.

외부에선 종북세력의 실체에 대해서 대대적인 검열이 이뤄졌고 내부에서도 당의 정체성과 진로를 놓고 반란이 일어났다. 총선직후 급기야 비례대표 의석수를 놓고 "언제 우리가 통합진보당 이라고 했냐" 라며 내부 세력끼리 권력투쟁에 돌입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간에 종북연대할 땐 언제고 전혀 그런 적이 없던 것처럼 말이다.

이들이 이렇게 간이 부은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옆에서 야권연대를 부추킨 민주당내 야권연대론자들 때문이다.원래 간이 붓다보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 통진당 내부사태가 추태로 치달은 이유도 국민들이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몰락도 당연하다. 야권연대가 정권창출을 위한 지상 최대 과업인 것처럼 여기며 야권연대에 올인한 당권파 세력들 때문에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힘과 자생력을 갖출 여력이 없었다.

대입준비를 하는 고등학생이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본인 실력을 키울 공부는 하지 않고 연애질이나 하고 다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최근 대선 경선에 나선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8명 주자를 5명으로 추리는 컷오프, 5명 주자들 간의 본선, 본선 1·2위 간의 결선투표 등 3단계로 치러지는 대선후보 경선을 시작했지만, 서울대 안철수 교수 때문에 손학규와 김두관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문재인 후보는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은 10.0%로 지난주 17.2%에서 7%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민주당이 야권 후보 자리를 안 교수에게 갖다 바치고 본선 후보를 내지 못하면 민주당 몫으로 책정된 대선 국고 보조금 150억원도 못 받게 된다.

민주당이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올 12월 대선에서도 자기 후보를 못 내고 무소속 들러리나 서게 되면 아예 당 간판을 내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과 맞서 내부적으로 실력을 키우고 힘을 모으기보다 종북진보 정당에 휘둘리고 한편으론 야권연대 하자며 통진당을 꼬셔 통진당 간이나 키워놓은 민주당.

민주당은 간이 부은 통진당이 분당이 된다면 다음은 민주당 차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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