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민주당 창당과 무소속 출마 속출...민주당 핵분열 자초

 

지난 4.27 재보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이후, 이른바 보수우파 세력은 패배주의에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연패한 이후부터는 그 누구 하나 야권의 총선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미 패배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더 확실하게 단결하자는 것 이외의 대안은 없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늘 항변해왔다. 단결은 자유로운 에너지를 억압하는 일이다.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걷도록 하는 것만큼 에너지를 강하게 하는 다른 방법은 없다. 패배주의에 젖어 에너지가 급감하는 보수세력에서 단결이라는 억압의 기제가 작동하면, 전멸당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대란, 통합과 단결 외치다 공간 크게 줄이며, 비명 터져나오는 격

반대로 야권 진영은 재보선 등의 승리로 에너지가 충만해있었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야권지도자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단결의 논리를 폈다. 기존의 민주당과 운동권세력이 합당하여 민주통합당으로 공간을 좁혀놓고,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을 합쳐 통합진보당을 만들어놓았다. 총선의 의석수는 한정되어있는데, 사람을 모아놓고 정당을 줄이니, 점점 더 공간이 비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고 튕겨져나가는 세력이 나오기도 한다. 여전히 살아있는 정통 반북좌파 정당 진보신당이 그 예이다.

민주통합당의 공천대란은 한명숙 대표와 임종석 사무총장의 전횡 탓이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다. 야권세력에 너무 과한 에너지가 투입되었음에도, 이를 무리하게 단일화하기 위해 통합의 틀로 억압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데 공간을 좁혔을 때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그건 한명숙이 아니라 김대중과 김정일이 살아돌아와도 막을 수 없다.

이에 또 하나의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MB정권 타도 투쟁을 벌이면서, 정도 이상으로 좌클릭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MB정권에 대한 모든 것을 반대하려다보니, 실제로 자신들이 집권여당 시절 추진했던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입장도 바꿔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버렸다. 지금까지는 MB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의 감정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새로운 집권 세력을 결정해야 하는 총선과 대선에서는 다른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가경영을 목표로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MB정권과의 투쟁을 함께 한 통합진보당에 완전히 발목을 잡혀버렸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독자적으로 정책을 내놓을 수가 없다. 통합진보당에 모두 다 재가를 받아야하는 수준이다.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기 위해서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릴 수 없다. 그러다보니 총선에서 의석마저 원칙없이 내줘야 한다.

야권연대 달성되며, 지역구 출마자 찍어누를 경우, 대 분란 예고

민주통합당은 약 16곳을 무공천으로 내주며, 나머지 선거구 75여곳에서 경선을 벌일 것을 통합진보당과 합의했다. 특히 경선의 방식 역시 지지도 조사가 아니라 적합도 조사로 할 것을 강요받아, 만약 통합진보장 측이 30여 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빼앗길 지역구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당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올라온 후보에게 비상식적인 여론조사 결과로 후보사퇴를 강요하게 되었을 때의 분란의 정도는 예상조차 할 수도 없다.

이제껏 구 민주당은 각종 총선과 대선에서 단 한 번도 종북세력을 대표하는 정당과 선거연대를 해본 일이 없다. 그러나 MB정권 당시 투쟁에 매몰되다가, 종북세력에 완전히 뒷다리를 잡혀, 당이 붕괴의 위기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의 경우는 공천 잡음이 있긴 하지만, 민주통합당과 달리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애초에 선거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고, 박근혜 위원장의 단일 리더십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생각의 김경재 최고위원조차 “새누리당이 안정적인 의석 확보를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민주통합당의 붕괴는 예고되어있었다. 이미 600만표 차이로 패배한 세력이, 단 하나의 반성과 성찰도 없이 광우병 거짓선동의 힘으로 다시 재기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 합리적이고 온건한 의견을 내는 인물들은 어용언론들과 인터넷 공간에서 여지없이 인격살인되었다. 정당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가 막히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거짓선동 뿐이었다. 작은 선거에서는 이러한 거짓의 힘으로 얼마든지 이길 수 있으나, 총선과 대선과 같이 집권세력을 결정하는 선거에서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공천에서 민주통합당은 강봉균, 최인기, 김영진 등 온건한 세력을 모두 숙청하는 일마저 저지른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성공하면서, 후보 단일화가 대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선거와 정당 제도를 바꾸지 않고, 어설프게 후보단일화가 남발되면서, 정치적 다양성과 창의력이 실종되어갔다. 후보단일화란 그 어떤 경우든 하나의 악을 제압하기 위해, 각자의 다양성을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패배주의에 젖은 보수세력 내에서도 역시 친노종북세력처럼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부류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로 뭉치자고 세력 전체를 억압했다가, 붕괴의 길로 가는 야권의 모습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파의 다양성의 가치로 친노종북 제압할 수 있어

적을 타도하기 위해 뭉치자는 테마는 10년 전 노무현의 것이다. 2012년의 시대적 테마는 종북세력의 고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권 내에서부터 종북세력을 분리시켜야 한다. 이 작업을 하는데 보수의 단결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히려 자칫 단결의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터져나오는 야권의 붕괴 에너지만 더 억압할 수 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때 확인되었듯이, 양 진영이 한꺼번에 뭉치지면, 야권에 훨씬 유리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 전략을 떠나, 이제는 각 세력이 상대를 타파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국민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방향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정치적 흐름이야말로 우파의 다양성의 가치이고, 오직 적을 타도하기 위해 뭉치자는 친노종북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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