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미안해서 죽지 못하게 하라!" 는 노관규 전 시장의 명령 편

 [정원박람회 나무 활착의 비밀은 매립형 지주대와 뿌리돌림]

정원박람회장이 건설중인 현장으로 우리를 차를 타고 건너갔다. 건너가면서 우측 동천에 건설되고 있는 '꿈의 다리'  건설 현장이 눈에 보였다.

현장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다시 곧장 길을 가로질러 정원박람회 조성공사 현장에 들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럽의 정원들이었다. 각 구역별로 정해놓은 공간에 영국, 프랑스,네덜란드 정원들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 정원들을 따라 차로 돌다보니 정원박람회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정원조성공사 현장이 무척 큽니다” 이천식 계장에게 물었다.

“ 예전에 논으로 있을 당시보다 훨씬 크게 보일 겁니다.”

이 계장은 특유의 텁텁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실제로 논 상태로 있을 때 가끔 지나다니며 봐 왔던 크기에 비해 박람회장으로 조성된 현장은 훨씬 큰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차로 이곳 저곳을 돌다보니 그 규모가 다르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 매립형 지주목을 설치하고 2011년 여름 태풍이 부는 동안 나무가 태풍을 잘 견디는지 지겨보는 장면.이 사진은 지난해 두번의 태풍이 발생상황에서 직접 실험했다.
이천식 계장은 차로 돌며 현장에서 나무가 심겨진 상태를 일일이 확인해 주었다.

"지금 박람회장에 심어진 나무가 총 그루나 되나요?" 물어봤다.

"현재까지 약 7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습니다"

“총 몇그루 정도 심을 예정입니까?” 반문했다.

그는 “총 15000여 그루 심을 예정이니, 앞으로도 7000여 그루 이상을 심을 예정이다” 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식한 나무들이 제대로 활착한 지 궁금합니다. 태풍이 불고 바람불면 이식한 나무여서 바람에 쓰러질 것이란 얘기도 나돌던데...?" 

나는 항간에 떠돈 얘기를 그대로 전해 물어봤다.

"저희도 그 점이 제일 걱정됐습니다" "

"그래서 저희가 고안한 것이 지주대를 땅속에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라고 되물었다.

"나무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버텨주기 위해선 보통 지주대를 나무 바깥에 설치합니다만, 저희는 땅속에 지주대를 설치는 것이 효과가 훨씬 낫고 외관상 보기도 좋아 땅속에 지주대를 설치한 것입니다."

이 계장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하면 나무가 넘어지지 않나요?" 반문했다. 

"네 작년에 태풍 불때 저희가 두번이나 시험을 해봤는데,  끄덕없이 버텼습니다."

두번의 태풍기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이 계장의 설명이었다.

그런 지주대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나무나 우리인생이나 그 여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의 인생에 버팀목이 있다면 우리네 인생 역시 활착이 잘 된 나무처럼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 버팀목이 부모님 일 수 있고 선생님일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버팀목 역할을 잘 해주면 아마도 어린이 인생은 잘 활착될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인생이 힘든 시기가 오면 누군가의 버팀목이 또 필요할 것이다.

요즘에는 버팀목보다는 멘토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멘토 역시 버팀목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단지 멘토가 인생의 좌표를 설정해 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이라면, 버팀목은 정원박람회장내 보이지 않은 땅속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나무를 위해 묵묵히 자기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인생에서 때로는 멘토와 버팀목, 두가지 모두 필요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어렵고 힘들때 필요한 건 정원박람회장 땅속에 숨겨진 '매립형지주목' 과 같은 버팀목이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동안 이 계장의 ' 버팀목' 자랑은 계속됐다.

"덕분에 순천시가 '매립형지주목' 이란 이 공법에 대해 특허출연을 해 놨습니다." 땅속에서 나무를 지탱하게 설치를 해놨기 때문에 외관상 문제도 없고 버팀목 역할도 잘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활착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

이 계장은 자신있게 얘기했다. '매립형지주목 설치공법' 은 순천시가 개발한 일종의 '신공법' 이었다.

정원박람회 조성공사를 준비하면서 순천시가 개발한 이 공법을 특허까지 출연했다하니, 기특한 생각도 들었다.

어느덧 우리는 유럽정원을 지나 정원박람회 정문 옆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바깥 도로 옆길을  따라 심어진 여러 나무들을 가리키며 그는 설명했다.

“저 나무들 전부 지역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정원박람회장에 심어진 나무들은 향나무,팽나무, 소나무와 같은 향토수종이 대부분이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산림청에서 수종갱신 대상지나무를 정원박람회 조직위가 가져온 것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대신 편백림으로 복구조림도 했다고 한다.

이 계장은 이 대목에서 갑자기 한숨을 푹 쉬었다.

최근 한 두달동안 kbs 때문에 심적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 kbs백 모 기자가 멀쩡한 나무를 뽑아서 정원박람회를 한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아십니까?”

“박 본부장님, 생각해십시오 정원박람회장에 조성되는 나무를 다 어디서 가져왔겠습니까?”

"지역의 향토수종이 대부분이고 그중에서 순천시 소유의 땅에서 가져온 나무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나무는 물론 기증도 받고 해서 가져온 나무도 있지만 순천시 땅에서 가져온 나무가 태반이고, 그 가운데 일부는 기증받아서 가져온 나무도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숲가꾸기 위한 차원에서 솎어내기 위한 용도의 나무도 많습니다."

"어차피 나무를 솎어내야만 제대로 된 나무가 커 갈수 있고 좋은 산림이 관리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산림청에서 예산을 들여가면 순천시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나무를 저희가 가져다가 다듬어서 심어 놨던 것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KBS 기자가 일부 사람들 말만 믿고 그대로 보도한 것입니다."

"억울한 것은 저가 그 KBS 기자를 찾아가 나름대로 설명하고 소명했습니다만, 기자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보도하니 어쩔 수가 없데요"

그러면서 한숨을 다시한번 푹 쉬었다.

"물론 그 기자입장에서 '산에서 나무 캐다가 인공정원박람회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정원박람회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위에서 어차피 베어지고 사라질 나무들을 가져다가 이곳에 심은 게 무슨 잘못인지 제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본부장님"

이 계장은 하소연하듯이 나에게 되물었다.

"어쩔수 없데요 그렇게 설명하고 찾아가서 얘기해도 두번이나 전국방송에 나와 버리데요"

"따지고보면, 예산절감도 되고 산림 숲가꾸기도 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아닙니까?"

" 그것을 굳이 한쪽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만 없지 않나요 본부장님"

자포자기 하듯한 심정으로  이런 보도를 한 기자에  항변한 듯 나에게  캐물었다.

결국 이 보도 때문에 그는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로인해 받은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뿌리돌림한 팽나무의 잔뿌리 발생장면

이천식 계장이 한 나무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저 나무도 그런 기관에서 도와주어서 가져온 나무입니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나 한국도로공사등 관계기관에서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88고속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그 구간에 심어진 나무들이 많이 반입됐고, 수자원공사가 수몰지역으로 지정해 매몰될 나무들도 상당수 반입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런 기관들이 협조해 줘서 그나마 지역의 여러 향토수종을 확보해 정원박람회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을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람회장내 유럽정원을 한바뀌 돌며 그는 kbs보도에 때문에 발생한 억한 심정을 억누른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 나었다.

한편으로는 그나마 이렇게 해서 마무리가 된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잠시 뒤 그의 말투에서 몇달전 악몽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중국정원을 지나 경남 고성에서 600백년 된 팽나무를 식재한 현장에 당도할 쯤 다시 나는 이 계장에게 물어봤다.

"지역의 정원박람회에 반대한 일부 인사들이 나무 활착이 안 돼 죽을 것이란 얘기들이 나돌던데, 이건 어찌 된 것입니까?"

이 계장은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했던지, 거침없이 답변했다.

"그런 나무들을 가져오면서 미리 뿌리돌림을 해놨습니다. 정원박람회를 검토할 2008년부터 저희는 미리 수종을 확보하러 다녔습니다."

"아까 말한 수자원공사,한국도로공사 현장에 베어질 나무들을 확보하러 다닌 것도 아마 이때부터 입니다."

"당시 저희는 필요한 수종의 나무들에 대해 미리 뿌리돌림을 해놨던 것입니다."

"뿌리돌림이 뭐죠" 라고 반문했다.

"뿌리돌림은 나무를 이식하기전에 미리 큰 뿌리를 잘라내고 잔뿌리가 대신 자랄 수 있로록  조치를 취해 주는 것입니다. 큰 뿌리를 잘라내고 나면 대신 잔뿌리가 자랄 수 밖에 없는데, 미리 인공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해 놓은 거죠."

"그러면 나중에 나무를 이식할때 편하고 이식한 나무의 생존율도 매우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원박람회를 대비해 5년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봐야죠. 그래서 이런 잔뿌리 때문에 나무가 쉽게 활착하게 됩니다. 토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작업을 해놨다고 봐야죠."

그의 설명은 충분히 일리 있었다. 이런 사전 조치 때문에 나무가 미안해서 죽지못하게 하라는 노관규 전임시장의 당부가 설득력 있게 들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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