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호남 사람들로부터 얻으면서 호남출신 대권주자는 '전무'<2>

정치는 선거다. 선거는 이슈 설정에 대한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누가 만들고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정되는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한나라당이 설정한 호남-비호남의 프레임과 민주당이 설정한 진보-보수 프레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프레임의 종착점이 내년 총선과 대선이다. 그리고 양측이 설정한 프레임의 교집합에 호남이 놓여있다.본보는 최근 요동치는 정국속에서 호남의 민심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 호남민심의 현 주소가 과연 무엇이고, 호남민심의 향방이 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를 살펴보고, 호남사람들이 지금의 시대정신을 읽고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방향타를 어디에 두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짚어보기로 했다. 

 

 
호남 한나라당 주자중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었던 광주 정용화 위원장이 지난주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불거진 여러 논란은 호남정치권에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정 위원장의 주장대로 호남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없었다. 집권여당으로서 포용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렇치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실제로 이명박 정부 지난 4년, 그리고 한나라당 집권여당 기간 호남민심은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만 탓할 게 아니다. 민주통합당도 사실상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15일 선출된 민주통합당 경선에서도 호남은 없었다. 친노인사가 장악한 이번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활이라 할 만큼 친노세력의 당장악은 확실했다.현재 호남 선거에서의 최대 논란은 호남홀대론이다. 민주통합당은 호남에서의 강세를 기득권으로 간주하며, 오히려 호남을 역차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순천 재보선에 무공천을 강요하고, 과학벨트 호남유치를 반대하는 등 호남에 맹목적 양보를 강요해왔던 것.

그러면서 이미 민주통합당에서는 부산경남 대권론으로 사실 상 굳어진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에서는 호남출신 대권 주자가 단 한 명도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 대표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조차 현 지도부 선거에서 4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강래 의원은 탈락했다.

반면 문재인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 PK 출신들은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의 개인 지지율은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5% 안팎, 김두관 지사의 경우 1%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로 굳혀진 이유는 오직 이들이 PK출신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호남에서는 90%의 지지율이 나올 것이므로 PK출신으로 대선주자를 내세워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이 되풀이 되는 것.

이는 민통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호남에 대한 당내 역차별 분위기 때문에 비롯됐다.언제부터인가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할 수 있는 호남 출신 의원들은 당내에서 당지도부에 진입하기 힘든 이른바 ‘서자’ 출신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호남출신이 당 지도부를 맡으면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에 입성한 이는 목포의 박지원 의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호남 역차별 분위기를 이용해 민주통합당내 영남출신 친노인사들은 현역의원도 아니면서 통합민주당내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흔히 '문성길' 이라 불리우는 문재인,문성근,김정길 의원 모두 부산출신 대권주자 아니던가?

따지고보면 이들 3명 모두는 현역의원도 아니면서도 엄연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반면 호남출신 3선급 이상의 어느 의원도 대권주자로 거론조차 안되고 있는 현실이다.표는 호남과 호남출신 서울수도권 유권자들로부터 얻으면서 호남민의 정서를 대변할 대권주자가 전무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호남출신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앞으로도 '호남배제' 라는 당의 기류를 뒤바꾸기 힘들다는 점이다. 나아가 '호남배제론' 을 앞세운 일부 인사들이 득세하고 있는 반면  호남출신 정치인은 온실속의 화초로 비유돼 더 이상 클 수 없는 정치인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를 타개할 호남출신 대선주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나서질 않고 있으며, 나서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조차 없다. 민주통합당내 지분을 이미 친노시민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이상 호남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 한나라당뿐만아니라 통합민주당 지도부내에서도 호남은 없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강운태 광주시장은 15일 민주당 새지도부 선출과 관련,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인에게 효도하라" 고 일침을 가했다.

강 시장은 "호남은 오늘의 민주당을 만들어 낸 뿌리다. 호남은 민주당의 어머니이자 민주당은 호남의 아들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이제 민주당이 호남을 섬기는 아름다운 보은(報恩)의 정치를 펼쳐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겉으로보면 민주통합당은 '동진(東進)전략' 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따지면 당내 친노세력이 서진(西進)전략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호남으로 서진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노무현 재단 설립을 통해 대거집결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문재인 이사장을 앞세운 이들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맞이해 오는 17일 노무현재단 전남지역위원회 창립대회를 순천대학교에서 갖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창립대회에서는 박선원 혁신과 통합 전남상임대표의 사회로 노무현재단 문재인이사장, 이병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서해성 소설가, 박기영 준비위원장이 ‘사람사는 세상 함께하기’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여기에 참여한 친노 인사들은 과거 ‘폐족’이라 하여 지역에서 얼굴조차 들기 민망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대선을 겨냥해 호남내 지역조직을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지역에서 향후 노무현대통령의 추모기념사업과 이를 위한 후원회원 확대 및 기금조성 사업도 꾸준히 펴나갈 예정으로 이를 통해 세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친노세력의 본격적인 세집결이 호남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정작 표를 주고 있는 호남민심은 당 지도부로부터 철저히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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