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시장에서 지난 23일부터 내년도 1월 20일까지 대인예술시장 상주작가 릴레이 기획전이 개최된다.

이번에 네 번째로 열리는 상주작가 기획전은 ‘2011아시아 문화예술 활성화 구축 프로그램’ 운영사업의 일환으로 시장주민을 표방해 온 신양호(52) 작가가 ‘어물쩡 어물전’이라는 주제로 시장 내 미술관과 시장 속 박물관에서 매우 특별한 어물전을 펼친다.

갈치, 꽁치, 고등어, 짱뚱어, 개복치, 복어, 돔 등 그가 좌판에 벌여놓은 차림표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웬만한 어물전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품목이 풍성하고 다양하다.

지난 4년 동안 대인시장에 둥지를 틀고 날밤을 새우며 혼신을 다해 키워낸 100여점에 달하는 생선작품들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어물전을 기웃거리다보면 마치 바다 속 한가운데를 유영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법도 하다.

단순히 전시 제목만 보고 작품 감상까지 ‘어물쩡’ 넘겼다간 크게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건 작가의 활동 이력이나 작품완성도에 비춰볼 때 내공이 만만치 않아서다.

어물전의 주된 품목은 단연 갈치다. 왜 그가 갈치작가라는 별호를 얻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나무의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그려낸 천연색 갈치부터 오만 잡동사니를 오리고 붙이고 조여 만든 은갈치까지 각양각색의 갈치의 진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사이사이를 꽁치와 고등어, 짱뚱어, 개복치, 복어, 돔 등 다양한 어종이 어우러져 단조로움을 밀어내는 대신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펄떡거리는 날 것 그대로의 비릿한 바다 내음을 기대 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오브제들이 하나같이 볼트와 너트, 못, 나사, 철사, 부엌칼, 도마, 톱, 철사, 휴대폰 잔해 등 쓰임이 다한 폐기물들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식칼이 그대로 돔이 되고 생선 지느러미가 되고 부서진 컴퓨터가 생선의 내장으로 그 존재가치가 되살아나기 때문에 그의 작업실은 쓰임이 다한 물건들이 장기적출을 위해 대기하는 해부실이자 외과적 치료를 통해 새 생명을 심어주는 수술실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사람이 그리워서, 시장과 한 몸이 되고 싶었던, 그래서 시장과 소통을 꿈꿨던 그가 시장 공동체의 일원으로 산고 끝에 탄생시킨 어물전으로 지금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2009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문화예술 활성화 구축사업으로 방문객이 늘어나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고,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시민들의 삶의 현장인 시장에서 이루어져 예술과 시장, 예술가와 상인․시민이 함께하는 문화예술시장으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