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지방자치단체 슬로건(구호)이 아쉽다

민선 7기 지방자치가 출범한 요즈음 수장이 바뀐 지방자치단체마다 그 슬로건이 바뀌고 있다.

슬로건이야말로 그냥 시쳇말이 아니라 지자체장과 그 참모들의 철학이 담긴 한 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잘하면 되지 구호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이다.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슬로건 중의 하나가 ‘특구’와 ‘행복한’, ‘행복시대’라는 말들이다. ‘특구’라 함은 ‘이것만은 우리가 특별하게 잘할 수 있다’라는 의미일 것이고, ‘행복’이라는 말은 너무나 ‘추상적’이다. ‘특구’에는 보편성이 빠져있고, ‘행복’이라는 말에는 구체성이 빠져있다.

그런데 지자체 구호중 약 삼분의 일 이상이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행복’은 기준조차도 모호한 단어이다. ‘행복’을 추구한다고, 선언한다고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가? 필자는 이 단어야말로 아주 무책임하고,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구호라고 생각한다.

마침 전라남도의 민선 7기 슬로건이 “내 삶이 바뀌는 전남 행복시대”다. 그 세부방침을 들여다보자. ‘활력 있는 일자리 경제’, ‘오감만족 문화관광’, ‘살고 싶은 농산어촌’, ‘감동 주는 맞춤복지’, ‘소통하는 혁신도정’이다. 이 다섯 가지 세부방침을 통해서 전남행복시대를 구현한다는 말이다. 이것만으로 전남이 행복해질까? 필자는 의구심이 든다.

“빛나라 땅끝, 다시 뛰는 해남”

필자가 살고 있는 해남군의 이번 민선 7기 군정슬로건이다. '다시 뛰는 해남'을 보고 필자는 정말 깜짝 놀랐다. 새마을운동시대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껏 여기저기에서 너무도 많이 써먹었던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표현이기에!

지금은 뛸 때가 아니다.

우리는 너무도 많이 뛰어왔다. 뒤돌아볼 새도 없이, 아니 옆을 바라볼 겨를도 없이,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쉴 새 없이 뛰어왔다. 오로지 앞만 보며, 오로지 돈만 보며,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오로지 앞만 보면서 말이다.

지금은 뛸 때가 아니다. 지금은 우리 생활과 우리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천천히 사색하며 걸을 때다. 자기착취를 그만두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까? 어떻게 하면 자본의 노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고루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

자신을 채찍질 해가며 다시, 또 뛸 때가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사색하며 걸을 때다. 군수와 군청과 어깨동무하고 머리 맞대고 천천히 함께 이야기 하며 걸을 때다.

도정구호이던 군정구호이던 사람냄새 나는 구호여야 했다. 막연한 행복도 다시 뛰자도 아닌,

사람냄새 나는 전남과 해남을 모티브로 슬로건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추상적인 행복추구가 아니어도 다시 열심히 뛰지 않아도, 오히려 특별한 볼거리 없어도, 자연경관을 개발하지 않고 내버려 둘수록, 사람에게 투자할수록, 전남과 해남은 살기 좋아지고,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귀촌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며, 애들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보존된 자연경관은 관광객들의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무엇 무엇을 하겠다! 뭘 지어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 모두 채찍질하여 함께 뛰자! 추상적인 도정방침과 도민행복시대 보다는, 즉 ‘무엇을 하겠다’는 방침보다는 ‘무엇 무엇을 하지 않겠다!!’ 가 더 많은 도정, 군정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아울러, ‘맞춤복지’, ‘찾아가는 복지’, ‘감동복지’ 등 모두 복지에 대해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모두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이제는 기존의 복지에 ‘지식복지’가 더하여져야 한다.

지식의 편중이 가져오는 불평등, 수도권에 비해 문화적 지식적 접촉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지식복지’개념이 더하여져야 진정한 복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곧 다가올 AI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식(인문학)복지개념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다시 뛰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천천히 걸으며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토론할 것이다. 그리고 4년 후 전남도민에게 해남군민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행복하셨나요? 다시 뛰시니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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