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분배와 복지에 대한 해법은 과연 있는가?

▲ 임양택 교수
따라서 ‘토지가치세’ 즉 ‘사회보장기금세’를 부과하면, 토지가치가 상승하더라도 그 이익이 토지소유자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착되지 않고 조세로 모두 징수되므로 소득과 부(富)의 분배가 토지 불로소득에 의해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셋째, ‘토지가치세’는 주택난을 해결하는데 매우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다. ‘토지가치세’, 즉 ‘사회보장기금세’를 부과하면 조세가 지가(地價)로 자본화(capitalization)되어 지가가 하락하게 되므로 토지개발 희망자가 토지를 쉽게 취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토지개발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상대적으로 쉽게 이룰 수 있다. 왜냐하면 택지가격이 주택가격의 50%를 상회하여, ‘지대조세’를 부과하면 택지가격이 거의 0이 되므로, 주택가격이 절반 정도로 대폭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의하면, 2006년 말 현재, 전국 아파트값 총액은 1,439조 원으로, 2005년 말의 1,105조 원보다 334조 원(30.3%)이나 폭등했다. 전술한 바와 같은 토지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택가격도 상승해 무(無)주택자의 주택구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 해 동안 서울의 아파트 시가총액이 153조 원(34.7%)이 늘어나 2006년 말 현재 593조 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의 41.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한주택공사의 “연도별 아파트 평당 분양가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 주공아파트 공급가격은 2002년 평당 413만 원에서 2003년 521만 원, 2004년 536만 원, 2005년 610만 원, 2006년 1,218만 원으로 4년 사이에 약 3배나 인상되었다. 그 결과, 서민이 3억 원짜리 집 한 채 장만하려면 매달 100만 원씩 24년을 저축해야 하며(연리 5% 단리 기준), 교육여건과 생활여건이 좋은 10억 원대의 강남 주택을 마련하려면 무려 80년이 걸려야 가능하다.

넷째, 상기의 세제개혁안(토지불로소득에 대한 사회보장기금세의 부과)은 비단 북지재정의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구조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근본 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상기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증가시키는데 투입됨으로써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Yang-Taek Lim, 2007). 즉, 인적자원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 즉 ‘고용창출형 성장’(Job-Creating Growth)이 필요한 것이다. 고학력 청년, 저(低)출산에 의하여 증가된 여성 노동력, 고령화로 인하여 발생된 노인 인력이 각각 취업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경제성장임과 동시에 복지국가 건설의 관건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실직자 교육훈련과 공공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y)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의 교육훈련 예산을 늘려 상기한 계층들이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국정부의 예산 비중이 고작 국내총생산(GDP) 대비 0.1%수준이다.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5%)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하다.

다섯째, ‘토지가치세’로 조성된 사회보장기금은 남한 주민의 복지문제뿐만 아니라 통일 후 북한 주민의 최저 생계비 지급을 통하여 민족의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을 추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재원이 될 수 있다.
참고로, 통일연구원 및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3년 통일을 가정할 때 초기 1년간 최소 553조 원의 체제통합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만약 북한 주민의 사회보장 수준을 남한 주민의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맞춘다면 249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조선일보, 2011. 07. 12).
 
그 재원조달 방법은 2015년부터 남·북한 신뢰 구축에 따른 점진적 국방비 절감을 통하여 2015~2040년의 25년간 총 5,853억 달러(약 633조 원)의 국방비 절감액, 통일 후 국가 신용도 상승에 따른 해외자본 조될 수 있을까? 2015년부터 남·북한 신뢰구축이 가능할 것인가? 설혹 남·북한 신뢰 구축이 가능하더라도, 한국의 국방비가 절감될 수 있을까?

아무쪼록, 저자는 상기의 ‘장밋빛’ 청사진이 부디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만약 상기의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어렵다면, 그러한 불확실성 하에서 한국 사회의 균열과 엄청난 사회적 내용을 고려하여 전술한 저자의 ‘사회보장기금세’가 정착 및 가동되어 한국 사회가 선진 복지사회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전술한 바와 같은 기대효과를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비(非)업무용 토지와 가계의 비(非)생계용 토지에 대한 ‘사회보장기금세’를 부과하고 이와 동시에, 법인세 및 가계의 건물분 재산세 및 거래세(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하자는 저자의 세제 개혁안은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즉, 과세대상이 아무리 비(非)업무용 기업의 토지와 비(非)생계용 가계의 토지라고 하더라도 ‘토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의 침해가 아니냐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우선, 상기의 세제개혁안의 정당성을 사상적 측면에서 조명하면, 우선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시민정부론」(Two Treatises of civil Government, 1690)에서 찾을 수 있다. 로크는 ‘사유재산권’에 대한 ‘단서’로서 “적어도 그에 못지 않은 질의 충분한 양이 다른 사람에게도 공동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경우에만 사적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강조한다. 이 ‘단서’에 의하면 토지란 사적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상기한 ‘로크의 단서’는 자유주의 철학가인 노직(Robert Nozick, 1938~2002)에 의하여 “다른 사람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경우”로 다소 수정되었다. 상술하면, 정부의 개입을 극소화함으로써 최대의 자유를 추구하는 노직(Robert Nozick) 자신도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 “물자를 차지함으로써 로크의 단서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보상을 하여 다른 사람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그 물자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상하지 않고 물자를 차지한다면 이는 취득에서의 정의의 원리에 어긋나므로 부당한 취득이 된다”(Nozick, 1974, p178). 따라서 토지의 사유재산권에 관한 정의(正義)의 입장은 그대로 유효하다. 왜냐하면 토지의 불로소득이 소득분배 불균등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성호 이익(星湖 李瀷) 선생(1681~1763)의 균세(均稅) 및 균전제(均田制)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1762∼1836)의 원목(原牧) 및 여전제(閭田制)에서 찾을 수 있다(임양택, 2007 ; 2008).
상기와 같은 사상적 및 철학적 주장과 더불어, 저자는 한국의 역사적 사실의 측면에서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토지가치세’, 즉 ‘사회보장기금세’ 부과의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논술하고자 한다. 즉, 한국의 토지개혁(1949)이 대한민국의 존립과 번영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듯이, 이젠 ‘제2의 토지개혁’으로서 ‘선진 복지사회’로의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술하면, 1949년 6월 21일 『농지개혁법』을 제정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실현하고 농민의 농지소유 상한을 원칙적으로 3정보로 한정하는 등의 ‘농지개혁’을 단행하였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한국의 ‘농지개혁’이 분단과 전쟁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상술하면, 해방 이후 북한에서는 ‘토지개혁’이 신속하게 추진됐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이 남한의 ‘농지개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 이유는 냉전체제 하의 동아시아에서 안정적인 반공(反共)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민의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전쟁(1950~1953) 당시에 농민들이 북한 인민군에 호응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토지를 가졌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3월27일 ‘농지개혁안 실시에 관한 건’에서 “농민들에게는 농지를 제공해 자작농으로 육성하고, 지주들은 보상과 적산불하 등을 통해 산업자본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상기와 같은 배경 하에서, ‘농지개혁’은 전(前)근대적 지주계급을 해체함에 따라 신분질서에서 해방된 농민의 자녀들은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산업화와 함께 당당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직장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농지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지주계급의 기득권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았을 것이며, 오늘날 재벌의 족벌체제에 못지않은 사회경제적 발전의 저해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농지개혁’은 산업자본을 형성하였으며, 그 결과 민주주의와 근대화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한국 사회가 전통적 농업국가에서 현대적 공업국가로 전환하는 길을 열었다.

이제, 다시 복지재원의 문제로 되돌아가면, 일부 인사들이 복지재원으로 거론하고 있는 조세가 누진적 소득세와 법인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소득세 · 법인세의 부담 수준은 경쟁국인 대만 · 중국 · 싱가포르의 그것보다 높다. 따라서 소득세 · 법인세의 감면 주장이 부단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법인세 감면이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에 ‘균형 재정’과 ‘공생 발전’이 국정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아예 한나라당은 2012년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기서 문제는 비록 사회보장기금을 확충하기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증세가 가능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하면 경제가 위축되어 산출량과 고용량이 줄어들고,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토지 불로소득에의 ‘사회보장기금세’의 부과는 진보와 보수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복지재정의 세원(稅源)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가 복지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소득’이 침해당하고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 불로소득’을 복지재원으로 삼는 것은 근로소득과 법인소득과 같은 ‘노력소득’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하는 것이며,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보장기금’의 조성 및 확충은 대한민국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유지 및 번영시키는 첩경이기도 하다. 임양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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