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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라져야 할 현수막 정치, 그 뒤에 숨은 진실은?
박종덕 본부장 | 승인 2011.04.05 16:26

   
▲ 순천-광양간 국도변에 도시통합 결사반대가 적힌 채 나부끼는 깃발.
광양-순천 도심속 현수막 뒤에 숨어 있는 정치인, 그들은 누구인가?

순천·광양 통합여론 조사를 앞두고 광양시 전역에 통합반대 현수막이 도배되어 있다. 순천시에서 광양시로 넘어가는 경계지점의 국도변에서 시작된 붉은 글씨로 씌워진 ´도시통합 결사반대´ 깃발들은 도심속까지 이어져 마치 전쟁터의 군기처럼 나열되어 있다.

지난해 순천시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난도질 당한 ´순천대학교 광양캠퍼스´ 문제가 결국 역풍이 되어 광양시 전역에 현수막이 광풍으로 휘몰아 치고 있다.광양지역 일부에선 통쾌한 복수극이고 사필귀정이라 한다.

불과 1년 전에도 인근 순천시에서 순천대학교 광양캠퍼스 이전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순천시 전역에 도배됐다.당시 순천시도 관변단체를 이용해 현수막 설치가 이뤄졌고 그에 따른 비난도 제기돼 이른바 ´관제데모´ 논란까지 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광양시의회가 광양지역내 시민사회단체를 소집해 지난해 순천시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여론조장을 강요하고 있다. 출처도 불분명한 단체 명의의 현수막이 도심속 여기저기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이 광고 현수막을 도심에 걸기 위해선 여러 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기간도 정해졌고 기간이 끝나면 자진철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순천시와 광양시의회가 주도해 현수막을 내건 과정에는 이런 사전절차가 철저히 무시됐다.

순천시와 광양시가 번갈아가며 강요된 여론을 조장하고 현행법 위반을 한 불법현수막 설치에 대해 누구 하나 제대로 지적한 언론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한 눈에 봐도 출처도 불분명하고 관변단체의 이름을 빌린 이 현수막을 이용한 정치세력은 누구이고, 또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익은 무엇일까?

소지역 이기주의와 지역 정치인의 이익이 맞물린 현수막이 내포한 의미는?

지방자치제가 실현된 지역민주주의 체제에 있어서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또는 묵시적인 동의와 지지를 통해 정당한 지배를 가능하게 해주는 ´권위´가 전제 조건이 된다.

´권위´를 행사하는 소수와 권위를 행사받는 다수, 즉 소위 지자체의 단체장과 지방의회로 대변되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권위를 행사받는 대중들과의 긴장이 조성된다.

그 긴장을 관리하는 방법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지만 정치 지도자는 국민들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인식하더라도 긴장관계가 아닌 자율적 권위구조로 만들고, 또 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을 동원한다.

지난해 순천시와 지금 광양시에 내걸린 현수막 역시 이런 권위를 정당화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슨 종친회부터 평소 듣지도 알지도 못한 모임명의로 현수막을 내건 이유 역시 광양시의회의 지도자들이 시민사회단체를 내세워 ´선전´을 통해 권위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수단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왜냐하면 지역정치에 있어서 현수막처럼 손쉽게 눈에 띄는 선전물은 정치 지도자들이 그들의 추종세력의 명의를 빌려 지역민들과 야기되는 권위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그 효과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수막을 이용한 선전은 특정 정치인이나 세력이 대중들에게 자기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권유하거나 조성하려는 의도로 정치적 메시지를 교묘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일반대중들이 불평등한 인식을 못하게 하는데 주목적이 있다.

즉 순천시민과 광양시민들은 지난해 순천대학교 광양캠퍼스 설립에 관해서도 자유스럽게 판단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현수막을 통해 획일화된 흑백논리로 한쪽편에 치우친 선택을 강요받았던 것이고 이번 순천-광양 통합문제도 마찬가지 경우에 해당된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통합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자유스럽게 개진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지만, 지역의 특정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의 차별화된 판단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을 방해하기 위해 이런 ´현수막´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현수막 정치인들, 그들의 노림수는?

따라서 이런 현수막을 이용한 선전선동은 순천시와 광양시의회 정치인들의 일방적인 선전포고이다.

게다가 현수막 설치의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그 내용에는 순천시장과 광양시의회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도가 비밀스럽게 담겨 있다.

이런 선전선동을 즐겨하는 정치지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과장하고 미화시키며, 불리한 사실은 왜곡, 축소하거나 아예 무시하여 선전내용을 일관되게 전개시킨다.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게 지도자의 권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지도자의 경쟁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고 있다.

그 지도자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선전의 핵심적인 내용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지도자와 국민간에 일종의 공명현상이 일어나게 한다.

이와 함께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선전내용에 감정을 이입시켜 피선전자의 감정을 동화시켜 대중의 지배적 감정에 호소하고 그들이 가진 기존의 태도를 선전의 내용과 결합시킨다.

이것은 대중의 심리 안에 있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감정을 구체적인 선전 과정에서 환기시키고 이용함으로써 기존의 태도를 선전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 맺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지도자는 대중들의 권위의 저항을 불허하고 기존의 태도에 동조, 동정하도록 하여 대중들은 집단적 상황하에서 보편성의 인상을 받으면 동일성(identification)에 의한 복종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동일성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그들과 같이 행동하려는 심리적인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심리적 경향은 지도자의 권위를 안정적으로 유지강화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순천-광양 통합논의나 여론조사 결과는 지역민들의 제대로 의사구조를 반영하기 힘든 상황이며, 따라서 최근 광양시의회가 발표한 통합에 대한 광양시민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왜곡되어 있어 의미가 없다.

사라진 여론정치, ´감시´ ´견제´해야 할 언론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전락´

문제는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역의 언론과 시민단체들이지만, 그 본연의 임무는 상실한 채 지역언론은 오히려 이런 정치 선전수단의 도구로 전락 된 지 오래됐다.

일부 언론은 자치단체에서 내려주는 홍보에 길들여져 정치 지도자들의 입맛에 맞게 선전물을 가공하는데 쓰여질 뿐이다.

지역의 언론들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진실에 대한 보도와 가장 충성을 바쳐할 대상인 시민을 망각한 지 오래다. 또한 권력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자 역할도 팽개쳤다.

지역의 기자들은 공공의 비판과 타협을 위한 포럼을 제공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 시민들이 중요한 사안을 흥미롭게 그들의 삶과 관련되어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만, 그럴만한 역량도 없고 여건도 안된다.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의 인식도 문제다. 이런 선전선동 구호가 난무하는 것을 눈으로 지켜 보면서도 선관위는 좁은 법 해석에 갇혀있다.

전술했듯이 특정이슈를 현수막을 통해 강요와 설득으로 여론을 조장하는 이면에는 특정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고 숨어있지만 선관위는 이를 굳이 외면한다.

언론과 선관위는 바로 이런 내면 깊숙히 숨어 있는 ´정치적 의도´를 발견해 그들에게 경고장을 발부해야 하지만,그렇치 못한게 우리의 현실이고 그러다보니 이런 현수막정치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지금도 광양-순천간 도로에는 붉은 글씨의 ´도시통합 결사반대´라는 글귀가 나부끼고 있다.

 

박종덕 본부장  jdp806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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