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주의(立體主義 Cubism), 해체와 재구성

입체주의는 1907~8년경 피카소와 브라크에 의해 만들어진 20세기 예술운동이다. 입체주의는 형, 색, 선의 경계를 뛰어 넘어 화면 속에서 해체하고, 이를 다시 입체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1908년 살롱도톤(Salon d'Automne)의 심사위원이었던 마티스가 브라크의 작품을 보고 “조그만 입체의 덩어리를 그린 것”이라고 말한데서 시작되었고, 1912년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는 “새로운 회화를 입체주의라고 부른다. 건물들이 있는 그림에서 입방체 형태가 있음을 발견한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가 조롱 섞인 용어를 사용한 데서 이 명칭이 생겼다.”(안네 간테퓌러-트리어,『입체주의』, 마로니에북스, 2008)고 말했다.

야수주의와 표현주의가 감정이나 정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주정적(主情的) 회화 경향이라면, 입체주의는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이 추구한 조형성에 근원을 두는 이성, 지성, 합리성을 추구하는 주지적(主知的)인 회화 경향이다.

입체주의 미술은 첫째, 하나의 대상이나 오브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다시점(多視點). 둘째, 대상을 여러 시점으로 관찰한 후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게 분해하여 해체한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다시 재구성(再構成)한다. 셋째, 단순한 형태와 단순한 색채로 표현한다. 넷째, 인쇄 된 그림이나 글자, 상표와 같이 사물을 암시하는 종이들을 그림에 붙여서 제시하는 콜라주(collage)이다. 입체주의 미술은 초기 입체주의, 분석적 입체주의, 종합적 입체주의로 나아간다.

초기 입체주의(1907~9)는 ‘세잔풍 입체주의’라고도 한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세잔과 마티스의 화풍을 받아들여 입체성과 부피감을 강조한다. 세잔은“자연을 구형, 원통형, 원추형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즉 대상을 단순화하고 바라보는 시점을 다양하게 둔다. 대표작으로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과 브라크의 <거대한 누드>(1908)등이 있다.

분석적 입체주의(1910~12)는 대상의 재구성, 형태 분해, 색채의 최소화를 통해 예술 작품에서 중심 소재를 알아볼 수 없는 복잡한 구성을 보여준다. 대표작으로는 피카소의 <볼라르 초상>(1910)과, 브라크의 <포르투갈 여인>(1911)등이 있다.

종합적 입체주의(1913~14)는 입체주의 회화영역에 표면의 질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밑칠에 모래와 석고를 혼합해 넣고, 신문지 등 벽보 등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이용하여 소재의 폭을 확장시켜 준다. 대표작으로는 피카소의 <기타>(1913)와 브라크의 <Still Life On A Table-Gillette>(1914)등이 있다.

입체주의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때를 같이하여 막을 내리고 다양한 양식으로 분화된다. 대표작가로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 1881~1955), 후안 그리스(Juan Gris, 1887~1927)등이 있다.

피카소, 보는 데로가 아닌 느끼는 데로

피카소는 스페인 출신의 화가로 1881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말라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1881~1900) 미술교사인 아버지에게 소묘를 배웠고, 1897년 페르난드 왕립아카데미에 입학하였으나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반발하고 학교를 그만 둔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에서 시작되는 청색시기(1901~4)는 빈곤의 상황과 친구 카사헤마스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다. 카사헤마스는 바르셀로나 시절의 동료 화가로 그의 실연으로 인한 죽음은 피카소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피카소는 이 시기에 대해 “나의 청색시기는 카사헤마스의 죽음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 시기 피카소는 스페인의 고딕예술 및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영향을 받았다.

장미시기(1904~6)는 청색시기 사회적 비관과 가난에서 점차 벗어난다. 피카소는 페르낭드 올리비에(Fernand Olivier, 1881~1966)를 만나면서 서정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 시기는 주로 어릿광대와 유랑예인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많다.

입체주의시기(1907~14), 피카소는 세잔과 고갱의 작품과, 아프리카의 부족 가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관심이 잘 드러난 작품이 초기 입체주의 양식인 <아비뇽의 처녀들>(1907)이다. 이후 형태를 분석하고 부분으로 나누는 분석적 입체주의, 콜라주를 통해 종합적 입체주의로 나아간다.

고전주의시기(1919~27)인 1919년 지중해 연안의 풍경을 배경으로 인물을 묘사하는데 고전적인 양식을 도입한다. 이 시기 대표적인 작품이 1927년 <우물가의 세 여인>이 있다. 초현실주의시기(1927~36)에는 당시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오브제의 성질을 제거하여 다른 속성과 결합하는 변형(modification)의 개념을 사용하였다.

전쟁과 평화시기(1937~59), 1937년 스페인 민중학살을 다룬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피카소의 다섯 번째 연인 도라 마르는 사진작가로 회화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전쟁에 대항 할 수 있는 표현의 도구임을 강조하였고 작품 <게르니카>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의 학살>(1951) 등 반전 작품을 제작한다.

말년(1960~1973), 1961년 피카소는 자클린 로크(1927~86)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1963년 <화가와 모델>연작을 하였다. 1973년 4월 8일에 프랑스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피카소가 죽자 마지막 연인 자클린 로크는 피카소의 유산을 분배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 피카소는 평생 회화, 도자기, 스케치, 판화 등 5만 여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7명의 연인이 있었고, 두 번 결혼을 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아비뇽의 처녀들>(1907), <게르니카>(1937), <우는 여인>(1937), <한국에서의 학살>(1951), <알제리의 여인들>(1955), <시녀들, 벨라스케스를 본떠서>(1957) <화가와 모델>(1963)등이 있다.

게르니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다

<게르니카>(1937)는 스페인 내전에서 반란군을 이끌던 프랑코의 요청을 받은 독일군의 폭격으로 1600여 명의 사상자와 가옥이 거의 파괴된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때 피카소는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을 위해 벽화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고 게르니카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묘사한 벽화를 제작한다.

<게르니카>는 검은색, 흰색, 회색의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와 입체적 형상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그림 중앙에 스페인 공화군을 상징하는 말 한 마리가 가슴을 창에 찔려 비명을 지르고 있고, 오른쪽은 사람들이 불타는 집에서 도망치고 있다. 왼쪽에서는 여인이 죽은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 이를 왼쪽 위 황소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황소는 프랑코 장군, 혹은 그가 이끄는 스페인 국민군의 무력을 상징한다. 이렇듯 피카소는 르네상스 이래 미술가들이 사용해온 단일한 시점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마치 시공간을 오간 듯 동시에 여러 가지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담아내어 폭력의 잔학상을 드러내고 있다.

피카소, <게르니카>, 캔버스에 유채, 349.3x776.6cm, 1937

피카소는 <게르니카>에 대해 “그림은 아파트를 치장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만행과 맹목에 맞서는 전쟁의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의 잔혹함과 파괴력을 생생하게 표현한 <게르니카>는 작품이 전쟁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입체주의는 형태를 면으로 단순화하고 고정된 원근법을 파괴하고 다양한 시점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입체주의의 다양한 오브제의 시도는 미래주의(futurism), 추상주의(abstractionism), 다다이즘(dadaism), 팝아트(Pop art) 등 20세기 현대미술에 영향을 준다.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경희대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과정
주임교수

<참고하면 좋을자료>

김지현, 『피카소의 청색시대』, 열화당, 1993
안네 간테퓌러-트리어, 김광우 역, 『입체주의』, 마로니에북스, 2008
장 루이 프라델 저, 김소라 역, 『현대미술』, 생각의 나무, 2004
하요 뒤히팅, 김재웅 역, 『입체주의』, 미술문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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