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허덕이다 자살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광양 여수지역 고액 연봉 노동자들의 대조적 삶이 비교돼 논란이 되고 있다.

심모씨(36)는 지난 4월 강원도 평창의 국도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가스중독. 밀폐된 차 안에서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3억원가량의 사채 빚과 계좌 거래내역이 나왔다. 경찰은 사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심씨는 8년간의 직장 생활 끝에 다시 치킨점에 도전했다. 비용은 짬짬이 모은 돈과 주류회사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주류회사는 자사 제품을 써 주는 대가로 치킨점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도봉구 창동에 30평짜리 가게를 열었다. 짭짤했다. 2010년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는 손님들이 몰려 테이블이 미어터졌다. 주변에서는 "심씨가 한때 하루 300만원까지 매상을 올리는 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전직하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국내에도 옮아붙으면서 손님의 발걸음이 급감했다. 직원을 해고했다. 은행 문도 두드렸지만 대출 문턱은 높았다. 가게 문 앞에 놓인 일수 전단지를 집어든 건 이 무렵이었다. '100만원 대출에 이자 10만원.' 다급해지니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이자도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한 번에 갚아도 됐고, 소액을 매일 꾸준히 갚아도 됐다. 심씨는 결국 전단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400만원을 빌렸다.

이후 돈을 빌리는 횟수가 늘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채 이자는 연 500%에 달했다. 돌려막기가 시작됐다. 다른 사채업자에게 돈을 꿔 먼저 빌린 돈을 막았다. 원금에 이자분이 합쳐지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채를 쓴 지 1년 만에 억 단위의 빚을 지게 되면서 심씨는 하루는 돈을 빌리고, 돈을 갚는 일로 가득 찼다.

경찰 조사결과 심씨와 돈 거래가 있었던 이들은 사채업자 14명을 포함해 총 158명에 달했다. 적게는 6만원부터 최대 250만원까지 매일 갚았다. 심씨는 주로 스마트폰으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부쳤다. 많을 땐 하루 10차례나 스마트폰 이체를 했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 사채업자에게만 1억7000만원을 갚았다.

사채를 쓰기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인 지난 4월, 심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나흘 전인 4월9일에도 일수돈 6만원을 스마트폰으로 이체했다.

그리고 그 6만원을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반면 심씨와 같은 나이 또래 전남 광양과 여수지역 노동자들의 삶은 대조적이다. 똑같이 고졸로 입사했지만 이들은 여수GS칼텍스, 호남석유화학, 여천NCC 같은 대기업을 다닌 덕에 이들의 삶은 풍요롭기 그지없다.

20년 근속이 되면 보통 연봉이 1억원에 달한다. 고등학교 졸업한 학력치고는 최고인 셈이다. 오히려 대졸 직원들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노조가 있다보니 해고 위험도 없다. 대신 신입직원의 채용기회는 거의 없다.

이들 지역에서 취업사기 사건이 발생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입사만되면 몇 년내에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이유로 브로커에게 돈을 갖다 바친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1주일에 3-4일 근무만 하면 되고 식사는 물론이고 의복 등 어지간한 것은 회사에서 다 처리해준다.

2명의 자녀 대학교 학자금까지 대주는 회사도 있다. 광양제철소에 노조가 없는 이유도 이런 복지혜택 때문이라고 했다.

순천 연향동 등 신시가지 상당수 부동산은 이런 회사들의 임직원들이 소유하고 있다.부인들의 재테크 덕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광양 여수지역 유흥업소는 호황을 누렸다. 야근을 마친 노동자들이 밤새도록 유흥업소에 모여들었고 이들 때문에 업소는 불야성을 이뤘다.

유흥 업소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이 하루 저녁에 수십만원을 버는 것은 당연했다. 연봉 1억원짜리 고액 노동자들 덕분이었다.

순천시 에코그라드 호텔 옆자리에 위치한 알짜배기 땅도 광양제철소 직원 땅이다. 무엇을 해서 돈을 모았는지 모르겠으나  주차관리원은 월급까지 받아가며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GS칼텍스나 한화 케미칼 등 광양 여수 산단의 상당수 직원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싼 값의 아파트에 입주해 있다. 공짜는 아니지만 그 모든 게 훨씬 저렴하다.

싸게 살면서 회사에서 나온 돈은 그대로 모아 부동산 재태크에 투자한 직원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이들 고액노동자들 부인들의 삶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이들 부인들은 대개 오전 10시경이면  동네 인근 사우나에 모인다.

순천시 왕조 2동에 위치한 체육운동시설을 갖춘 '유심천' 이란 목욕시설에는 오전이면 이런 부인들이 수백명이 몰려 목욕과 운동을 즐기며 온갖 수다를 떨며 몸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부의 불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적나라한 현실이다.

똑같은 고등학교를 나와 누구는 자살하고, 누구는 1억 연봉에 부동산 재태크까지, 대선 후보들이 부르짖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 따지고보면 바로 이런 지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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