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구상 민주당과 겹쳐...겉으론 환영 속으론 '전전긍긍'

 

민주당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사실상 대선출마를 놓고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민주당의 겉으로의 반응은 일단 환영이다.

안 원장의 등판으로 "야권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했다. 그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는데, 안 원장의 등장으로 야권 전체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원장의 지지층이 민주당과 겹치기 때문에 대선 후보 진영 입장에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겉으론 환영하다고 했지만 실제 내부 속사정은 여의치 않다. 후보들마다 희비도 엇갈리고 있지만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는 처지다.

안 원장이 최근 출간한 책에서 밝힌 재벌 지배구조 문제안 원장이 책에서 민주당을 비판한 것도 한편으론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 집권 10년간 서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 "야권의 총선 패배로 (출마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안철수 정책구상은 중도층 겨냥한 민주당 안과 겹쳐...일단 환영하면서도 '마이너리그' 경선 우려

무엇보다 안 원장이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 에서 밝힌 그의 정책은 민주당과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의 저서에서 밝힌 정책구상은 중도층 겨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 원장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입장을 달리하는 쟁점마다 합리적인 선에서 답변을 내놓기는 했지만 민주당의 안과 겹치며 중도표 끌어모으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벌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재벌 기업의 경쟁력은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점진적 복지를 통해 보편적 복지(민주당)와 차별적 복지(새누리당)를 조합해 나간다는 식이다.

재벌 지배구조 문제 등 안 원장의 정책구상은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해소를 주장해 오히려 문재인 민주당 경선후보와 비슷한 구상이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가 주장하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 대해서는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육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무상보육’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강조한다. 초·중등학생 무상급식 실시나 의료민영화 반대엔 안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같은 입장을 취했다. 다만 문 후보가 주장하는 대학 ‘반값등록금’에 대해 안 원장은 “단계적 실행”으로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해 문 후보와 같이 기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용산참사, 강정마을, 언론사 파업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와 개발 만능주의를 지적했다. 진보진영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회 현안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입장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안 원장은 “폐기보다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문 후보와 입장을 같이했다. 또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FTA를 추진하면 이익보다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한·중 FTA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선 후보들의 안 원장의 출마에 대한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손학규 고문은 20일 오후 춘천시 효자동 축제극장몸짓에서 열린 '저녁이 있는 삶-춘천 토크배틀' 행사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다함께 차별과 특권의 새누리당 정권을 바꾸자고 한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안 원장을)배트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 안 원장을 비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철수는 지금 정의의 사나이다. 그 사나이를 어떻게 욕하나"라며 "(누구든)안철수를 지금 욕할 자격이 있냐"고 안 원장을 두둔했다.. 그러면서도 손 고문은 "안철수가 결국 제 손을 들어줘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철수 지지표가 나한테 올 것이다. 그래서 저는 안철수씨가 간접적으로 출마선언한 것을 사실 크게 환영한다"며 최종적으로는 안 원장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손 고문은 자신이 안 원장에게 정치 입문을 권했다고도 털어놓기도 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날 "안 원장이 책을 내 출마를 결심한 거 아닌가 추측들을 하는데 기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측도 "여태까지 안 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는데, 우리와 생각이 많이 일치하는 것 같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은 "중도층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동반자적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광주전남 민주당 "민주당 텃밭 전라도에서 1위 지지후보 안철수가 대선 후보되는 게 순리"

그러나 민주당 내부 속사정은 다소 다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안 원장이 민주당의 선거패배가 정치참여 계가가 됐다는 안 원장의 주장에 "야당의 선거 패배가 나를 불러냈다고 얘기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소극적이고 조금 실망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왜 민주당까지 걸고넘어지느냐"고 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의 핵심관계자도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지지율 1위 후보는 안철수 원장인데, 안 원장이 출마하게되면 이 지역에 공을 들여온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노력은 공염불이 될 것이 뻔하지 않냐"며 "다른 후보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지역 또다른 민주당 시의원도 "노무현 대선 경선과정에서 봐 왔듯이 광주전남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며 "이런 측면에서 전라도에서 1위의 지지율을 기록한 안 원장이 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안 원장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리얼미터가 중앙일보와 함께 안 원장의 책 출간 이후인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원장은 다자 대결에서 15.9%의 지지율을 얻었다. 전날에 비해 2.2%포인트 내려간 수준이다. 반면 1~2위인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각각 39.4%와 19.4%를 기록, 전일 대비 각각 2.5%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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