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비례후보 선거 과정 부정선거 사실로 드러나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2일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이 총체적 부정과 부실 선거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도덕성을 외쳐온 통진당의 충격적인 부정경선 사실이 드러나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1, 2, 3번 당선자에 대한 사퇴요구가 이어지며 조만간 당차원의 ‘결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 선거를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규정한다”며 “이로 인해 당원들의 민의가 왜곡되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의혹과 질타를 받게 된 것에 송구함과 더불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정상적인 선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강행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중앙선관위와 사무총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지역선관위와 선거사무원, 이를 묵인 방조 또는 방치한 단위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사용해 투표를 중단하게 했고 이로 인해 잘못 표기된 데이터를 초기화하는 등 사례는 선거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시스템의 수정이 불가능하고, 부득이 수정해야 할 때에는 엄격한 통제 하에서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경선을 관리할 적절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와 수의 계약하고 사무총국 직원의 임의적인 판단과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선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위원장은 “현장 투표에서는 당 선관위 직원의 양심과 관행에 의존해 투표를 진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데 머물러 결과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부실선거 초래했다”고 밝혔다.

동일한 아이피(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지고 대리 투표 등 부정 투표도 확인됐으며 현장 투표소 조사 결과 다수 투표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실 등 당규 위반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투표 마감 시간 이후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현장 투표가 집계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조사 결과 이번 비례대표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며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는 당기위 회부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재발방지 대책 등 당 쇄신안도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공동대표인) 이정희씨는 사퇴하고, 비례대표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어 “문제를 일으킨 당권파 측 후보들은 사퇴해야 한다”며 “(비례대표) 다음 순번대로 가되, 철저한 검증을 통해 거기에도 혹시 문제가 있는 후보들이 있다면 따로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당권파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며 “비례대표 선출 과정 자체가 당 안팎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치부는 모두 드러내고, 환부는 모두 도려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진보가 진정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NL(민족민주 계열)의 당권파,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른 계열, 특히 국민참여당 계열이 견제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당내 NL당권파를 겨냥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의 의식과 행태가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 된 것이 아닌가”라며 “이번 일 확실히 정리안하면 향후 원내교섭단체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