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의 외모도, 인생도, 친구관계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어제의 세포가 아니지만 나는 그대로 나다.

이렇듯 미세한 부분은 항상 변하고 바뀌지만 기본 형태와 정체성은 유지된다는 것이 "살아 있음"이다. 한 그림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의 그림이 살아 있을 때이다. 즉 "생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다.

김환기의 그림에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것도, 삶의 본질의 문제에 동화적으로 순진무구하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현대에 올 수록 학생도 그림도 대답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자가 높게 평가받는다. 진정 "살아있음"이란 무엇인가.

바닷가 해변의 모래밭은 항상 같은 모습이지만, 이를 구성하는 모래는 다르다. 끊임없이 들어가고 나오는 파도에 의해 이전 모래알들이 새 모래알들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눈에는 동일하게 보인다. '같은 강물에 몸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어제와 다른 세포지만 나는 동일하다. 1년 전 세포가 그대로 있다면 나는 죽은 시체다. 원형은 유지하되 세포가 새로 바뀌니 내가 살아 있는 것이다.

완도 명사십리 앞 바다에 서 있다.

몇년전 왔던 그 바다, 그 나무들과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새로운 물로 바뀌니 이 바닷가가 살아 있는 것이다.

새로운 모래로 바뀌니 명사십리 해변이 이번 여름에도 찾아올 만한 곳이 된 것이다. 흐름과 원형, 순간성과 영원성은 공존하는 것이다.

우리 삶도 그렇다. 

기본과 본질은 유지하되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야 생명력있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완도 명사십리 모래밭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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