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호남민심, 한나라당 당원들마저 등돌려

정치는 선거다. 선거는 이슈 설정에 대한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누가 만들고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정되는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한나라당이 설정한 호남-비호남의 프레임과 민주당이 설정한 진보-보수 프레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프레임의 종착점이 내년 총선과 대선이다. 그리고 양측이 설정한 프레임의 교집합에 호남이 놓여있다.본보는 최근 요동치는 정국속에서 호남의 민심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 호남민심의 현 주소가  과연 무엇이고, 호남민심의 향방이 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를 살펴보고, 호남사람들이 지금의 시대정신을 읽고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방향타를 어디에 두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짚어보기로 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와의 지지율차. 이 지표에서 호남- 비호남간 구도가 확연히 드러났고, 이 구도는 2008년 총선까지 이어졌다.한나라당은 이 구도를 타파할 이유가 없었다. 민주당은 이 구도를 깨기위해 진보-보수 프레임을 설정했고, 민주당이 설정한 이 프레인엔 한나라당은 없었다.
호남좌경화의 원인제공자는 MB 정권과 한나라당..."누굴 탓하고 원망할 이유없어"

호남에서 좌파가 득세하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현 MB정부와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호남에서 한나라-민주 양강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제반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양강구도 마련을 위해 적어도 지난 4년 동안이라도 지지기반이 취약한 호남에 애정을 갖고 지지세력 확보에 나서야 했지만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소위 중도보수성향의 단체나 언론에 관심을 갖고 지원했어야 했지만 전혀 그렇치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무현 정권 당시 왕성하게 활동했던 참여연대나 아름다운가게 혹은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각종 좌파성향의 시민사회단체 지부는 호남 중소도시 곳곳에 뿌리내려 있지만, 바른생활시민회의 등 중도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호남지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고리타분한 안보단체와 보훈단체만 있을뿐 시대정신을 이끄는 중도보수성향의 시민단체는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조중동 보수언론사의 기자만 존재할뿐 호남내 보수민심을 대변하지는 못하고 있다.보수성향의 인터넷 언론사의 호남본부도 본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지원이 없기 때문에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벌어 들인 돈의 1%만 이런 단체와 언론사에 기부했더라도 호남의 정치적토양은 어느 정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호남에서 보수세력은 물론 중도세력마저도 스스로가 자양할 여건을 전혀 마련해 주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의 '박원순'은 이명박 정권에선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 달리 중도보수 단체와 언론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전혀 없었다. 이렇다보니 호남에선 '한나라당-민주당' 이라는 양당구도가 아닌 '한나라당' 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정해 놓고 민주당과 민노당 간 선명성 투쟁경쟁만 두드러졌다. 이 양당간의 경쟁은 실제 지방정치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으로 구체화 됐다.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시책사업에 대한 반대투쟁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경쟁했던 것이다.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전남도가 추진하는 주요 시책사업인 FI 등에 대해 민노당과 민노총 등의 세력이 앞장서 반대해 온 이유도 이런 측면이다.이들 두 정당간의 반대투쟁의 경쟁을 부추킨 데에는 좌파성향의 시민단체가 있었다. 이들 시민단체을 주도하는 인사들은  이들 정당과 은밀히 결탁하고 때로는 경쟁을 부추키면서 각종 선동성 투쟁을 주도하다, 나중에 선거때가 되면 그간의 투쟁성과를 지방의회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호남을 왜 이렇게 방치했을까? 아니면 일부러 외면한 것일까?

한나라당, 대선때 맛들인 '호남vs비호남' 프레임으로 집권기간 내내 '호남고립' 전략 고수

현 정권들어 집권세력의 대야 전략은 구체적으로 호 '호남-비호남' 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었다. 호남의 대표정당인 제 1 야당인 민주당을 이 프레임에 가둬두면 비호남의 중심에는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이 중심에 서게 된다. 

한나라당이 '호남-비호남' 이라는 구도설정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호남포기전략' 에 다름이 아니다.

이 구도는 호남포기전략으로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세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결과가 이를 입증했다. 당시에는 李 대통령  인기를 업은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펼치며, 거대여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 때문에 호남은 당시 '정치적 섬' 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나라였다면, 중앙무대에서 190석에 달하는 집권여당 세력이 호남땅 에 단 1석의 의석도 갖고 있지 못한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앞장서야 했겠지만,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겉으로는 약간의 타파 시늉만 했을 뿐, 속으론 이 결과에 아주 만족했다.

집권세력이 중앙에서 '호남-비호남' 이란 프레임을 즐기며, 정치구도 타파에 무관심하는 동안 호남의 지방정치는 좌파의 온상지로 전락하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지방의 속사정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2006년 야당때보다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사정이 더 악화된 점이 단적인 사례다. 

통상 집권여당이 되면 인재를 모집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상황은 비참하다고 할 정도로 집권당의 세가 약화됐다.기초단체에서 그마나 몇석에 불과한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사라지고 말았다.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의 선출직 지방의원은 유일하게 전남도의회 여성비례직 1명 밖에 남지 않은 것이 단적인 입증사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 후보로 출마할 인사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상황까지 치달았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인사가 거의 없었다. 그마나 한나라당 후보로 전남도지사에 출마한 김대식 후보와 광주시장에 출마한 정용화 후보, 전북도지사로 출마한 정운천 후보의 15% 가까운 선전만이 눈에 띄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지난해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지방정치에 도전하거나 나설 인사가 2006.5.31 지방선거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한나라당이 야당시절인 2006년 선거 당시에는 현재 농촌공사 사장인 박재순 전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상당수의 인사들이 출마경쟁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치러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선 이마저도 훨씬 여의치 않았다.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한나라당' 은 오히려 죽어갔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호남의 보수세력은 그 존재가치를 잃고 역사의 퇴안길로 접어들었다. 한나라당이 이들을 사실상 버린 것이다.

반면 이런 정치현실에서 종북좌파정당인 민노당은 지방의회속으로 빠르게 파고 들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전남의 주요 도시인 광주,목포,여수,순천,광양에서 원내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2명의 목포시 의원중에 5명, 21명의 여수시의원중 4명, 24명의 순천시의원중 4명, 12명의 광양시의원중에 3명, 58명의 전남도의원중에서 3명, 26명의 광주시의원중에선 2명의 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호남 지방의회에선 민주당에 이어 명실상부한 원내 2번째 정당으로 부상한 것이다. 급기야 올해 4.27 순천보선에선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출신 김선동 의원이 당선된 된 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지원속에 '야권연대' 를 통해 당선되긴 했지만,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과를 이룩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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