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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
박종덕 본부장 | 승인 2018.11.11 05:13

최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른 한 분을 만났다.

지난해 1차 시험만 합격한 뒤 지난달 28일 2차 시험을 치렀는데 1~2문제로 당락이 결정된 것 같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해에도 3문제 때문에 2차 시험서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1~2문제 때문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불만을 제기했다.

불만을 접수하고 여러 취재를 해 본 결과 시험주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험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이번 시험에 대해 확인전화를 해 본 결과, 부동산중개사 학원강사 등으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은 시험 문항수만 최소 34건 이상에 달해 시험출제에 관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을 위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이 된 문항에 대해선 정답처리를 다시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筆者가 이날 해당 문제지를 살펴본 결과 부동산공법을 포함해 상당한 문항수가 지나치게 난해한 것도 문제지만, 부동산중개 범위를 넘어선 문항도 상당수라는 것도 알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번 시험에 불만을 제기한 수험생 수만명이 오류문제에 대해 오답처리를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고, 엊그제 9일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50여명의 수험생들이 이번 사태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항의시위까지 벌였다.

부동산중개 업무를 하는데 이렇게까지 난해한 문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한편으론 기존 부동산중개업자들과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과의 이해관계도 상반된다는 현실도 알았다.

그런데 대화중에 이번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가 무려 32만명 이상을 육박한 사실을 알았는데, 이 응시자수는 놀랍게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어 두 번째로, 응시수수료만 90억원에 달했다.

무려 1년에 1만5천개의 부동산업소가 폐업하는 현실에서도 이렇게 많은 응시자가 몰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먹고살만한 직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먹고 살만한 안정된 직업이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두건에 불과한 부동산 중개업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먹고 살만한 안정된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청년기준 평균 연봉 5천만원 이상과 고용이 보장된 직장일건데, 안타까운 것은 제조업의 쇠퇴로 이런 직장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시험 응시자 상당수가 과거처럼 주부들이거나 직장은퇴자들이 아닌 대학졸업생이나 재학생 등 20~30대 젊은이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제조업도 아닌 단순 부동산 중개업에 한 참 일해야 할 20-30대 청년들이 몰리는 이 안타까운 현실이 한국사회의 민낯이자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또한 수십만명의 직장인들이 은퇴하거나 중도에 퇴사하는 사회구조에서 그들의 생계를 책임질 직업안전망 구축이 여전히 미흡한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물론이고 국토부 등 관계당국은 수십만명이 몰리는 부동산중개시험에만 국한하지 말고 부동산 관련 다양한 국가시험제도를 개발해야 하지만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토부 등 관계당국은 경제구조와 사회현실이 바뀌는 상황에서 수십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반대로 수십개의 직업군이 쇠퇴하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외면하고, 수십년째 똑같은 직업시험만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험문제는 부동산 중개업이 아닌 마치 부동산 전문법률가나 부동산 세법전문가에 준하는 난해한 문제를 출제해놓고 한 참 일할 20-30대 청년들이 시험에 합격해 실제 종사하는 일은 단순 중개업에 머문다면 이 역시 엄청난 국가적인 인적 자원 낭비다.

따라서 국토부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현재의 부동산중개사 시험이 아닌 부동산개발사, 부동산 관리사, 부동산 재개발상담사 등 부동산 관련 직업을 좀 더 세분화한 국가시험제도를 개발해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쯤에서 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그에따른 실정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는 기술혁신을 통한 고용창출형 경제성장정책과 창업정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세금으로 억지 일자리 만들기 정책과 허상에 불과한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달려 국민혈세를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등 전략적 산업분야나 육성지원책은 사라지고 분배위주의 사회복지형 경제정책에만 매달린 결과가 오늘날의 이런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강국을 이룬 기술과 고급 일자리가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고 대신 싼 알바형 일자리와 중국산 태양광으로 山野를 뒤덮는 이 말도 안되는 괴상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제조업이 사라지고 단순 중개업에, 그것도 부가가치가 없는 단순 부동산 중개업에만 수십만명의 청년들이 몰리는 나라는 더이상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박종덕 본부장  blue654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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