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소방서 소방행정과장 박의승, 초고령 사회진입에 따른 소방의 역할

소방관들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본연의 임무인 화재진압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에 홀로 계신 부모님의 안부가 걱정되어 타지에서 생활하는 자녀가 119에 신고하는 경우 소방관이 출동해 안부를 확인해 준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 할 것이다.

한가지 사례를 들자면, 서울에 있는 자녀가 홀로 계신 노모가 걱정되어, 휴대폰으로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이틀간 연락이 되지 않아 새벽녘 불안한 마음에 전남소방본부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다.

해당 관서 소방서 직원들이 새벽에 방문해 확인한 결과 휴대폰 배터리 충전방법을 잊어버려 연락이 되지 않은 것일 뿐 노모는 무사했다.

이 같은 사례는 초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있는 우리사회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사료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고령화율은 13.8%이지만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242만 명의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42.5% 이르며, 실제 농어촌 현실의 고령화 체감정도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

단순 안부확인을 위한 출동뿐 아니라 새벽녘 노모가 배가 아파 서울에 있는 자녀에게 전화 후 119구급차가 출동해 병원에 이송을 하고 다음날 자녀가 노모를 요양원으로 모셔가는 사례도 꽤 많이 있었다.

핵가족화된 우리사회가 초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있는 상황에서 요양병원 등의 시설이 부모봉양의 대안이 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한 노인이 90%에 이르고 농어촌지역은 거의 100%로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노인정책의 큰 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앞선 사례처럼 현재 소방조직은 복지담당인력이 대처할 수 없는 새벽·휴일·악천후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으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점점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법령상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등 일부 영역으로 제한된 소방의 역할은 초고령사회에 현실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정책수요에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노인정책을 요양병원 등 시설위주에서 최대한 자신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커뮤니티 케어 위주로 큰 줄기를 바꾸고자 한다면 현실적으로 노인들에 대한 안전·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소방의 역할을 체계화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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