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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조 이야기]-가을 전어-
신광조/칼럼리스트 | 승인 2018.09.11 21:51

제 외갓집은 전남 강진 도암면 논정리입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도암면장을 지낸 한학자이셨습니다.
한학자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집에 제중원을 차려 도암일대의 아픈 분들을 돌보셨습니다.

유자나무를 심을 것을 60년대부터 주창하신걸 보면 선각자이셨던 것 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쌀이 귀한 시절이라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메우고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늘리는 것이 주민들의 소망이었는데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재명 국회 농산위원장이 추진하던 간척사업을 적극 반대하여 간척사업을 끌고가려던 이들로부터 미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67년도 가을 눈이 시리도록 맑은 날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저를 장독대로 불러내셨습니다.

장독들이 열병식 하듯 가을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는 그 곳에 양반자세로 바둑 대국 하듯 앉았습니다.

한 이십여리 떨어진 어촌마을 아낙네들은 전어가 잡히면 광주리에 대 잎을 깔고 팔딱팔딱 뛰는 전어를 담아 논농사 밭농사를 하는 동네로 달음박질을 합니다.

강진만 도암 신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은 뻘밭이라서

전어, 꼬막, 바지락, 낙지, 김, 파래, 석화 등의 맛이 가장 뛰어난 곳입니다.

전어는 워낙 성질이 급해, 조금만 지체하면 지 풀에 지 꼬라지에 지가 꺾여 숨을 거두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가용이 되는 쌀과 보리로 바꿔주지를 않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보리대신 늘 쌀을 주실 것을 분부하셨습니다.

쌀 한 되에 전어가 한 광주리나 됩니다.

할아버지는 장독에서 된장과 고추장을 푸고
텃밭에서 고추와 깻 잎, 배추를 따오셨습니다.

전어도 창자만 좀 빼고 비늘을 대충 벗기고 대가리를 칼로 절단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어 한마리를 통 채로 깻잎 두세장 위에 얹고 된장 고추장 마늘 풋고추만을 넣어 볼태기가 터지도록 우적우적 씹어 삼켜 넣는 맛이란!

열 한살 소년 저는 우리나라에서 최연소로 된장과 고추장과 파닥거리는 전어가

완전 생으로 어울린 야성의 맛을 너무 일찍 배워 버린 것입니다.

그 후 가을이 오면 전어요리를 잘 하는 곳을 찾아다녔는 데, 외할아버지와 함께 장독대에서 앉아 먹던 그 시절 그 맛을 못 따라가더군요.

이제는 늙었는지 생으로만 먹던 전어 맛 즐기기 입 맛도 변해 꼬스름하게 굽는 전어에 눈길이 더 갑니다.

신광조/칼럼리스트  dmstn04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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