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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조의 편지] 한발짝 물러나 새와 같이 세상을 본다

한발짝 물러나 새와 같이 세상을 본다

참 많은 사랑과 사람을 가지려했구나
일을 하여 세상에 사랑을 주고 싶음에 사람을 가지려했다. 

배에 빛이 들어오면 같이 가자했다가도, 바람이 불고 그림자가 지면 나홀로 배에 남겨두고 떠났다.

사람들은 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아무도 오라는 사람도 가라는 사람도 없는 데, 모든 걸 걸고 배를 타고 떠나야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혼자는 너무 힘들었다.

다 들 떠난 빈 배에 앉아 할 수 있는 건, 노을을 바라보는 것, 그저 배에 앉아 비를 맞거나 바람을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것.

아주 어린 소년시절부터 늘 배에 혼자타고 있었던 것 같다.

빨간 벽돌 담장 안에 사는 소녀가 학교에 못 갈까 두려워, 찬 비바람에 목련처럼 떨어질 까 두려워 그 집 앞을 많이도 서성거렸지.

꼬꼬마 소년때도 청년이 되어서도 그랬구나.

새들을 위해 나무십자가를 만들었구나.

새들의 무덤을 만들겠다고 그 작은 손으로 고물거렸었구나. 

새 둥지에서 떨어져 나온, 엄마를 잃어버려 홀로 떨어져 버린, 이제 눈도 뜨지않은 새 새끼들을 품에 안고 집에 가지고 와서 키워보겠다고 별렀었구나.

한결같이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말았지만, 그렇게도 새를 키우고 싶었는지.

입을 꼭 다문 채 엄마가 없다고 아무 것도 먹으려 들지 않는 새 새끼들에게 파리를 잡아서 억지로 먹이려 들기도 했었지.

그리고는 언덕위 볕이 든 곳에 묻어주며 울먹였던 날 들....

아, 그 때도 볕을 그리워했구나.

해바라기가 한 창이다.
그래서 해바라기를 좋아했나보다. 너무 그리운 것이 많아서. 사랑을 어찌 할 줄 몰라서.

오랫만에 석양 강변에 서니, 문득 잊지 않았다는 듯이 새들이 아는 체를 한다.

"아저씨, 왜 존바에즈 음악회며, 우리 친구들 닭 키우기며 혼자 짐 다지고 힘들어 하세요.

담배 그만 피우고 우리들 처럼 날으세요. 자유롭게, 자유롭게."

"그게 잘 안돼 병이란 말이다. 아무도 모르는 고 놈의 사랑때문에, 혼자만 간직한 비밀때문에"

새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떠난다.

가슴 안에  가득 빛나던 햇살도 저만치 물러간다.
사랑도 저만치 간다.

새야,

삶은 때가 되면 이윽고 돌아가는 것이란다.

여름이 절정이다. 가을도 겨울도 멀지 않다.

새야, 너를 위로하는 글을 하나써야 되는데
위로만 받고 가서 미안하다.

새야,

인생은 아련한 슬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같은 것이란다
사랑할 수 있는 날, 힘껏 사랑해주고 가는 것 이란다.

안 녕.

신광조  shintmr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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