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결과는 새누리당 승리 아닌 야권연대 심판 결과

한명숙 순천 지원 외면한 반면 이정희는 수차례 순천지원 유세...이게 '야권연대' 인가?

노관규 지지자 한명숙 원망 ..."두번 다시 전라도 발 디딜 생각말라"

 
야심차게 노렸던 과반은커녕 원내1당이란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민주통합당이 충격 속에 책임론이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그간에 쌓인 온갖 문제들과 민간인사찰 파문 등 반MB정서가 커질대로 커진 분위기상 야당으로선 이번 선거는 당연히 ‘차려진 밥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밥상에 올라온 밥과 반찬을 그대로 받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의 여파가 컸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좌파언론과 지지세력, 민통당 안팎에선 한명숙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486측근·학연(이대)공천 등으로 잘못된 공천을 주도한 점,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 김용민 막말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점 등 온갖 실패의 이유들이 지적되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뼈저린 반성과 후회를 해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민통당과 지지세력의 자책과 반성이 딱 그 꼴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승리한 선거가 아니라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선거였다.

또 민심이 ‘정권심판’보다 ‘야권연대’를 먼저 심판한 결과였다. 서울과 수도권이 압도적인 지지로 민통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강원도와 충청도가 민통당을 외면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9석을 모두 새누리당에 몰아준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안보이슈에 민감한 보수성향의 지역이다.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이란 얘기다.

필자의 기억으론 이 지역에서 단 한 번도 노골적인 좌파인물, 통합진보당에 어울릴법한 소위 말하는 진보인사가 당선된 예가 없었다. 야풍(野風)이 잠시 불었던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재 전 도지사는 친노인사였을 뿐, 좌파인사가 아니었다. 2011년 치러진 재보선에서 당선된 최문순 역시 민통당 소속이었지 통합진보당 소속의 급진좌파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원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통합당 소속의 도지사를 2번이나 선택할 만큼 정권심판론의 위력이 살아 있는 지역이었다.

민통당, ‘안보의 땅’ 강원도서 통진당과 야권연대, 충청도선 통진당에 양보해 패배자초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이 지역에서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통합진보당 급진좌파들과 손을 잡으면서 기회를 날려버렸다. 체질적으로 안보이슈에 민감한 사람들 앞에서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통진당과 함께 정책연대를 떠들고 좌파성향의 시민단체들과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각종 선거제작물엔 여론조작 사건으로 지탄을 받고,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냐 아니냐에 대답조차 못하던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등장했으며, 강원도민들은 선거기간 내내 신문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통진당 소속 주사파인물들에 대한 보도를 접했을 것이다. 아무리 정부에 반감이 있다지만 국가안보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는 강원도민으로선 통진당과 한 몸이 돼 널뛰는 민주통합당 후보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민심도 읽지 못한 채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 후보라며 강원도민의 선택을 요구했다. 강원도를 자신들의 안방정도로 생각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충청권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대거 당선된 경우를 보자. 새누리당에 의석을 거의 헌납하다시피 패배한 곳들이 바로 야권연대를 통해 이루어졌다. 민통당이 무공천하는 방식으로 통진당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웠던 대전과 충남 홍성·예산, 충북 충주의 결과는 모두 새누리당 소속 후보에 큰 표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반면 양당 후보들간 여론조사를 통해 천안을 단일후보로 결정됐던 민통당 박완주 후보는 새누리당, 선진당 구도에서도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도대체 이런 결과들은 뭘 말하는가? 대전일보와 같은 충청권 지역신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야권단일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역정서를 뛰어넘는 통진당 후보들의 진보성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고, 억지로 겨우겨우 단일후보가 됐지만 낮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던 통진당 후보들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선진당이 지역당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에 실망한 충청 유권자들은 ‘야권연대’랍시고 말도 안 되는 자멸수를 둔 민통당을 외면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도대체 이런 걸 자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

19대 국회에 민통당 후보를 여럿 보내줄 수도 있었을만큼 호의적 분위기였던 강원도와 충청도의 민심은 민통당이 ‘야권연대’라는 기괴한 정치공학적 발상으로 강요한 통진당 후보를 외면하고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이다. 어부지리라는 야권연대가 빚은 황당한 결과를 가지고 새누리당이 만들어 낸 성과처럼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충청과 강원도에 공을 들였다고 해서, 민통당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선거결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민통당 야권연대로 서울수도권 승리? 야권연대 아니었으면 더 큰 승리도 가능

민통당이 압승한 수도권엔 야권연대 때문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한 일이 없었을까? 당연히 있다. 대표적으로 은평을이 그렇다. 은평을 현역 의원이자 19대 당선자인 이재오 후보는 통진당 천호선 후보에 1.1%라는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만일 2.1%를 얻은 정통민주당 이문용 후보가 없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만일 민통당이 야권연대 후보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자당 후보를 냈다면 이재오 후보를 훨씬 가볍게 이겼을지도 모른다. 야권연대라는 정치공학이 빚은 새누리당 어부지리의 한 예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야권연대라는 명분하에 민심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공천에 반발해 민통당을 탈당하고 정통민주당이나 무소속 등으로 출마, 민통당 후보들의 잠재적 표를 잠식한 사례가 많다. 서울 송파병은 지난 17대 열린우리당 의원, 18대는 통합민주당 소속의 후보들이 당선된 민통당 텃밭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공천결과에 반발, 탈당해 정통민주당으로 출마하는 후보도 있었고, 야권연대에만 매달린 민통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해 전국 투표율보다 2.9%나 낮은 51.4% 투표율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유권자도 많았던 것이다.

이와 같이 몇 군데만 구체적으로 살펴보아도 민통당은 당연히 건질 수 있었던 지역 많은 곳을 야권연대에만 올인하다가 스스로 놓아버린 셈이다. 반면, 통진당은 비록 유시민의 참여당 세력과 살림을 합쳤다곤 하지만 실제 득표력에 비해 과대포장된 채 민통당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아서야 좌파정당 최고 기록인 10석을 넘어, 13석이란 의석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통진당이 과거 권영길의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영향력과 득표력보다 훨씬 월등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즉, 통진당의 능력이 구 민주노동당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통당은 욕심 때문에 통진당을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손해를 자청한 셈이다.

야권연대는 민통당의 자충수, ‘박근혜 칭송’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결과 오판 말아야

통진당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기 힘든 급진성향의 과격노선을 걷는 정당이다. 이런 급진세력과 중도좌파 기득권세력이 주축인 민통당은 애당초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조합이다. 1+1=2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민통당 지지층과 통진당 지지층의 거리도 그만큼 멀다는 얘기다. 이런 점들을 무시하고 민통당은 야권연대라는 단순무식한 정치공학적 발상 하나만으로 스스로 통진당 종북의 오명까지 나눠지고, 많은 의석수를 새누리당에, 통진당에 헌납한 셈이다. 19대 총선 새누리당 과반목표 달성엔 민통당의 이러한 숨은 공로가 깔려 있다. 민통당의 자멸이 없었다면 새누리당이 과반은 물론 의미있는 성적조차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 벌린 표차를 더욱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민통당의 자멸수가 결국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가도에 탄탄대로를 깔아주었다. 민통당이 그토록 집착한 야권연대는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권을 위해 부역한 괴물이 된 셈이다. 19대 총선결과가 민심이 야권연대를 심판하고 거부한 결과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민통당은 올 대선에서도 목표를 이루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예상 밖 좋은 성적의 이유가 야권연대를 심판한 민의에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창창해 보이는 올 대선에서 원치 않는 결과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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