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담배도 다 홀로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이다.
너라도 같이 가보자는 내심이다.

정을 많이 받고 자랄수록 정에 약하다.
정을 꼭 식물 물 그리워하듯 그리워한다.

어린 시절에는 나도 아침에 못 일어났나보다
새벽에 혼자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이니 학창시절에는 자주 어머니에게 새벽에 깨어달라고 했다. 자명종도 없던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머니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나는 어머니를 많이 괴롭혔다.
어머니는 단 한번도 내 부탁을 어기지 않고 나를 정확한 시간에 깨어주셨다.
한번, 김장을 하시고는 너무 곤하셨는지 한시간 쯤 늦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버럭 화를 냈다.

"아가, 미안하다.나도 총기가 자꾸 떨어진다"
오히려 당신을 자책하셨다.
영화 한 편, 옷 한벌, 미장원 한번을 안 가셨다.
유일한 위로는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 황혼의 엘레지일때가 많았다.

왜 그리도 일을 많이 하셨을까.
잊고 싶기 때문이었을까.
자식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들의 학과공부 무관심에
아들에게 찾아온 실연에
아들의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데모에 애미의 가슴은 숯댕이가 되어갔다

세상을 향한 울부짖음에 더 힘든것은 어머니셨다.

에둘러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 동네에서 같이 등하교하던 용관은 일찍 감옥에 갔다.
"광조야, 용관이 어머니가 몇 달 사이에 늙은이가 되어버렸어야, 자식 감옥에 가 있는데 밥이 넘어가겠냐 물이 넘어가겠냐"

집안의 없는 살림에도 아랑곳 않고, 나는 보지도 않는 "영어의 왕도"를 몇번이나 샀다.

'엄마, 경기고 생들이 보는 책이다요.용관이도 샀습디다'

'너는 왜 영어 책만 여러권 사 쌌냐, 수학책도 좀 사서 보거라. 다른 애들은 수학과외도 한다는데 내가 못시켜줘 너무 속 상하다'

'머리 안 좋은 애들이나 과외하지, 우리처럼 엘리트 학생들은 과외필요 없어요.'

수학 성적은 수직낙하, 곤두박질 치고 있음에도 나는 수학책은 안 사고 가상으로 영어책만 샀다.

가상 영어책 한권이면 초화당 모찌가 네접시, 태극당 단팥죽이 여섯그릇 나왔다. 그녀와 세번은 만날 수 있었다.

속을 원없이 썪여 드리고 어머니는 가셨다.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고생하셔도 나는 어머니에게 해드릴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거동도 불편해 하시고 자주 추워하셨다.
가을 햇살을 맞게 해드리고 싶었다.
피골이 상접해져가는 어머니를 볼 수 없어 뒷편으로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어머니는 눈치를 채시고

"너무 아파하지 마라, 한번 왔다 한번 가는 게 인생이란다. 

세상이 너를 안 알아준다고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못 알아주는 거지. 네가 부족한 것이 아니란다.

 너는 뜻이 커서 그것만으로도 애미는 정말 자랑스러웠다. 내 손 한 번만 잡아줄래"

어머니가 법정스님 글을 필사하며 마지막을 보낸 것을 안 것은 돌아가신 지 일년이 넘어서 였다.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태어난다
그리고 죽을 때도 혼자서 죽어간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도 저마다 홀로 서 있듯이
인간 역시 무한고독의 존재이다"

어머니 늘 편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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