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정아(39가 세상에 드러나고, 그 존재가 학력위조라는 사건으로 비화되던 2007년 노무현 정권시절처럼, 그리고 형기(刑期)를 마치고 출소하여,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 자신의 수인번호(囚人番號)인 4001을 제목으로 자전 에세이를 발간한 지금 역시 온 나라가 신정아 비난과 매도로 요란하다.

미술이라는 예술적 영역에서 빛나는 활동을 하면서 노무현 정권 당시 정계와 재계의 실세들과 교우하면서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불륜으로 세상의 이목을 받았던 신정아 죽이기에 온 나라가 골몰하고 있다.

심지어는 전문 작가라는 소설가 공지영까지 대필 의혹을 제시하면서 신정아 죽이기에 광기를 부리는 모습은 부끄러움을 넘어 인간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원죄를 따져들면 이른바 신정아 사건은 국가와 사회 지도층의 인사들이 사회적 약자인 신정아를 상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를 이용하여 온갖 탐욕과 욕구를 채우려 했던 부도덕한 사건이다.

그러므로 2007년 처음 사건이 드러났을 때는 물론 자전 에세이로 다시 논점이 된 지금 우리 사회가 할 일은 신정아라는 힘없는 약자를 마녀로 몰아 사냥을 할 것이 아니고, 국가와 사회 지도층들의 부패와 부도덕에 언론의 질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추어야 함에도, 너나없이 신정아를 한낱 부도덕한 꽃뱀으로 몰아 신정아 죽이기에 광분하고 있는 모습들은 처참하기만 하다.

이처럼 힘을 가진 세력들이 신정아를 사회를 어지럽히는 부도덕한 화냥년으로 몰아 자신들의 타락을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신정아 사건의 근본 원인은 형식제일주의 학력제일주의가 빚은 슬픈 일이다.

생각하면(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그 로비 실력이라면) 한때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불렸으며 성곡미술관의 큐레이터였고, 전 동국대학교 조교수와 2007년에 광주 비엔날레 공동 예술 감독으로 내정된 바 있는 신정아가 처음부터 위조학력이 아닌 순수한 전문실력으로만 인정을 받았더라면, 아마도 형식제일주의 학력제일주의에 침몰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흐름을 바꿨을 인물이었는데, 나는 그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무튼 언제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학력을 속인 연유로 거짓말이 이어지고, 거듭되는 거짓말은 다시 거짓말을 불러, 마침내는 자신을 죽이는 사슬이 되었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자신의 비문을 새긴 가엾은 여인이다.

끝으로 오늘 세상의 돌팔매를 맞고 있는 이 가엾은 여인 신정아를 통해서 우리 자신들에게 각인된 허황한 자화상을 보기 바란다.

큐레이터 직업을 가진 신정아가 권력의 옆에서 전문가의 이름으로 서있었을 때는 그녀가 소개 추천하는 그림이라면, 사이비들이 사기 칠 목적으로 모사(模寫)한 그림일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믿고 억만금을 던지며 구하였다.

그러나 그녀를 보호하던 권력이 무너지고, 학력이 거짓으로 밝혀진 지금은 그녀가 국보 240호로 지정된 “공재 윤두서(1668∼1715) 자화상” 진품을 소개 추천해도 세상은 믿지 않는다.

그녀가 소개 추천하는 진품 윤두서의 자화상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단돈 천 원짜리 하나 내밀지 않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신정아를 통해서 반성해야할 우리들의 어리석음이고, 개혁 타파해야할 형식제일주의 학력제일주의의 허상이다.

진실로 우리가 신정아 사건에서 비난하고 고민하며 개선해야 할 것은, 신정아의 도덕성이 문제가 아니고, 약자인 신정아를 상대로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면서, 말초적인 욕구를 채우려 했었던, 국가와 사회 지도층들의 부도덕이며, 이것이 우리가 반성하고 시급히 정화(淨化)시켜야할 근원이다.

우리가 아무런 감각도 죄의식도 없이 일상에서 저지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해 내지 못하고, 이러한 허상에 침몰한 자신을 깨닫지 못하면서 마녀사냥으로 신정아를 죽이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부정부패 없는 참 맑은 세상을 위하여
2011년 3월 25일 동악산에서 박혜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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