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회장으로 뽑혀 교단 앞으로 불려나왔을 때 부끄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

교육감 후보 등록을 앞두고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회장으로 뽑혀 교단 앞으로 불려나왔을 때

부끄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도 그때처럼 울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교사들을 가르친 지가 40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별다른 대가도 없이 청소년들 곁을 지키고 계신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학부모들이 저에게 하소연을 할 때는, 이분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잘 알면서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예전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선 사람은 저 하나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수만, 수십만의 시민들도 지금 제 곁에 함께 서 계십니다. 저는 그분들의 바람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광주 교육을 바꾸겠다는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알기에, 저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보이겠습니다.

8년이면 충분하다고, 이제는 광주교육을 바꾸어야 한다고 다들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장휘국 후보는 학교에서 촌지가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학생들의 실력은 낮아지지 않았다, 끼리끼리 편중된 인사는 없었다고 여전히 변명하십니다. 자신의 잘못을 탓하면 다 가짜뉴스다, 왜곡이다 하며 도리어 적반하장입니다. 지난 TV 토론에서는 광주에서 고등학교 성적조작이 근절되었는가를 물었더니 “성적조작은 전국적으로 다 있는 거”라며 광주가 심한 것도 아니라고 변명합니다. 변명도 8년을 거듭하면 거짓이 됩니다. 이런 후보에게는 도저히 광주교육을 맡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광주 시민임을, 광주정신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교육감 후보로 나선 우리 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주교육은 광주시민에게 부끄럽지 않고, 세계시민들과 광주의 영령들에게도 내보일 만한 교육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광주교육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도 우리 포기하지 맙시다. 광주교육을 바꾸지 못하면 광주의 내일도 없습니다. 최영태 후보에게도 제안드립니다. 광주교육 혁신에 힘을 함께 모읍시다.

최영태 후보와 저는 정희곤 후보와 함께 ‘혁신교육감’이 되겠다고 시민추진위 경선에 나섰습니다. 소위 ‘진보교육감’ 장휘국 후보가 쌓은 8년 동안의 적폐를 쇄신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광주교육을 바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누고, 그 안에서도 또 자기 편 사람들만 챙기며 불공정 인사와 불통행정을 벌여온 상처의 골이 너무나 깊습니다. 장휘국 후보의 ‘진보’는 자신의 무능을 가리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8년 동안의 잘못을 모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이제 ‘진보’ 정권이 들어섰으니 또다시 3선 교육감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아무런 부끄러움도, 반성도 없는 사람이 교육자 행세를 해서는 안 됩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잣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내일의 광주교육은 학생이 중심이 되고, 시민이 주인으로 나서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교육주권을 되찾고 국가주도의 근대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분권을 이루어야 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광주시민교육지원청’은 분권과 자치를 이루는 교육협치의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한두 번 회의하는 형식적인 거버넌스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가 많습니다. 시민사회의 역량을 모아 시민들이 직접 교육에 나서야 합니다. 매년 200억 원의 예산을 교육청이 지원하겠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 지역아동센터, 돌봄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얘기를 나누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최영태 후보와도 힘을 모아서 교육에서부터 시민공동정부의 토대를 다지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학교에서 해결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업무가 자꾸만 늘어나서 이제는 수업과 학생지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마을과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합니다. 작업장과 생협, 은행, 문화유산 등 마을과 도시 곳곳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야 합니다. 흥사단에서 오랫동안 청소년 교육을 함께 해 오신 최영태 후보도 저와 뜻을 같이 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최영태 후보와 함께 광주시민을 믿고 ‘광주교육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고 싶습니다. 지금 광주시민들의 심정은 절박합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광주를 위해 실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지금은 광주교육의 위기이기도 하면서, 광주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입니다. 시민의 명령을 받들어 역사의 책무, 교육자의 사명을 함께 완수하자고 감히 최영태 후보님께 부탁드립니다.

최영태 후보님, 진보와 보수의 낡은 잣대를 거두고 광주교육을 혁신하자고 했던 처음 마음으로 돌아갑시다. 제가 시민경선에서 나온 것은 시민경선추진위가 장휘국 교육감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광주시민이 지지하는 ‘첫 혁신교육감’이 되겠다는 제 마음은 굳건합니다. 최영태 후보도 ‘혁신교육감’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이제는 단 하나의 ‘혁신교육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두 사람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이미 장휘국 후보를 앞서고 있습니다. 광주교육을 새롭게 시작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 안아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자로서, 또 광주시민으로서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의 책무입니다.

후보님은 혹시 제주도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아십니까? 제주 해녀들이 바다 깊은 곳까지 숨을 참다가 겨우겨우 다시 고개를 내밀어 숨을 뱉을 때는 호이호이 하는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지금 최영태 후보와 저 이정선도 광주교육을 바꾸기 위해 힘든 자맥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물 밖으로 나올 때는 ‘호이~호이~’하는 아름다운 숨비소리를 광주시민들께 꼭 들려드립시다.

제주 해녀들이 산소통을 매지 않고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이 감당할 몫을 다하면서도 내 이웃의 것까지 탐하지는 않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영태 후보와 저 또한 그런 상생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리더에게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문제의식을 실현시켜낼 현실감각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는 내일을 그리며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냅시다.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꼭 이루어냅시다. 저 또한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새 길을 걸어갑시다. 감사드립니다.

2018년 5월 24일, 광주광역시 교육감 후보 이 정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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