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광주·전남의 슬로건(Slogan)을 보면서..."그리는 마음이 없다. 간절함이 없다"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비전이 표현되는 것이 '슬로건'이다.
힘도 비중도 막강하다. 제작, 배포에 돈도 많이 쓴다.

자치단체의 슬로건은 청사내는 물론, 어느 곳이건 써붙일 수 있다.

전남도정 캐치프레이즈는 전남도청 모든 사무실은 물론, 신안의 한 섬 그 섬에 가는 길 목의 터미널, 여객선 등 전남도민은 물론 전남을 찾은 외부의 모든 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

슬로건은 내부의 단합을 유도하기도 하고, 외부인들에게 자신들이 하고픈 간절한 소망의 정보를 발신하기도 한다.

도시나 자치단체 운영을 관리의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경영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슬로건은 매우 중요하다.

슬로건은 내부 구성원끼리 "으싸 으싸"단합의 의미가 강한 캐치프레이즈성격도 갖고 있지만 고객지향적인 특성을 갖고있는 점이 갈수록 강조된다.

자치단체 주민도 내부 고객으로 보고, 방문객등은 외부 고객으로 보는 관점이 정착된지 오래다. 그래서 광고 카피의 성격을 많이 갖고 있다.

두 기능, 즉 단합과 마케팅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내심 "I love N Y" 등 불세출의 수작이 나오길 기대했으나 역시 "아니다"이다. 미치겠다. 안타깝다.

미안한 말씀이나 광주, 전남 자치단체장은 CI(Corporative Identity), 즉 이미지 통합 지역발전전략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번에 정한 슬로건이 내부단합외에 무슨 정보를 누구에게 발신하여 어떤 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목적인지가 매우 불투명하다.

내부고객인 자치단체 주민의 자긍심 고취인지, 화합해서 잘 해보자는 것인지, 외부고객을 향한 짝사랑의 표현인지 알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허점은 화살의 과녁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는 것이다. 장의 부하직원에 대한 가장 강하고 짧고 빠른 호소가 슬로건일 것이다. 장의 애타는 마음, 지역의 미래발전 소망이 슬로건에 담겨있어야 한다.

그런데 광주 전남의 슬로건에는 그리는 마음이 없다. 간절함이 없다.

주민은, 부하직원은 어디를 향해 달리란 말인가. 앞으로 미래로 그냥 마구 마구 달리란 말인가.

외부 고객은 무엇을 사달라는 말인가. 그냥 와 보라는 말인가. 투자해달라는 말인가. 거의 대부분 참 좋은 말인데, 정녕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잠재력만 크던 이영애는 "산소같은 여자"6글자로 날개를 달았고 돈 방석에 앉았다.

화이트는 "천연암반수"5글자로 떵떵거리고만 있던 OB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슬로건은 매우 중요하다. 자치단체 경영의 첫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는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태우고 가는 배와 같다. 카피는 매우 어렵다. 담배 세갑을 태우며, 하염없이 걸으며, 버스의 차창가에서 잡히기만을 기다리지만 잘 잡히지 않는다. 울다가 웃다가 참 고독한 작업이다.

시인에게 맞는 일이다. 시 적인 표현이 좋다. 알 듯 모를 듯 여운이 있고 호기심도 자극하고 향기가 있어야하고 시대 트렌드에도 맞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번 민선 7기 광주 전남 자치단체 슬로건은 몇몇 자치단체의 희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인의 것도 아니고 광고기획사의 수준도 아니다. 딱 머리딱딱한 공무원 수준이다.

시 적이기는 커녕 문법에도 안 맞고 재미도 없고 호기심도 못 끌고 정녕 무슨 말을 뜻하는 줄도 몰라 챙피해죽겠다.

우리 자치단체 장들도 시집도 좀 읽고 신문사설도 좀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시인분들이나 경영전략가, 또 필자같은 고수의 진단과 자문이라도 좀 받으면 어디가 덫 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슬로건은 단순(simple)해야 한다. 먹혀 들어가는 디자인의 3S(simple,sporty,sexy)원칙은 슬로건을 만들때도 적용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왜 위대한 작품인가. 문장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거의가 단문이다. 일의 목표는 단순명확해야 한다.명료해야한다.

목표함수는 포기 후 선택의 결과이다. 우선 이 곳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재정력이 바닥인 광주, 전남 자치단체가 무슨 재주로 이것저것을 다 잘 하겠다는 말인가?
너무 자치단체장의 머리속이 복잡하다.

한번이 됐든 두번이 됐든 자기가 장을 할 때 이것하나만은 점을 찍겠다는 솔직담백한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

내 고향 해남을 나는 잘 안다.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곳이다. 땅 끝에서 희망을 보아야 하고, 그 곳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물이 많기 때문이다. 불의 세상에서 물의 세상이 왔다.

나는 해남을 한 단어, 아니 딱 한 자 "정"으로 규정하고 정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다른 것도 다 "정"에서 출발하고 "정"으로 엮으면 다 된다.

나는 광주시장은 못 했지만, 광주시장이 욕심을 냄직한 일 즉 광주시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일을 혼자 다 하다싶이 했다.

문화예술과장 시절에는 광주시에 CI 전략(이미지 통합 발전전략)을 도입해 추진키로 하고 "빛과 생명의 도시 광주"라는 글자와 그림을 남겼다.

기획관 시절에는 영문 케이즈가 필요해 "Your Partner Gwangju!"를 만들었다. 둘 다 전문가, 시민 공모방식이었으나 만족할 만한 작품이 출품되지 않았다.

더 좋은 작품 탄생 욕심에 할 수없이 게임을 진행하는 심판이자 간사를 맡았던 내가, 이름을 숨긴 채 광주시민 무명씨로 응모하였다.

공정하게 게임은 진행되었고 무명씨로 얼굴을 숨긴 내 작품이 당선되었다. 두번 다 오백만원의 거금이 걸려있었으나, 나는 두번다 일전 한푼 상금을 못 받았다.

전국 자치단체 과장 교육시절,내가 1등 먹은 연수원논문대회 논문은 "광주광역시 CI 전략 도입추진방안 연구다."

쟁쟁한 광고업계 인사들로부터 찬탄을 받았다. 이런저런 연유로 광고카피에 관심이 많았다. 배우 이영애에게 산소의 냄새를 맡은 최초의 남자이기도 하다.

굉고 디렉터가 무심코 뱉은 나의 아이디어를 각색해썼으니 할 말은 없지만, 그와 이영애는 술 한잔을 나에게 사 줄줄 알아야 한다.

또 노을이 아름다운 서해안 한 마을에 "그대 가슴에 노을이 되어 잠들고 싶습니다"카피를 만들어 기증하였고, 동해안의 한 바닷가 마을은 "가장 아름다운 해가 뜨는 마을"로, 또 한곳은 "그대의 눈처럼 빛나는 별이 떠 있는 마을"로 이름지어 주면서 착하게 거짓말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다 덕을 많이 봤으면서도 쓰디 쓴 소주한 잔 안 사주는지 정말 모르겠다. 우리 집사람 처럼 "푼수야, 푼수야"만 하지 말아다오.

내가 광주를 "빛과 생명의 도시"로 이름지어버리니 나는 빛과 생명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포로가 되고 구속되었다.

나는 광주를 빛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멀티미디어도시 광주"를 향한 나의 몸부림도, 광산업도시 광주도, 그래서 내가 주창하고 튀어 나갔던 것이다. 광주천 야경도 보았는데, 사업을 시행한 건설부서에서 개판을 만들어 버렸다.

빛의 축제를 한 번 해보라고 뒤에서 배후조종했더니 돈 만 몽땅쓰고 아예 싹을 잘라버렸다. 미디어 아트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거기에도 빛이 보여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도 선정됐다.

누가 진짜로 미디어아트의 의미를 알고 좀 아니 완전히 미친 자가 나왔으면 하는데 다 들 정신이 초롱초롱해 있으니 그리 쉽게 꽃 피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빛의 축제는 광주에게는 진짜로 어울리는 효자축제가 될 가능성이 많은 데,
한 번 완전히 개차반을 만들어버렸으니 누가 다시 입에서 꺼내기도 어렵게 되어버렸다.

호주 시드니 바닷가" Vivid Sydney" 빛의 축제를 보고 "아! 내가 그렸던 빛의 축제가 여기서 꽃 피워졌구나" 깊게 담배를 빨았다.

아뭏든 광주는 빛과 큰 인연이 있는 것은 사실인것같다. 빛으로 먹고 살라고도하고 빛처럼살라고도 한다. 빛의 계명성, 투명성, 살균성에 나는 늘 주목한다.

그러다 내 친구 이성하의 조카 광주시립어린이합창단장 이 어진이가 지휘하는 "광주는 빛입니다"라는 작품을 보고 나는 울었다.

그렇다. 광주는 빛이었고 광주는 빛으로 빛나야했다. 지금은 우섭게 되어버렸지만 시인보다 더 시인같은 공무원이라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고은 선생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었다.

광주는 빛입니다. 광주사람들이 하루 한번만 생각하면 전두환같은 살인마만 안 만나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돈도 좀 벌 수 있다.

교통사고도 안 나고 양보운전도 잘 하고 환경도시도 되고 광주에서키우는 닭들마저 동물복지가 잘 보장되면서 행복하게 살 것 같다.

광주는 빛입니다, 우리는 빛으로 행복해집니다. 더 이상 좋은 슬로건은 없어 보인다.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도 좋긴 한데 맛탱가리가 없다. 은유법을 써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슨뜻인지 궁금해한다. 광주는 빛이고 빛이어야 한다. 나는 생명이란 말을 제일 사랑한다. 생명을 생명처럼 여긴다.

광주에서는 생명의 의미를 구현해볼만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다.
도시가 갖는 한계도 있었다.

그래서 내 본향 전남에 줄기차게 생명의 이념을 구현해 줄것을 건의하고 주문했다. 전남의 각 땅을 생명산업으로 연결시켜 꽃 피우는 생명산업지도를 작성해보기도 했다.

박준영지사님께는 3번이나 편지를 띄웠다. 난 전남의 살 길은 생명산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관광에 있다고 본다.

지금 전남에서 사용 중인 "생명의 땅"은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많은 노력도 영향이 있을걸로 본다. 이제, 전국 각 자치단체가 생명 단어의 소중함을 다 알아 버렸다.

전남은 더 강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 기어이 전남은 생명자본주의를 꽃 피워야 한다.
중국에 물건 하나 팔아먹기 위해서도 생명농업이 뿌리내리지 않고는 안된다.

생명의 땅, 으뜸 전남.

으뜸 전남은 맘에 안든다. 겸손할 수록 좋다. 자꾸 벼를 바라보아라. 밤낮 2등만 하는 LG가 미칠 것 같아 만든 말이 1등 LG다.

전남이 LG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생명의 땅 전남은 여러분의 고향 입니다"정도가 좋아보인다.

광주시 자치구, 전남도 시군 비슷한 수준이다. 분석 평가를 약하고 싶다. 하루빨리 공무원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캐치프레이즈가 아무런 감흥이 없다. 가슴을 좀 뛰게 하여야 한다.

심지어는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알 수 없는 곳도 많다. 쉽게 명료하게 써야 한다. 함께 라는 말도 시대감각에 잘 안 맞다. 개성을 발현하고 잘 조율시키는 것이 행정의 할일이다. 잘 되가면 대동의 세상은 자연히 열린다.

그 중 구례가 그래도 나아보인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도시. 지리산 섬진강이 그대를 부릅니다. 난 이렇게 쓰고 싶다.

대숲맑은 생태도시 담양, 괜찮다. 자연속의 가족마을 곡성, 좋다. 나같으면 섬진강 은어가 올라오는 곳 곡성이렇게 하겠다.

장흥이 특이하다. 어머님품같은 장흥, 좋다. 나같으면 한 강의 고향 장흥,물처럼 산처럼 (새처럼)하겠다.

장성은 발전을 결판낼 심정으로 유심히 보고 있는데 편백을 끌고 갔으면 좋겠다. yellow city 접근은 뛰어난 지략이 필요하다.

해남은 정 하나로만 가도 되는데 땅 끝에서 희망의 편지를 부칩니다가 좋아보입니다. 다른 곳은 거의 낙제 수준입니다.

광주 자치구도 뚜렷한 메시지 없이 활자 값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겠다는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동구의 "이웃이 있는 마을"이란 단어가 눈에 좀 띄고 광산의 매력, 활력, 품격 등이 좋은단어이긴 하나 서브타이틀이지 초점 메인타이틀로는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품격있고 활력넘치는 도농복합 공동체 광산!"정도가 아닐까요. 다른곳은 평가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유는 각 자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서구는 "숨 쉼 삶"이 좋아 보이던데, 왜 버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에필로그>
오살나게 더운 날 꼭 시원하시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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